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에게 들려주겠다고 쓴 광양 엄마들의 동화
양육, 가사 관련 경험을 동화로 엮어 공감대 형성

옛날 마을 공동 우물터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마을의 대소사를 의논했던 풍경들, 두레, 향약으로 이어오던 공동체의 미풍양속이 현대 사회에 접어들며 산업화와 개인주의, 핵가족화로 인해 사라짐에 따라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의 갈등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에 살면서도 이웃이 누구인지 모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안타까워한 지역민들은 더불어 함께 사는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민-관 협력으로 이뤄지는 ‘마을공동체 사업’도 그 일환이다. 현재 우리 지역에 어떤 마을공동체가 있는지,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 매주 1곳의 마을공동체를 찾아 탐방해본다.<편집자주>

 

 

2020년 전라남도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으로 선정된 ‘마로현 아이들 이야기’는 마로현(광양시의 옛 이름)에 사는 엄마들이 모여 아이들을 위한 동화를 배우고 쓰는 모임이다.

‘함께 성장하는 부모’를 모토로 하는 마로현 아이들 이야기는 양육에 관한 다양한 경험과 고민, 사례들을 나누고, 조언, 소통하며 더 나은 부모, 더 행복한 자녀, 더 행복한 가족으로 성장하도록 돕고, 부모와 자녀의 양육의 경험들을 책으로 발간, 자녀들과의 추억을 남기며 지역 사회에도 가족 사랑, 부모로서 성장하는 노력과 기쁨을 전파하기 위해 공동체 사업을 추진했다.

마로현 아이들 이야기 양희 대표는 “몇몇 지인들끼리 모여 교류하면서 아이들이 더 크기 전에 추억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의중을 모았고, 조연화 작가님의 도움을 받아 육아와 가사 이야기를 글로 써, 동화책으로 엮어보는 공동체 사업에 도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전문적으로 글을 써 본 경험이 없었던 탓에 처음 써 본 글은 단 두 문장이 A4 용지 두 장 분량을 차지할 정도로 형편이 없었다. 그러나 내가 겪은 이야기, 느낀 감정들을 다뤘기 때문에 소재나 표현만큼은 생생하고 진정성 있게 전달됐다.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같은 글들을 다듬고 첨삭해, 일기 형식으로 썼다 수필로 바꿔보는 등 습작만 몇 개월을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계획보다 적은 인원이 적은 횟수의 모임을 했지만 온·오프라인을 활용해 지속적으로 활동한 결과 각자 한 편씩 쓴 동화 7편을 묶어 동아리 이름을 제목으로 한 동화집 ‘마로현 아이들 이야기 1’을 출간할 수 있었다.

양희 대표는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출판기념회를 열고 사람들을 초대해 저희가 한 일, 발간한 책을 알리려고 계획했지만 그러지 못해 아쉽다”며 “그래도 그동안 함께 모여 자녀들과의 경험을 나누면서 서로 격려하고 공감하는 값진 시간들을 보냈다. 그리고 나누었던 아이들과의 경험들을 다시 동화로 다듬어 나가는 동안 내적으로 성장하고, 가족과의 유대감도 깊어졌다”고 말했다.

실무를 맡았던 김보영 부대표는 “엄마, 아내가 자신의 이야기, 가족의 이야기를 동화로 쓴다는 일에 큰 관심을 느껴 같이 읽고 의견을 나누고, 도움을 주고 받으며 함께 고무되는, 잊을 수 없는 추억들을 쌓게 됐다”며 “드디어 노력한 시간이 책이 되어 나왔을 때 모두 감격스러워했다”고 덧붙였다.

자녀를 키우는데 열정을 바치고, 자녀를 뒷바라지하기 위해 직장에서 일하는 동안 어머니들은 자신만의 꿈을 추구하기 어려워 상실감을 경험하기도 하는데 책으로 발간하는 과정과 실제 결과물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고, 성장하며 큰 기쁨과 성취감을 느껴 눈물을 흘리는 회원들도 있었다고.

단편 동화집 형식으로 출간한 ‘마로현 아이들 이야기1’은 아이든 부모든 누가 읽어도 '어? 우리집 이야기네?' 싶은 공감과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지혜와 감동을 선사한다. 회원들의 자녀가 주인공이고, 실제 아이들과의 경험을 동화 형식으로 썼지만, 그간의 노력으로 문학적으로도 전혀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일곱 편의 작품마다 조연화 동화작가가 그림을 더해 완성했다.

조연화 작가는 “문장 한 줄 완성하지 못해 끙끙대던 엄마들이 어엿한 한편의 동화책을 출간한 작가로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며 더없이 뿌듯해 ‘누구나 도전하면 된다’는 상투적인 이야기를 또 한 번 체감했다”며 “양육과 가사로 인한 스트레스나 크고 작은 상처들을 드러내고 서로 이야기하며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도 값지고, 자존감을 회복하고 특별한 경험을 공유하게 해준 공동체 사업에 감사함을 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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