유현주(진보당 광양시위원회 위원장)

▲ 유현주 진보당 광양시위원회 위원장

광양항 SMGT(SM상선광양터미널) 노동자들이 파업을 결정했다. 광양항 터미널 운영사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광양항은 지속적인 물동량 감소로 만성적 운영적자를 보고 있다. 정부의 관심 밖이 되면서 운영사들은 자체적으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제살깎아먹기식 하역료 단가 경쟁을 해왔다. 여수광양항만공사로 통합되어도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운영사를 통합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고, GWCT(광양서부컨테이너터미널)가 SMGT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통합이 결정됐다.

노동자들도 이런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운영사 통합에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막바지에 전적동의서를 작성하는 조건에 ‘신규입사, 임금 삭감’ 안이 문제가 됐다. SMGT 노동자들은 GWCT에 신규직원으로 입사해야 하고, 임금도 삭감하자고 하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SM본사 앞과 여수광양항만공사 앞에서 한 달이 넘게 선전전을 진행하고, SM상선 박기훈 대표의 매각설명을 위한 방문에 거세게 항의를 했어도 아직 회사측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협력사들에게는 12월 10일까지만 회사를 운영한다고 통보하고, 매각이 안 될 경우 폐업(파산)할 수밖에 없다는 협박 아닌 협박을 하고 있다고 한다. SMGT 노조는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쟁의행위찬반투표를 가결시키고 투쟁 수위를 높이기로 결정했다. 노동자들은 ‘헐값에 팔려가는 억울한 신세’가 됐다며 파업을 결의한 절박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누가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운영적자의 책임을 지우며, 짐짝처럼 기계처럼 헐값에 팔려다니게 했는가. 정책을 잘못 결정해 놓고 나 몰라라 뒷짐 졌던 정부 책임이 가장 크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정부는 낙후된 광양항을 살리기 위해 광양만 경제자유구역 율촌항만용지 개발계획 변경 승인을 했다고 한다. 석유·화학·의약품 등 첨단제조업을 유치해 광양항 배후단지를 융·복합 물류단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제라도 계획을 수정하고 지원을 하겠다는 자세는 좋다.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 그러나 과연 이 계획은 잘 진행될 수 있을까. 이 계획을 발표하면서 정부관계자가 “2029년 이후 1만4373명의 고용유발 효과와 4조8323억원의 생산유발 효과, 1조6882억원 규모의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는데, 이 말에 신뢰가 가기보다 ‘희망 고문’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제철소 노동자들과 광양항 노동자들은 광양 경제를 일으켜 세운 두 축이다. 그런데 지금 이들 노동자들이 인력감축, 임금삭감, 고용불안, 노조 불인정 등으로 심각하게 고통받고 있다. 어떤 정책을 결정할 때 제발 그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하여 고민해 주길 바란다. SMGT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하지 않도록 항만공사와 운영사, 광양시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

어렵게 결정한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면서 광양항이 새롭게 태어나기를 함께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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