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호 광양경찰서장, 27년차 경비·교통 분야 전문가

과감한 행정력 추진으로 시민 생활 곳곳 변화의 바람
“지휘관의 권위 내려놓고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임할 것”

광양경찰서 입구에 들어서자 각 잡힌 제복을 갖춰 입은 경찰이 출입처를 묻는다. 경찰서장실이라는 간단한 답변을 하고 청사 2층 계단을 오르는 길. 경찰서의 단단하고 딱딱한 이미지에 어느샌가 옷매무새를 고쳐가며 서장실 문을 두드렸다.

김중호라는 이름 석 자가 선명히 새겨진 제복을 입은 김 서장이 환한 웃음으로 맞이한다. 인사 후 자리에 앉자 시작된 대화에서 나는 적잖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낭만 닥터’라는 드라마에서 나오는 기억에 남는 대사를 되짚는 김중호 광양경찰서장. 자녀 문제로 고민스러워 보이는 여직원에게 “사람은 믿어주는 만큼 자라고, 아껴주는 만큼 여물고, 인정받는 만큼 성장한다”는 대사를 위로 대신 전했다는 일화를 들으며, 업무가 주는 정돈되고 경직된 이면에 한없이 부드럽고 자상한 사람 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

▲ 김중호 광양경찰서장

지난 8월 20일 건설노조 집회가 극에 달해 광양시청 1층이 점령된 급박 했던 그 날. 제80대 광양경찰서장으로 임명된 김 서장의 취임식이 예정돼 있었지만, 김 서장은 경찰서에서 환대와 축하를 받는 권위와 형식을 벗어던졌다. 바로 시청 집회 현장으로 달려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면 현장 상황을 진두지휘했다. 결국 화려한 취임식 대신 바로 실무에 나서며 광양에서의 임기를 시작한 것이다. 형식보다는 실무를 중시하는 담백한 성품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김 서장은 1995년 간부후보 43기로 경찰에 입문, 2008년 경정으로 승진한 후 목포·여수·순천시 경비교통과장, 전남청 보안계장, 전남청 여성보호계장, 전남청 경비경호계장, 전남청 경비교통과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1월 전남경찰청 경비경호계장 당시 경찰들의 꽃이라 불리는 총경으로 승진했다. 그리고 무더위가 막바지로 치닫던 8월 말 광양경찰서장으로 임명받으며, 광양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수장이 된 것이다.

사명감 하나로 올곧게 지켜온 경찰 생활 27년. 경비 분야에서 23년, 교통 분야에서 15년을 근무한 경력은 시민들이 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경찰행정을 펼치는데 큰 길잡이가 되고 있다. 미아를 찾아 부모에게 인계한 일, 분실물을 찾아 주인에게 돌려주는 생활 민원부터 대규모 집회 현장 보안까지, 현장 곳곳을 누비며 쌓아온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자산이라고.

김 서장은 “경비 분야와 교통 분야에서 근무한 지난 시간은 막중한 업무와 돌발적 상황 대처, 우여곡절 많은 눈물의 세월이기도 하지만, 어떤 경찰행정 업무도 세심히 살피고 아우를 수 있는 혜안을 준 감사한 시간이기도 하다”며 “여수에서 수 천명이 운집해 7개월 동안 쉬지 않고 진행됐던 플랜트노조 집회 현장도 큰 인명사고 없이 끝낸 것에 대해 다행스러운 기억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경찰행정 중 특히 시민의 생활에 밀접하게 관련된 경비 분야와 교통 분야 전문가인 김 서장은 광양경찰서 부임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벌써 눈에 띄는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부임 직후 지역 내 가로등, 경광등 교체작업, 가로수 및 인도 근처 풀 제거 작업을 대대적으로 실시했으며, 교차로 580개소의 미비 사항 보완조치를 진행 중이다. 우천 시 야간운전을 하는 경우 노면표시와 안전표시가 필요한 여러 곳을 지정하고 개선해 교통사고 위험률 줄이기를 도모했다. 이 같은 예방적 경찰행정은 전년 대비 사망자 수 2명 감소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경비 행정에도 남다른 애정을 드러낸 김 서장은 “과거의 범죄 발생 후 대처하는 응보적 경찰활동은 범죄 예방에 한계를 가지는 모델이었다. 시대가 변하고 범죄 형태 또한 달라짐에 따라 검거보다는 예방이 선행되는 생활밀착형 경찰행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라며 “경찰이 생활 곳곳의 사회적 약자를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제대로 한다면, 안전이라는 테두리 안에 시민의 행복은 저절로 뒤따라 오는 것”이라며 소신을 밝혔다.

그러한 소신은 과감한 경찰행정 추진으로 시민 생활 곳곳을 변화시키고 있다. 지역 내 대학가를 중심으로 원룸촌에 거주하는 1인 여성 가구를 위한 ‘내 손 안의 안심벨’ 사업은 사업비 3억을 투자해 안전망을 구축했다. 이륜차, 전동차 운전을 하는 노인 세대를 대상으로 안전 운전에 대한 인식 강화, 야간 운행 시 밝은색 착용 권고 등으로 안전사고 예방에 힘을 쏟고 있다. 폐지를 줍는 이들의 안전을 위해 노란 조끼를 배부하고, 노인 돌봄요양보호사와 협력해 노인학대 여부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살피고 있다. 탈선 청소년 예방 활동을 위한 상담, 공원 주변 학교폭력 예방 활동 등 세심한 행정을 펼치고 있다.

김 서장은 “시민에게 다가서는 예방적 경찰행정을 통해 더 안전한 시민의 삶을 위해 낮은 자세로 임할 것”이라며 “지휘관으로서는 권위를 내려놓고 솔선수범의 자세를 갖는다면, 직원들은 각자 직분에 맞게 최선을 다해 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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