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독거노인 한끼 밥 챙겨온 숙이네 반찬 가족

어느날 김은훈 숙이네반찬 대표는 노인들이 아침부터 길게 줄을 서 무언가를 몇 시간째 기다리는 광경을 목격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나중에서야 어르신들이 무료급식소에서 운영하는 점심 한 끼를 위해 아침부터 줄을 섰다는 걸 알게 됐다. 김 대표는 충격이었고 가슴 뭉클함이 올라오며 내내 가슴 아팠다.

2015년부터 남편, 어머니와 함께 반찬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 대표. 반찬가게 운영을 하니 어떤 식으로든 어른들께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가족에게 알렸다. 손이 커 누구에게든 나누기 좋아하시는 그 어머니에 그 딸. 그리고 사랑하는 남편과 의기투합해 어르신들께 가정으로 도시락을 배달하자고 뜻을 모은다.

김 대표는 “공장이나 병원, 대형시설에 반찬 배달을 하니, 어차피 하는 음식 조금만 넉넉히, 내 몸 조금만 더 움직이면 어르신들 한 끼가 든든할 거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라며 “경제적인 것을 계산하며 시작했다면 결코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랑나눔복지재단, 주간보호센터, 옥룡면사무소 등을 통해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정부혜택마저도 해당 사항이 없는 노인들을 소개 받았다. 김 대표가 배달하는 도시락 하나로 하루를 버틸 만큼 어려운 어르신들을 찾아 가정까지 직접 전해드리고 있다.

태풍으로 비바람이 몰아쳐도, 장마에 우산하나 의지하고, 땡볕에 비지땀을 닦아가며 언덕 같은 비탈 시골집을 방문하는 여정. 거동조차도 어려워 가정에서만 지내시는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단 하루도 쉴 수 없다고 말하는 김 대표의 고운 심성이 가슴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평일 5일을 매일 광양읍과 근처 면 단위를 돌며 도시락을 배달한다. 어르신들은 하루 유일한 한 끼의 도시락이 반갑고, 대화할 수 있는 누군가가 오는 것이 기쁜것”이라며 “도시락 봉사는 식사를 챙겨드리는 것을 넘어서 정서적 안정감도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날마다 별일은 없으신지 어르신들의 건강을 살피는 것도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일”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혼자만의 의지라면 도시락 배달 봉사를 해내지 못했을 일”이라며 “단체급식과 도시락 배달이 주업인데, 반찬봉사 음식까지 준비하느라 새벽부터 출근해 준비하는 어려움도 있지만, 기쁘게 동참해 주는 가족들과 직원들께 고마울 따름”이라고 전했다.

앞으로 더 많은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 범위를 넓혀보고 싶다고 전하는 김 대표. 내년에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위해 가정으로 배달해 드리는 도시락 봉사와 함께 무료급식소를 열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께 따뜻한 한 끼 대접해 드리려면, 지금보다 더 열심히 일할 동기부여가 된다고 한다.

겨울은 점점 깊어지고, 차가움이 짙어질수록 마음은 한없이 움츠러드는 요즘이다. 더욱이 코로나19로 겪는 경제적 어려움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만큼 보편화 되었다. 이런 어려운 시기에 남을 위해 내 것을 나누는 것은 더많은 경제적, 심적 부담을 안아야 한다.

풍족할 때 하나를 주는 것과 어려울 때 하나를 내어주는 일은, 분명 마음의 크기가 다를 것이다. 날씨는 점점 더 추워지겠지만, 우리 주위 훈훈한 온기를 불어넣는 이들이 있어 춥지만은 않은 겨울나기가 될 것 같다.

오늘도 김 대표는 정성스레 준비한 도시락을 들고 칼바람을 가르며 어느 시골 골목길을 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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