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간의 이별

生也一片 浮雲氣
死也一片 浮雲滅
浮雲自體 本無實
生死去來 亦如然

(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이는 것
죽음도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라네
구름 자체는 본디 없었던바
나고 죽고 오감도 다르지 않다네...)

서산대사의 생의 마지막 게송(偈頌)과 같이 삶이란 너무나 허무하다. 향년 구십을 넘기고 가셨음에도 화장장에 들어가실 때 이승과의 인연을 끊음으로 인한 그 슬픔은 젊은이나 나이가 많은 사람이나 다를 바가 없지 않나를 생각해 본다. 얼마 전에 어머님을 머나먼 길을 보내드리고 마음이 찹찹하여 그 묘소에 아래와 같이 만가를 지어 올렸다.

어머님의 만가(輓歌)

깊어만 가는 가을하늘 아래
시월의 마지막 날인 삼십일일의
모퉁이를 돌아
그 이튿날 편안한 오후 한나절

그가 살아왔던 시골의 한적한 자택에서
삼 남매가 그 곁을 지키면서
옛이야기를 나눌 때
그는 아무 말 없이 이 세상 모든 것을
내려놓고 훌쩍 떠나셨다.

열아홉에 시집와 없는 살림에
우리 육 남매 낳아 기르며
형용할 수 없는 힘든 생을
보낸 우리 어머니

당신의 영전에서
영결종천의 애절함에
형제들은 속울음을 삼키며
절규했습니다.

어머니! 편히가십시요!
엎드려 바라옵건대 극락왕생을
기원드리며 부디 영면하시길
손 모아 비나이다.

2020. 11. 11.
애고자 육남매의 맏이 영신 돈수재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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