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명 주민 거주하는 작은 산골마을
전통두부만들기로 마을기업 꿈꿔

옛날 마을 공동 우물터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마을의 대소사를 의논했던 풍경들, 두레, 향약으로 이어오던 공동체의 미풍양속이 현대 사회에 접어들며 산업화와 개인주의, 핵가족화로 인해 사라짐에 따라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의 갈등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에 살면서도 이웃이 누구인지 모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안타까워한 지역민들은 더불어 함께 사는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민-관 협력으로 이뤄지는 ‘마을공동체 사업’도 그 일환이다. 현재 우리 지역에 어떤 마을공동체가 있는지,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 매주 1곳의 마을공동체를 찾아 탐방해본다.<편집자주>

 

 

광양의 동북쪽 가장 끝 마을인 다압면 금천리 매각마을은 중마동에서 섬진강을 따라 차로 1시간쯤이나 걸리는 산 중턱에 위치한 마을이다.

매각마을에는 24가구 32명의 주민들이 거주 중이다. 주민 대부분이 70대 이상의 여성 노인인데다 행정구역상 광양에 포함되어 있지만 거리상 구례나 하동과 가까워 다양한 문화나 복지 혜택에서 소외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매각마을은 깊은 산골에 위치한 터라 6·25전쟁 당시 빨치산이 숨어들어 많은 주민들이 그들의 손에 희생당하고 곤욕을 치른 애환이 깃든 고을이다.

이런 아픔을 가진 매각마을에 활력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젊은 외지인 이장네 부부가 이주해오고서부터다.

김형일 매각마을 이장은 “2010년 지리산 인근에 귀농을 결심한 이후 터를 알아보다 우연히 매각마을을 발견하고 풍광에 반해 뭐에 홀린 듯 그날로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낯선 타향살이임에도 특유의 친절함과 젊은 열정으로 원주민들과 허물없이 지내다보니 주민들은 그를 새마을 지도자부터 시작해 각종 요직을 맡기더니 2년 만에 이장으로 추대했다.

김형일 이장은 도심에서 너무 떨어져 있어 건강사업이며 각종 복지혜택에 소외된 주민들을 위해 시청과 면사무소를 뛰어다니며 각종 공모사업에 도전했다.

농촌소득사업으로 60억을 받아 마을에 ‘메아리 휴양소’라는 체험시설을 만들고 숙박업체와 인성학교 등으로 운영해 흑자를 이뤄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마을 기업에도 관심을 가진 김 이장은 그 첫걸음으로 지난해 마을공동체 지원센터와 인연을 맺어 마을에 벽화도 그리고 나무를 심는 등 환경정화 사업을 진행했으며 올해도 광양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사업을 진행했다.

특히 올해는 전통두부를 생산하는 마을기업 창업을 준비하기 위해 기존의 번거로운 두부만들기 과정을 간소화해 위생적으로 만드는 공정을 개발하고 전통의 맛을 유지하면서도 혁신적인 두부를 개발하기 위해 ‘전통두부만들기’ 사업을 추진했다.

공동체 대표인 김주욱 매각마을 노인회장은 “코로나19로 마을회관이 폐쇄되고 면역력 약한 어르신들이 염려돼 계획만큼 사업을 수행할 수 없어 아쉬웠지만, 한번은 두부를 만들고, 한번은 김치를 담그며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어르신들과 함께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만족한다”고 밝혔다.

고한상 사진작가의 적극적인 협조로, 이들은 마을주민들이 올해 활동한 사진을 앨범으로 제작해 각 가구에 배부하고 마을의 역사기록물로 마을회관에 비치할 계획이다.

김형일 이장이 여성 어르신들과 서슴없이 소통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그의 아내이자 마을 부녀회장으로 오래 봉사해 온 윤은옥씨의 도움이 컸다.

윤은옥씨는 마을의 막둥이로서 어르신들의 손과 발을 자처하며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특히 거리 탓에 전문 강사들이 자주 방문할 수 없어 노인 복지 프로그램 수혜 기회가 적은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비누공예와 퀼트 등을 배워 직접 강사로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웃음치료와 치매 예방 강사 양성과정을 수강하며 어르신들에게 더 많은 추억을 만들어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김형일 이장은 “몇 가구 안 사는 산골짜기 작은 마을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가족처럼 의지하고 서로를 보듬어주며 살아가고 있다”면서 “사람들이 북적북적 찾아오는 매각마을을 만들기 위해 주민들과 함께 살기 좋은 마을로 가꾸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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