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준 광양중학교 2학년

▲ 조민준 광양중학교 2학년

우리는 모두 바쁘게 살면서 크고 작은 일들에 마음이 흔들리고 들뜨거나 화가 날 때도 있다. 중학교 1학년 때 스마트폰 통신사가 잠시 마비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나는 그 시각 외숙모 댁에 놀러 갔는데, 외숙모가 안 계셔서 현관 비밀번호를 여쭤 보려고 전화를 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물론 집 앞이나 근처 공원에서 기다릴 수도 있었지만 그 상황에서 전화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너무 불쾌하고 짜증이 나 통신사를 원망했던 적이 있다. 이렇게 우리는 살아가면서 별 것도 아닌 일에 감정이 쉽게 변한다.

이범선 작가의 단편소설 ‘고장난 문’은 화가의 죽음을 통하여 심리 변화로 얼마나 끔찍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고장난 문에 나오는 주요인물인 만덕이는 수사관에게 화가의 죽음을 해명하면서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어느 날 화가는 고장 난 문으로 인해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화실에 갇히게 된다. 그곳은 화가가 평소에도 자주 드나드는 곳이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소품과 시설들이 모두 갖춰진 곳이기에 만덕이는 그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화가는 평상시에 안 나가는 것과 못 나가는 것은 차이가 있으며 스스로를 죄수라고 생각하며 갑갑증을 느낀다.

며칠 동안 밤새워 그림을 그리던 때도 있었고 가까이에서 말 붙이는 것조차 탐탁지 않게 여기던 화가는 막상 자신이 화실에서 못 나가자 자유를 박탈당했다고 생각한다, 문이 열리지 않자 외부와 완전히 단절되어 자신이 철저하게 소외되었다고 여긴 화가는 문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상황에 더욱더 집착하게 되고 발작을 한다. 하지만 만덕이의 노력에도 그 문은 열리지 않았고 화가는 다음 날 아침 화실 안에서 질식사한 채 발견된다. 창살이 있는 창문이지만 바람이 훤히 통하는 화실이었기에 화가가 질식했다는 검시관의 보고서도 믿지 않고 수사관은 만덕이를 범인으로 몰아 수감하게 된다.

심리학 용어 중 노시보 효과라는 말이 있다. 플라시보 효과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약효에 대한 불신 또는 부작용이나 염려 등 부정적인 믿음으로 인해 실제로 부정적인 결과가 일어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영국의 과학 잡지‘뉴 사이언티스트’에 따르면 노시보 효과에 대한 15번의 연구에서 환자의 25%가 그로 인한 우울감, 피로감, 성기능 장애, 두통 등 부작용을 보였다고 한다. 또한 영국의 심리학자 어빙 커시는 대학생들에게 깨끗한 공기를 마시게 한 뒤 그 공기에 독성분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거나, 한 집단에게는 여성이 공기를 마시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여러 사람이 고통을 호소하는 결과를 도출했다. 실제로 아무런 해가 되지 않음에도 불신이 가져온 믿음으로 부정적인 결과가 드러났다.

에드워드 공군 기지에서 일하던 머피 대위가 처음으로 사용한 말인 머피의 법칙은 ‘어떤 일을 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고, 그중 하나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면 누군가는 꼭 그 방법을 사용한다’라고 했다. 이는 안 좋은 일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지만 사람들은 안 좋은 일이 반복해서 일어나고 일이 꼬일 때나 의지와는 무관하게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만 일이 진행될 때 머피의 법칙이라는 말을 쓴다. 군집현상으로 설명할 수도 있지만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과학적, 합리적인 설명으로만 해석하기보다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데 그 일에 맞닥뜨린 자신의 자세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화가가 며칠 동안 실제 갇혀 있어도 굶주리지 않고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을 정도의 환경인데도 질식사한 것은 검시관의 부검결과에서도 알 수 있었지만 수사관의 어리석음으로 엉뚱한 피해자가 발생했다. 합리적이며 과학적인 논리로 수사를 진행해야하는 수사관은 편협한 사고를 지닌 채 사건의 실체를 알려하지 않는다. 자신의 불행을 과장하며 스스로 견딜 수 없을 만큼의 큰 공포 앞에서 화가는 허무한 죽음을 맞이한다. 머피의 법칙처럼 불행한 일이 연속적으로 발생해 화가의 죽음을 막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이 마 먹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그 어떤 논리 보다 앞선 심리작용에 대해 수사관도 화가도 인지하지 못했다.

밤새 불안해하며 절망에 빠진 화가의 끝이 질식사였던 까닭처럼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코로나19 시대에 난생 처음 겪는 마스크 지옥과 갇힌 일상이 한참 뛰어놀아야 하는 우리를 질식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하는 게 있다. 우리는 조바심에 어쩔 줄 몰라 난동을 부리며 죽음을 쫓아가는 화가가 아니다. 힘들지만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평정심을 유지해서 일상을 살아가야 한다. 한정된 자유지만 그 안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며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 시련 앞에서 좌절하고 절망하기보다 주저앉아 항복하지 않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마음을 다스리고 긍정의 사고를 가지기 위해 끊임없이 궁리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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