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을미 광양시어린이집연합회 회장, 보건복지부 장관상 수상

지역 내 보육서비스 질적 향상에 기여 인정받아

▲ 박을미 광양시어린이집연합회장

“내 품으로 찾아온 아이들을 잘 길러내겠다는 신념 하나로 36년 보육인의 길을 걸어왔다. 지인들은 때론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바보 원장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세상 논리나 이익의 잣대에서 바보 같은 일임을 알면서도 그 길을 선택했고, 후회 없이 걸어온 삶에 작은 훈장이었으리라 생각한다. 보육인으로 묵묵히 걸어온 여정에 애썼노라고 등 다독이며 건네는 따뜻한 위로처럼 느껴졌다”

지난달 18일 보육유공자로 보건복지부 장관을 받은 박을미 국공립 내친구어린이집 원장이자 광양시어린이집연합회장의 말이다.

보육유공자 시상은 보육사업 유공자를 발굴·포상해 공로를 치하하고,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것. 세종시에서 시상식을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광양 시장접견실에서 전수식이 이뤄졌다.

박 원장은 지역사회에서 오랜 기간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많은 보육인들의 귀감이 됐을 뿐만 아니라 보육서비스 질적 향상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됐다.

전수식 전날, 박 원장은 광양시에 전달할 작은 손편지를 쓰며 광양시 보육이 이만큼 성장한 것에 대한 감회와 보육인으로 굳건히 지켜온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울컥했다고. 한 분야에 전문가가 되려면 10년의 공을 들여야 한다고 혹자는 말한다. 40여년 세월을 보육인으로 종사하며 전문가를 넘어 장인의 길에 들어선 박 원장. 아마도 그날 밤은 지난 세월을 되짚으며 생각이 많은 밤이었을 것이다.

인터뷰를 위해 원장실에 들어서자 온화한 성품처럼 아늑하고 따뜻한 기운이 맴돌았다. 오가는 대화에서 박 원장의 정갈하지만, 상대를 편안하게 보듬어가는 인간적인 매력이 인상적이었다.

박 원장은 “20대부터 보육교사를 시작으로 민간어린이집을 거쳐 2007년 현재 위치에 내친구어린이집을 설립했다. 이후 9년 동안 국공립 전환을 위해 열정을 쏟았다”며 “국공립 전환이 보육의 질적 향상을 꾀하는 최선의 길이라는 확신으로 앞만 보고 달렸던 시간이었다. 세속적 이해타산이 있었다면 어린이집을 기증하고 국공립 전환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이어 “국공립은 학부모 부담금이 없고, 교사의 호봉제 적용으로 교사 복지문제 해결, 그로 인한 우수 교사 인력을 배치할 수 있다는 장점을 두루 갖췄다”며 “그러나 현재 광양시는 민간이나 가정 등 모든 형태의 어린이집에 거의 비슷한 지원을 함으로써 국공립이라는 큰 가치는 느끼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는 지역 내 국공립, 민간, 가정어린이집 등 운영 방식에 상관없이 지자체 지원이 비슷한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박 원장은 보편적 보육 실현 측면에서는 긍정적 평가를 했다.

이와 함께 보육재단을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실현되고 있는 보육의 질적 향상은 현장에서 피부로 느낄 만큼 큰 변화를 일으켰다는 것이 박 원장의 평가다. 특히 0,1세 교사대 아동 비율 축소는 보육현장에서 획기적이고 피부로 느낄만한 변화를 가져왔다.

박 원장은 “매년 3월이면 걷지 못하고 한창 낯가림하는 0,1세 담임교사들은, 한 아이를 포대기에 업고 양손에 한 아이씩 손을 잡고 이동해야 했다. 낮가림으로 세 아이가 동시에 울면 교사는 끼니를 거르는 경우가 다반사고, 온몸은 쑤시지 않은 곳이 없었다”며 “광양시가 작년부터 교사와 이동 비율을 1:2로 줄이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적어도 보육교사들이 밥 한술이라도 뜨고 힘을 내서 오후에 일할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졌다”며 보육 현장의 현실을 전했다.

더불어 광양시가 점진적으로 만2세 또한 교사 대 아동 비율을 줄여갈 것이라는 청사진 제시에 보육 현장은 반색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대체 인력 투입과 20년도 교사역량강화비 지급은 금액을 떠나 교사들의 사기진작에 큰 역할을 했다고.

박 원장은 국공립어린이집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병설유치원이나 단설유치원처럼 국가에서 운영·관리하는 국립유치원처럼 국공립어린이집의 방향도 동등한 위치로 나아가야 함을 피력했다. 교육부 소속인 국공립, 사설 유치원은 많은 부분에서 무상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 그러나 국공립어린이집에 관한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은 국립유치원에 비해 현저히 못 미치고 있다고. 국공립어린이집은 이제 국립유치원과 동등한 수준의 무상교육이 이뤄지는 형태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보육현장은 자로 잰 듯 정확한 매뉴얼 대로 움직여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교사와 아이들과의 관계, 즉 인격을 다루고 감성이 존재하는 현장에서는 강한 유동성과 논리적으로만 따질 수 없는 상황이 존재함을 전하고 싶다”며 “일선에서 일하는 많은 보육인에 대한 수고와 노력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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