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밥 먹다가도 걸릴 수 있다, 긴장 팽배

9월과는 또 다르다.
대부분 감염경로가 단순했던 9월과는 달리 지난 11일부터 다시 시작된 코로나19 감염 확산추세는 폭발적인 데다 감염경로조차 불분명한 깜깜이 전염추세를 보이고 있다. 더 나가 확산추세가 매우 빠르고 일상생활을 통한 조용한 전파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확산이 우려되는 이유다.

특히 광양과 순천, 여수는 물론 구례와 경남 하동군 등 광양만권을 공유하는 대부분 지역에서 집단감염 현상이 빚어 지면서 9월 이후 일상생활로의 복귀를 꿈꾸던 광양 민심은 찬물을 끼얹은 듯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

코로나19 지역 감염 확산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자 광양시도 결국 지난 13일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만큼 방역상황이 엄중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는 n차 감염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데다 무증상 감염사례 역시 20%에 이르고 순천과 여수 등 인근 지역 간 교차 감염사례가 속출하면서 조기 차단에 나서지 못할 경우 지역적 팬데믹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차츰 회복세로 돌아서던 밑바닥 경제는 다시 꽁꽁 얼어붙었다.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전파되던 지난 9월과 달리 피시방과 대중목욕탕 등 코로나19가 일상속으로 침투해 지역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양상을 띠면서 시민사회가 체감하는 감염 상황은 훨씬 더 엄중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직장이나 카페, 사우나, 학교, 가족과 지인 모임 등 일상생활을 통해 퍼져 나가면서 ‘일하다’가 혹은 ‘밥 먹다’가 감염될 수 있다는 공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한 곳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할 경우 상대적으로 방역 당국의 통제가 쉬운 반면 일상생활에서 퍼지는 전파는 방역당국이 통제하기 어려워 확산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는 두려움도 시민들의 발목을 붙잡는 요인이다.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도, 친구와 술 한잔하는 것도, 마트에서 장을 보는 것도 무섭다 보니 심리적 위축에 따른 소비온도는 이미 영하권 한참 아래에 머물러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점심시간 밥을 먹기 위해 북적이던 식당은 한산할 지경. 중마동 음식특화거리나 광양읍 불고기특화거리 등 광양지역 내 주요 음식특화거리는 물론 상가들 모두 마찬가지다.

직장인 상당수가 식당을 직접 찾기보다 배달로 대체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고 일부 업체에서는 식당에서의 식사금지를 권고하는 대신 도시락으로 대체하는 등의 강도 높은 조치가 취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연말을 앞두고 있지만 많은 시민이 자발적으로 지인 모임이나 회식 역시 연기하고 있다. 일부 식당이나 프렌차이즈 역시 홀에서의 영업을 중단하고 배달을 통한 영업에 나서는 등 대면 접촉을 꺼리는 분위기도 읽힌다.

광영동 한 식당 주인은 “이달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으로 매출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한 테이블도 받지 못한 날도 있다. 손님 얼굴 보기조차 힘들어진 게 사실”이라며 “어쩌다 식당을 찾는 손님들도 꼭 손 소독을 하거나 음식을 먹기 전까지 마스크를 벗지 않는 등 극도로 조심스러워하는 등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라고 했다.

중마동 치킨집 주인은 “일주일 만에 30여명이 넘게 확진되는 것을 보고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출 하락이 뻔히 눈에 보이지만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지 홀 영업을 중단하고 배달로 전향했다”며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안전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광양읍에 사는 주부 김모(43)씨는 “지난번과 달리 학교와 대중목욕탕 등 일상속으로 코로나19가 침투하면서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훨씬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고 모임을 피하는 등 스스로 조심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씨는 “아이들에게도 학교와 집 외에는 가급적 외출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며 “일상으로 복귀하는 건 당분간 어렵지 않겠나 생각하고 마음을 내려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광양시청 한 공무원도 “최근 잡혔던 저녁은 물론 점심 약속까지 취소했다. 공직자 대부분이 약속을 취소하거나 미룬 것으로 알고 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 다시 날을 잡자고 했으나 언제쯤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진 상황에서 처신에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그러나 일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거리에서 만난 시민 대부분은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 격상에 동의한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추세가 만만찮은 만큼 방역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광양읍에서 유흥주점을 운영 중인 김 모(49) 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는 게 우리 업종 종사자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매월 매시간이 힘들었는데 또다시 1.5단계 시행에 들어가 어려움이 언제 끝날지 지긋지긋하다”면서도 “전염병 확산을 막는 게 현재로선 가장 시급하니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냐, 그렇게 마음을 추스르고 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지난 9월의 위기 때와 달리 가족, 직장, 학교로까지 광범위하게 번져 지금 잡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시민사회의 인내와 협조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