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예산 두고 막판까지 진통… 80억1408만원 삭감

광양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송재천)가 포괄적 예산 논란 등 난항을 빚은 끝에 광양시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일부 위원 간 이견이 표출되면서 격론을 불러일으켰던 포괄적 예산은 대부분 삭감됐다.

지난 16일부터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심의를 벌여왔던 예결위는 지난 18일 밤 8시에 이르기까지 총무위원회와 산업건설위원회 등 각 상임위원회에서 올린 예산심사 조서를 두고 격론을 벌인 끝에 80억1408만원을 삭감한 1조48억8591만원을 승인 의결했다.

당초 각 상임위원회는 제294회 정례회 기간인 5일부터 15일까지 상임위원회별 소관 예산안의 예비 심사과정을 거쳐 광양시가 제출한 내년 예산안 가운데 80건, 93억1100만원을 삭감한 바 있다.
이중 총무위원회가 태인 장내 포구 어촌뉴딜사업 등 27건 15억7200만원을 삭감했고 산업건설위원회는 부암지구 은퇴자 마을 조성사업 등 53건 77억3800만원을 삭감한 채 예결위에 공을 넘겼다.

예결위는 광양시가 제출한 예산안 중 일반회계에서 46억2411만원, 특별회계에서 33억8997만원을 삭감했다. 다만 각 상임위가 삭감했던 93억1100만원 중 12억9700만원은 예결위 심의과정에서 다시 복원됐다.

예결위 주요삭감 내역을 살펴보면 일반회계 53건이 전부 또는 일부 삭감됐다. 특별회계에선 광양시가 요구한 도시개발사업비 37억3천만원 중 33억원을 삭감하는 등 8건이 상정돼 일부 삭감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시민대토론회 △대한민국 의정행정박람회 참가 △인구영향검토 자문수당 △청년꿈터 쉼터 조성 △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 가입장려금 지원 △청년부동산 중개보수 지원 △출산장려시책 캠페인 광고 △태인장내포구 어촌뉴딜사업 △미술관 앤 미식투어 △백운기전국고교축구대회 △광양컵 SBS프로볼링대회 △제53회 추계 전국초등학교배구대회 △공동주택 아카데미 운영 △농산물 수급조절 저온저장고 지원 △와우지구 생태공원 벽천분수 등 사업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특히 포괄적 예산으로 불리는 대부분의 사업예산 역시 전액 삭감됐다. 마을안길 정비공사 등 주로 건설과가 사업내용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예산을 수립한 경우 모두 서슬 퍼런 칼날에 떨어져 나갔다.

규모는 건설과만 9건에 23억원이다. 이밖에 △부암마을 주차장 조성사업 6억5천만원 △광영중앙교회 위 도시계획 도로공사 9천만원 △광양읍 인동도시계획도로 5천만원 등도 전액 삭감됐다.

이번 예결위 심사와 관련 주목할 만한 지점은 포괄적 예산에 대한 상임위 삭감 조서가 대부분 인용된 점이다. 상임위가 삭감한 포괄적 예산이 예결위 심사과정에서 복원됐던 관례에 비춰 다시 수립될 것이라는 우려가 시의회 내부는 물론 시민사회에서도 적잖이 흘러나왔으나 진통 끝에 대부분 삭감됐다.

산업건설위원장이기도 한 정민기 위원은 “지방재정법과 행안부 지자체 예산편성 운영 기준에 의하면 사업의 목적이나 추진계획 등을 사전에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않은 채 포괄적으로 예산을 집행할 수 없음에도 마을 안길 정비나 진입로 정비라는 이름으로 수십억원에 이르는 포괄적 예산이 수립되는 관행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이를 인정할 경우 의회의 권유 권한인 예산심의라는 의회의 권한과 책임을 포기하는 것일 수도 있는 만큼 오래전부터 포괄적 예산의 수립이라는 관행을 끊어내야 한다는 의회 내부 목소리가 상당했다”며 “이번 예결위에서 그 같은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고 풀이된다”고 밝혔다.

소위 시장 재량사업비로 불리는 포괄적 예산은 지역이나 사업명, 항목이 명확히 명시되지 않고 단순 포괄적 명칭으로 편성된 예산으로 시장이 마음대로 집행할 수 있는 전형적인 선심성 예산으로 꼽힌다.

포괄적 예산은 골목길 정비, 경로당 보수, 농로 포장 등 다양한 민원을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일부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단체장 생색내기용으로 사용되거나 사전선거용으로 사용되는 등 역기능이 심각해 엄격히 기준을 두고 운용돼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광양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역시 이번 예산안 심의를 지켜보며 포괄적 예산이 수립될 경우 성명을 발표하는 등 공개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광양시가 의회에 제출한 2021년 예산안 총 규모는 총 1조12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5% 373억원이 감소했다. 일반회계 8019억원, 특별회계 2110억원이다.

광양시의회는 예결위에서 심사한 2021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은 오늘 열리는 제294회 정례회 제3차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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