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석태 (교육평론가)
근간 우리나라에서 한 가지 고마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고교 졸업자에 대한 취업의 문을 열어주려고 정부가 나서고 있는 일이다.

미국의 경제지 <포천(FORTUNE)>이 2011년에 ‘가장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에서 고른 1,2,3위 업체가 내세운 사원의 자질을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사원들을 단기 경쟁에 매몰시키기보다는 지적으로 깊이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어서 자신의 일을 즐기는 사원들이 많고 임시직이 없다.

그리고 사원들이 겸손하고 친절하며 남을 돕는 일에 적극적이다. 결론적으로 그 회사들의 사원들은 지나친 경쟁보다는 상호협력과 진정성을 바탕으로 한 고객 봉사와 사랑의 정신이 살아있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높은 학력(학교경력)과는 큰 상관이 없다.

교육의 목적은 경쟁에서 1등 하는 한명의 인간과 다수의 패자를 양산하는 데 있지 않다. 앞에 말한 바와 같이 각자 맡은 바에 충실하면서도 협력적인 다수의 선한 인간을 만드는 데 있다.

이것은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상식이다. 그런데 오늘의 우리 교육은 이 상식을 배반하고, 1등 생을 위한 교육, 경쟁에서 남을 밀치고 승자가 되는 승자독식 원칙에 따른 경쟁교육에 매달리고 있다. 상생하고 소통하는 인간교육, 감성교육이 실종된 지 오래이다.

이것은 비단 학교교육에서만 있는 현상이 아니다. 아니, 그보다 앞서 가정에서 그와 같이 어긋난 교육이 시작되는 것이 문제다. 우리 아이들은 고고의 소리를 내면서부터 격렬한 생존경쟁의 마당에 내던져진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는 가정이 그와 같은 승자독식 생활방식을 가르치는 살벌한 투사 사육장이 되었다는 것이다..

가정은 무엇인가? 부모의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이 있는 곳, 보금자리이면서 인생을 살아갈 지혜를 몸으로 터득하는 수련장이다.

일생의 첫걸음이 가정에서 시작된다. 여기서 첫 단추가 제대로 제자리에 잠겨야만 한다. 그것이 우리 동양철학의 한 기둥인 유교의 정신이다. 곧, 고전인 ‘대학’에서 설파한 ‘수신제가’이다.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제 몸을 다스리고, 집안 단속을 하라는 것이 큰 배움, 큰 가르침의 근본이다.

그것이 안 되어서 요즘 세상이 우습게 돌아간다. 대한민국의 행정부에서 그 수반인 대통령을 보필하는 자리는 막강한 위치이다. 삼권분립이라지만 대한민국 대통령의 권력은 삼권을 손아귀에 쥐었다 해도 무방하리만큼 대단하다. 그와 같은 막강한 대통령 아래 행정부 조직, 곧 내각을 총지휘하는 권한을 쥔 총리의 자리 또한 막중하다.

그런 자리에 지명되거나 오르는 자의 태반이 수신제가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혹은 도중하차를 하기도 하고, 국회의 청문회에서 호된 질타를 당한다. 그것을 지켜보는 국민은 허탈감에 빠진다.

이것을 나는 가정교육의 실종이라고 진단한다. 가정교육은 밥상머리에서 이뤄지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 사람은 동물이다.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다. 밥이 곧 하늘인 까닭이다.

그 귀한 밥을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 그리고 형제자매가 오순도순 밥상머리에 안자서 정담을 나누고, 덕담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예절을 배운다. 이 예절은 부모님의 몸짓에서 나온다.
하늘인 밥 앞에서 어찌 헛된 말이나 몸짓이 나올 것인가.

외국 이야기이긴 하지만, 미국의 케네디 가에서는 케네디 형제들이 어렸을 적에 어머니가 식당 입구에 그날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면서 서로 주고받을(토론을 할) 주제를 써 걸어놓곤 했다.
그러면 모두가 밥만 먹는 것이 아니라 그 주제를 가지고 의견을 교환하곤 했다. 여기서 위대한 대통령, 정치가의 싹이 튼 것이 아니었을까.

부모와 여섯 자녀가 가진 박사 학위가 모두 11개인 가정이 있다. 이 집안의 어머니가 쓴 책이 화제를 모았다. 사람들은 대부분 ‘영재교육법’이나 ‘내 아이 미국 명문대학 보내는 비결’, 또는 ‘자녀 똑똑하게 키우려면’과 같은 내용을 배울 것을 기대하고 그 책을 샀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실망(?)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책엔 그런 것은 없고, 책 표제 ‘엘리트보다는 사람이 되어라’, ‘섬기는 부모가 자녀를 큰 사람으로 키운다’가 말하는 대로 공부우등생이 되는 법이나 일류명문대 합격 비결 같은 건 없고, 메주왈고주왈 사람이 되라, 그 사람은 남을 섬기는 사람이고, 봉사정신이 투철한 사람이라는 도덕 교과서와 같은 내용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쯤 되면 독자는 대부분 그 책의 저자가 누구인지 짐작을 했을 것이다. 그렇다. 전혜성 박사(85세)다.
전 박사는 장면 정권 시절 초대 주미특명전권공사와 UN 대표를 지낸 고 고광림 박사의 부인이시다. 그녀는 5.16 쿠데타가 나자 미국에 주저앉은 고광륜 박사와 미국 유학시절에 만나 결혼해 자녀 3남 3녀를 두었다.

이들 6자녀가 모두 미국의 명문 하버드와 예일대의 박사학위 소지자이며, 남편 고 고광륜 씨가 박사 학위가 3개, 전 씨가 2개, 이렇게 한 가족의 박사 학우가 11개다. 그리고 모두가 대학 교수, 연구소 근무, 미국 정부 요직 근무 등 진정 엘리트 들이다.

그와 같은 엘리트 가족의 어머니가 세상 부모님들에게 자녀교육의 진수를 전하는 말이 “나는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더불어 사는 삶을 고민하는 사람으로 자라도록 자녀를 가르쳤고, 그렇게 큰 것이 명문대를 나왔거나 고위직에 오른 것보다 더 자랑스럽다. 진정한 리더십은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덧붙이고 싶은 것은 그녀가 오늘날 한국사회에 만연된 ‘기러기 아빠’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을 가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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