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해, 장마, 태풍, 폭우 등 작황에 악영향 미처

광양시, 전년 대비 30% 이상 수확량 감소 예상
농작물재해보험 수가 50% 한도 조정으로 보상도 낮아져

“예년 같으면 친척들까지 동원돼 며칠씩 작업했는데, 올해는 가족끼리 해지기 전에 끝내버렸습니다” 다압에서 대봉감 농사를 짓는 최 모씨(55세)가 한숨을 내쉬며 뱉은 말이다.

예년 같으면 감 수확의 기쁨으로 고된 노동마저도 즐거워하는 농부들의 모습이 여기저기 목격됐을 시기지만 올해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감 수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8일, 다압 근교의 감밭은 한산하다 못해 사람의 왕래를 찾기도 힘들 정도였다.

광양은 전국적으로 대봉감, 단감의 생산지로 유명한 지역이다. 지역 내 감 재배 면적을 모두 합치면 519ha며, 재배 농가는 1001곳이다.

그런데 올해 지역 내 감 생산량은 예년 대비 3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평년과는 다른 이상기후 탓이다.

지난 4월 6일 새벽, 이상기온 현상으로 수은주가 영하로 떨어지면서 봉강, 옥곡, 다압 등 지역 내 대부분의 농가에 냉해 피해가 발생했다. 이제 막 움튼 새순이 영글지도 못한 채 얼어버렸다. 노지에서 자라는 채소류, 과일류 등의 냉해 피해는 광범위하게 생육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는데, 올해 감 작황이 좋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7월부터 8월 말까지 약 60일에 걸쳐 이어진 긴 장마로, 감나무 뿌리에 산소 공급이 되지 않으면서 그나마 커가던 감들조차 떨어져 버렸다. 설상가상으로 8월 하순부터 9월 중순까지 우리 지역을 강타했던 태풍과 기록적 폭우는 남아있던 감들까지 쓸고 가버렸다.

이런 이유로 옥곡, 다압, 진상 등 감 농가가 밀집된 지역의 농협들은 하나같이 수매량이 대폭 감소했다고 입을 모았다. 박스당 가격은 상승했으나, 수확 물량 부족으로 수매 기간도 짧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광양시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 내 감 생산량은 2843톤(28억원)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1984톤(20억원) 정도로 추정하며,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6일까지 수매일을 기준으로 수매량을 작년과 비교해보면 올해는 161톤(3.6억원)으로, 작년 710톤(10.4억원)과 비교하면 22.6%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광양농협 132톤, 진상농협 340톤, 동부동협 116톤, 다압농협 111톤, 동광양농협 11톤으로 총 710톤을 수매했다. 올해는 광양농협 21.2톤, 진상농협 63.8톤, 동부농협 38톤, 다압농협 33.5톤, 동광양농협 4.3톤으로 총 160.8톤으로 눈에 띄는 감소폭을 보인다.

수매 시기를 바라보며 1년 농사를 지은 감 농가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는 상황. 한해 농사를 지어 겨울나기를 하는 농가 입장에서는 내년 농사 준비에 걱정부터 앞선다. 농작물재해보험 수가도 80% 한도 적용을 해줬지만, 올해부터는 50%로 낮아져 보상도 제대로 받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옥곡의 한 농민은 “감 단가가 높아졌다고 하지만 워낙 물량이 없어 손해가 크다”며 “자연재해가 원인이라 원망할 곳도 없고, 올겨울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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