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공원 앞 동물화장시설 신청

“영면에 든 조상에게 죄짓는 일 멈춰야”

광양시립영세공원 입구에 동물화장시설 및 동물 납골묘 설치사업이 추진 중인 사실이 알려지자 인근 대실마을 주민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그렇지 않아도 마을 인근에 변전소, 쓰레기매립장, 영세공원 등이 몰린 데다 다양한 업종의 십여개의 공장까지 들어와 경관 훼손 등 생활여건이 크게 망가진 상황에서 동물화장시설까지 들어서는 건 “해도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게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한 번 양보했더니 집 안마당까지 내달라고 하는 것 아니냐”는 푸념마저 들린다.

지난 7월 9일 한 업체가 광양읍 죽림리(372-14번지) 영세공원 아래 지상 1층(1동) 규모로 추모실 3개, 화장로 1개 시설과 납골당 약 290개(일반 270개, VIP 20개) 용도로 묘지관련 시설(동물 화장시설)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이 업체는 다름 아닌 지난해 주민들의 반대에 막혀 자진 철회했던 업체였다.
A 업체가 건축허가를 신청한 부지는 영세공원 화장장 입구에서 불과 약 100여 미터 떨어진 곳으로 광양시는 허가신청 접수 하루 뒤 문화예술과 등 관련 7개 부서와 협의를 진행했다. 광양경찰서와 광양소방서도 협의에 참여했다.
광양시는 그러나 같은 업체가 지난해 관련 사업을 신청했다가 주민 반대에 부딪히면서 건축허가를 자진 철회한 전력을 들어 같은 달 27일 보완요구 및 권고요청을 통해 ‘사전 주민 의견 수렴’을 권고했으나 주민들은 여전히 “광양시민의 묘역이 있는 곳에 동물 화장장 설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력, 반발하면서 결국 주민과 만남은 이뤄지지 못한 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 같은 주민 반대에도 불구하고 업체는 부지소유자와 공동 사용가능 입증자료를 제출하고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자료를 제출하는 등 사업 강행 의지를 드러내면서 결국 주민 반발이 표면화됐다.

주민들 역시 광양시와 광양시의회에 진정서를 접수하는 등 동물 화장시설만은 반드시 막겠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특히 시민의 묘역이 있는 영세공원 앞에 동물화장시설이 건립되는 것은 시민 정서에 반한다며 시민사회와의 연대방침도 내놓은 상태다.

대실마을 주민들은 진정서를 통해 “과거 공원묘지를 조성한다는 미명 하에 생태습지를 매립해 버리고 자연보호지역을 관리지역으로 변경한 후 (마을 주변은) 석산과 공장, 용도를 알 수 없는 창고 등의 허가로 난개발의 천국이 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동물화장시설을 신축한다고 하니 망연자실할 뿐”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대실마을은 주민이 농산물을 출하해도 공동묘지와 화장장이 있다는 이유로 구매조차 거절 당하고 있는 실정인 데다 매일 같이 통행하는 영구차와 그 행렬를 보면서 정서적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이런 현실에서 동물화장시설까지 허가해 준다면 우리 주민들은 살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더 나가 “동물 화장장이 들어서면 영세공원에서 영면에 든 2만여 조상들에게 죄를 짓는 광양시민이 될 수밖에 없다”며 “한 개인의 영리 목적으로 인해 광양시민이 불편을 겪는 일 없도록 추진을 중단해 달라”고 촉구했다.
인접 지역인 사라실 발전협의회에서 역시 “광양시민 묘역 앞에 동물 화장장이 웬 말이냐”며 “사회적 합의를 떠나 인간과 동물의 존엄은 엄연히 다른 것”이라고 밝히면서 결사반대에 나선 대실마을과 행동을 함께 하고 있다.
지역 정치권 역시 건립반대에 힘을 싣고 있다.

박노신 광양시의회 의원은 “동물 역시 한 생명체로 존중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광양시민의 부모형제와 가족이 영면해 있고 또 앞으로 묻혀야 할 자리 바로 앞에 동물을 화장하고 납골당을 만들어 추모한다는 것은 광양시민들 역시 결코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대원 의원도 “영세공원 조성 등 그동안 이곳 주민들은 광양시민의 편의를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분들”이라며 “굳이 이곳에다 동물화장시설 허가까지 내주면서 주민에게 고통을 더 추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광양시는 관련 부서와의 협의를 완료하고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친 뒤 도시계획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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