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 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미국의 위대한 사업가이자 기부왕인 찰스 척 피니는 은퇴 생활을 위해 필요한, 우리나라 돈으로 24억 원만을 남기고 40여 년에 걸쳐 9조 4천억 원을 기부해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등 미국 억만장자들의 기부문화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한다.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위대한 행동 뒤에 그는 자주 습관처럼 “해봐 정말 좋아”라는 말을 남겼다 전한다. 우리들의 상식으로는 어렵다 생각되고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하고 ‘해봐 정말 좋아’라는 말에는 범인과 비교가 되지 않는 심오한 경륜과 지혜가 느껴지기에 그 말의 의미에 오래 생각이 머문다.

젊은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이 국민들의 지나친 관심에서 벗어나 외국에서 마약이나 도박으로 문제가 되는 사람도 있지만, 어려운 이웃이나 의미 있는 일에 기부하는 친구들의 표정이 평화롭고 지혜로워 보이는 것은 말은 안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해봐 정말 좋아‘라고 느끼고 있는 건 아닐까? 부산진구에 사는 85세 할머니는 기초생활 수급으로 생활하면서도 구청장을 찾아 어렵게 모은 돈 1,100만 원을 전하며 1,000만 원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주고, 100만 원은 물도 제대로 못 먹는 아프리카 어린이를 돕고 싶다고 말했단다. 우리나라 재벌들은 회사 돈이 아닌 개인 돈으로는 거의 기부를 않는데, 폐지를 주워 생활하거나 작은 구멍가계를 운영하며 어렵게 생활해온 분들의 기부가 이어지는 것은 기부란 특별한 유전자를 타고났기 때문일까?

위대한 분들의 행적에서 자기의 분수에 맞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생활의 지혜가 아닐까? 우리들의 일상에서 작고 소박할지라도 ‘해봐 정말 좋아’라고 외치며 경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노력과 성찰이 안내하는 작은 성취에서 의미와 즐거움을 찾고, 자부심과 용기를 얻으며, 한 발짝 더 나가는 생활 태도는 여기에서도 유효할까. 나는 반복되는 습관에서 인식하지 못하고 무심코 흘린 ‘해보니 좋은 것들’을 눈여겨 찾아보며 행복을 인식하는 기회로 삼을까 한다. 찰스 척 피니의 사례가 너무 거창해서일까. 너무 궁색하고 그나마도 실마리가 쉬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오늘도 인근 산에 오른다. 나이 지긋한 분은 초록은 동색이라 반갑고, 젊은 친구들은 그 아름다움에 부러움의 인사를 전한다. 올여름은 유독 장마가 잦고 코로나 사태 태문인지 거의 안면이 있는 분들과 인사를 교환한다. 벗들은 거실에서 수박이나 먹으며 텔레비전이나 보지 그 나이에 산엔 무엇 하러 그리 자주 가냐며 놀려댄다. 기관지가 약한 나지만 산을 벗 한지 15여 년 몸살감기는 잊고 산다. 푸르름과 상큼한 향기가 아니라도 심심찮게 오르고 내리며 굽어 돌고, 이름 모를 풀꽃을 벗하며 땅을 발부며 산길을 걷는 이 즐거움을 무엇과 비교할 것인가. 마주 오는 아주머니가 맑은 미소로 말은 안하여도 ‘해보니 정말 좋네요.’라고 말하는 것 같아 이심전심의 인사를 나눈다.

나의 아침스트레칭은 등산길 알밤을 골라줍듯 한 가지씩 보태어 졌다. 독서를 즐기려니 시력강화 운동이 시작되었고, 히말라야 등반을 다녀온 뒤 등산 횟수와 시간이 늘어 무릎 연골 보강 동작이 보태어지고, 재미가 생기며 꾸준히 하다 보니 몸과 교감을 통해 가짓수가 늘어났다. 벗들이 카톡을 통해 전해오는 귀 당기기나 목운동의 네 가지 동작은 물론 국민 건강지킴이 이시형 박사의 책 선전 광고에 실린 팔굽혀펴기도 어느새 나는 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텔레비전 약 광고에 시선이가서 관심 있게 보니 요즘 유독 잇몸 치료 약, 변비약, 전립선 비대증 치료 약, 시력 회복 약 등 나이가 들며 어려움을 겪는 병증약들의 선전이 많다. 그런데 노령인 나는 이 모든 불편함에서 자유롭다는 사실이다. 독서 시간이 줄어 아쉬워하고 때론 귀찮아 망설여지던, 한 시간여의 스트레칭이 구체적으로 이렇게 효험이 있다니 신통하다. 벗들이나 자식들에게 자신 있게 ‘해봐 정말 좋아’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나는 최근 독서를 좋아하고 자연을 사랑하며 삶의 의미를 찾는, 나이 들며 이름 모르는 풀꽃에도 생명의 경외심에 가슴 떨려 하며 휴대폰을 들어대는, 곱게 세월을 맞는 네 분들과 공부 모임을 가졌다. 여성들의 경우 최근 느낀 ‘해보니 정말 좋았다’라고 생각한 경험을 물어봤다. 이번 코로나 사태와 장마로 집에 칩거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큰맘 먹고 집안 여기저기에 쌓여있는 책들과 물건들을 정리하고 버렸는데 생각지도 못한 기쁨을 경험하였다 한다. ‘해봐 정말 좋아.’

확실한 느낌은 자신의 분명한 경험이 바탕 되어야 하기에 처음의 의욕과 달리 찾아낸 사례들에서 부족함을 느낀다. 착하고 정직하고 성실하게 사는 삶 속에서, 칭찬에 익숙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일상화하는 벗들.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웃으며 살아가는 이웃들에 생각이 머물렀지만 추리고 다듬을 능력의 부족을 느끼며 다음을 기약한다. 예를 든 유형보다 훌륭하고 알찬 ‘해봐 정말 좋아’들이 우리 모두 가슴속에 하나쯤 자리하고 있으리라 확신하며 작은 화두의 불씨 하나를 던짐에 만족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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