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서 광양여자 중학교 1학년

▲ 박현서 광양여자 중학교 1학년

로크가 등장하기 전 대부분의 철학자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인간의 머릿속에 지식이 들어있다’고 생각했지만 영국의 철학자 로크는 ‘인간의 지식은 경험이 쌓인 것이다’고 했다. 색깔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장님은 색깔을 알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경험은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어쩌면 우리는 경험이 없다면 아무것도 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저번에 A라는 방법에 실패했다면 이번에는 B라는 방법을 시도하는 것처럼 우리는 시행착오 속에서도 경험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하고 성숙해진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사회탐구영역에는 윤리와 사상이라는 과목이 있을 정도로 청소년기에 철학은 매우 무게감 있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인생 최대의 시험에서도 출제되는 철학이 청소년 시기에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청소년기에는 학업에 대한 정진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의 방향과 가치관을 확립해 나가는 시기이다. 더없이 민감하고 순수한 청소년기에 자신을 돌아보는 질문을 던지는 철학을 배운다면 올바른 선택을 했던 인생의 선배들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

즉각적인 반응을 바로바로 느끼는 청소년기이기에 중요한 선택에서 자칫 예민해져 잘못된 길로 들어설 수도 있으며 그 선택은 자신의 인생을 망치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으려 애쓰는 가운데 청소년들은 삶의 본보기가 될 만한 롤모델을 갈구하게 되며 사소한 생각이라도 꼬리 물기를 통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만큼 깊이 있는 성인으로 자랄 수 있다.

‘신은 죽었고 이제는 나 혼자 가야만 한다’며 아주 파격적인 선언을 했던 니체의 말이 철학자들의 주장 중에 가장 와 닿고 이성적으로 느껴진다. 다른 철학자들은 신은 존재하며 신의 뜻인 진리는 무엇인지만 연구하고 또 생각했지만 니체는 전혀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 신이란 존재에 대한 여부부터 생각했다. 시대의 상황에 의해 그렇겠지만 다른 철학자들은 신에 대한 의심 없이 원래부터 존재했다고 믿었는데, 사람들에게 외면받을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을 끝까지 믿는다는 근거 있는 자신감을 비친 니체가 멋있었다.

또 니체는 세상을 떠날 때 자신의 제자들에게 홀로 가야한다고 했는데 그 말에 공감이 갔다. 개체인 자신의 인생은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고 뒷받침해줄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홀로 가야 한다는 니체의 말이 책임과 의지를 다지게 해주고 마음에 자리 잡았다. 쉽게 포기하고 싶거나 힘들 때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지만 어느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내 인생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깨닫고 있는데 너무나 당연하다는 말은 무척이나 큰 격려로 다가온다.

그저 원래 있던 것만 믿고 당연하다 여기지 않으며 귀찮더라도 한 번 더 생각하고 자세히 살펴봐서 내 삶에 의미 있는 가치나 이 세상이 내게 던지는 값진 질문을 품어야겠다. 각자에게 중요한 가치들이 수두룩하겠지만 기억하고 마음에 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렇기에 하루하루 나날들을 수많은 경험으로 채우며 의미를 되새기며 삶을 헛되이 보내지 않아야겠다. 마지막 생을 마감할 때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게 열심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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