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차 광양읍 직장인 밴드 음악 동아리
취미로 시작한 버스킹…기부로 이웃 사랑 나눔 실천

옛날 마을 공동 우물터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마을의 대소사를 의논했던 풍경들, 두레, 향약으로 이어오던 공동체의 미풍양속이 현대 사회에 접어들며 산업화와 개인주의, 핵가족화로 인해 사라짐에 따라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의 갈등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에 살면서도 이웃이 누구인지 모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안타까워한 지역민들은 더불어 함께 사는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민-관 협력으로 이뤄지는 ‘마을공동체 사업’도 그 일환이다. 현재 우리 지역에 어떤 마을공동체가 있는지,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 매주 1곳의 마을공동체를 찾아 탐방해본다.<편집자주>

 

 

“‘지역사회에 비타민 같은 존재가 되자’ 우리 동아리의 활동 모토입니다.”
광양읍에서 4년 차 직장인 밴드 음악 동아리로 활동 중인 원영태 비타민 대표의 이야기다.

‘비타민’은 처음 초등학교 학부모들끼리 취미를 공유하고자 만든 동아리다.

기타 연주를 시작으로 점차 구성원이 13명으로 늘며 드럼, 키보드, 젬베, 보컬 등 다양한 장르 음악을 소화하는 어엿한 밴드로 자리매김했다. 아빠와 여가시간을 보내기 위해 따라온 아이들, 지인의 활기찬 모습이 부러워 함께하기로 한 회원들까지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계층이 모였다.

특히 음악적으로 상당한 수준의 역량을 보유하면서 멘토 역할을 하고 있는 김지연 회원과 말 한마디면 악기 수리부터 조명, 무대장치까지 뚝딱뚝딱 만들고 고쳐내는 맥가이버 김재성 회원은 비타민의 보물 같은 존재라고.

자발적으로 모은 회비로 광양읍 옛 경찰서 자리 건물 지하 공간을 임대하고 악기와 음향장비 등을 구입해 연습실을 차렸다.

구성원 대부분이 직장인인 관계로, 저녁시간과 휴일을 이용해 짬짬이 연습한다. 음악이 좋아서, 사람이 좋아서 만난 관계다 보니 함께 연습하는 시간이 구성원들에게도 지친 일상 속 ‘비타민’ 같은 시간이다.

자신들만의 음악을 즐기고 추구하던 ‘비타민’은 이러한 활동을 마을 주민들과 공유하고 그 속에서 작은 행사를 통해 나눔을 실천하고자 마음을 모았다. 지난 3년여간 버스킹 행사를 진행하며 직장 등 여러 곳에서 후원받은 금액과 현장에서 모금한 금액을 광양시사랑나눔복지재단에 기부해 왔다.

그러던 중 조금 더 짜임새 있고 활발한 활동을 통해 주민과 함께 하고 싶어 올해 처음 ‘광양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사업’ 공모에 도전, 선정됐다.

‘광양愛 꽃 피우다’는 비타민이 올해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사업에 신청한 사업명이다.

꽃(FLOWER)은 △유대감형성(Fellowship) 소소한 동아리들의 연합 봉사 △역량강화(Level up) 나눔을 위한 배움 △봉사활동(Outreach) 작은 재주로 지역사회와 나누다(주야간 보호센터 봉사활동) △솜씨(Workmanship) 서천음악회 및 라벤더 축제 공연 △즐기다(Enjoyment)관람NO 참여YES 나도 가수다 △자기계발(Real ability)의 뜻을 담은 약자다.

올해 모든 것을 삼켜버린 코로나 19위기 속에서도 ‘비타민’ 구성원들은 이럴 때일수록 지역 주민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문화 활동들이 필요하다는 의지로 6월 사라실 라벤더와 10월 광양읍 문화원 앞에서 2차례 버스킹 공연을 마쳤다. 야외 행사라고 할지라도 거리두기와 방역 등을 꼼꼼히 준비해 무사히 공연을 끝마칠 수 있었다.

‘둥기 당기 레벨업’ 사업을 통해 퇴직자나 40~50대 주민 가운데 희망자 20여명을 모집해 섹소폰 및 통기타 등 다양한 악기교육도 진행했다.

당초 계획보다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기부활동은 꾸준히 이어갔다. 지난 9일 독거노인을 위한 전기장판 12개를 구매해 광양읍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 기탁한 것을 비롯해 올해는 선풍기 20대, 마스크 500매, 중고도서 300여 권 등을 기부하고, 지난해에도 선풍기 14대와 전자레인지 10대를 후원했다.

원영태 비타민 대표는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것도 좋지만 마을공동체 타이틀을 걸고 하다 보니 성취감도 더 높고 자신감도 생기고, 주민연계 프로그램이 있어 더 많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보람이 있다”며 “코로나19로 몸과 마음이 꽁꽁 얼어붙은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조금이나마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년에는 코로나19가 없어져 보다 많은 공연의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우 리 같은 아마추어가 설 수 있는 공연장이나 무대가 많아지기를 꿈꾸며 회원들과 함께 음반 출시를 목표로 더욱 연습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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