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간 326회 헌혈로 이웃사랑 실천 이어온 봉건영 씨

우리나라 혈액 보유량에 빨간불이 켜졌다. 전국 혈액 보유량이 적정보유량 5일분의 60%를 밑도는 2.8일분까지 감소하고 있는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코로나19 3차 대확산에 따라 외출 및 집합자제 권고 등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강화로 헌혈의 집 방문 헌혈 감소와 단체헌혈 취소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326회라는 기록적인 헌혈로 봉사를 실천하며 타의 귀감이 되고 있는 봉건영(54) 씨를 만났다.

▲ 헌혈 300회 달성으로 최고명예대장을 수여받은 봉건영씨

“먼저 받았기 때문에 돌려주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에 시작했던 헌혈이 이렇게 긴 세월 동안 하게 됐다”며 운을 뗀 봉건영 씨. 처음 헌혈을 하게 된 계기는 아내의 출산 때문이었다. 난산이었던 아내는 출산 중 긴급 수혈이 필요한 위급 상황이었다. 주위 분들이 헌혈증서를 모아 봉 씨에게 건넸고 아내는 수혈받고 무사히 출산을 마칠 수 있었다. 위급한 상황에서 한 장의 헌혈증서는 큰 의미로 다가왔고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이제 그 자녀가 훌쩍 자라 성인이 된 지금까지 그때의 감사함을 잊지 않고 꾸준히 헌혈을 실천하고 있다.

봉건영 씨는 “위급한 수술상황에서 수혈은 생명을 살리고 죽이는 단초가 될 수 있다. 내가 직접 그 일을 겪으면서 헌혈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몸소 깨달았다”며 “자녀들이 헌혈을 실천하는 아빠를 자랑스러워하며 함께 헌혈에 동참해 줄 때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아직 혈액은 인공적으로 만들거나, 대체할 물질이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헌혈한 혈액은 농축적혈구 35일, 혈소판 5일 등 장기간 보관이 불가능하기에 지속적이고 꾸준한 헌혈이 필요하다.

헌혈은 혈액의 성분 중 한 가지 이상이 부족해 생명과 건강의 위협을 받는 다른 이들을 위해, 건강한 사람이 자유의지를 가지고 아무 대가 없이 자신의 것을 내어주는 것. 봉 씨는 이러한 맥락에서 생명을 나누는 고귀한 행동이며 이웃사랑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헌혈만 326회. 적지 않은 횟수가 말하듯 31살 무렵부터 시작해 23년을 꾸준히 습관처럼 헌혈의 집을 찾는다는 봉 씨. 젊은 시절에는 체력적 부담이 없어 자주 했다. 지금은 체력 부담이 적은 혈장수혈은 한 달에 2회 정도, 전혈은 한 달에 1회 정도로 나이와 체력에 따라 조절한다.

헌혈을 자주 하다보니 모아지는 헌혈증은 급하게 수혈이 필요한 이들에게 대가 없이 나눠준다. 혈소병으로 위급하다는 지인의 연락을 받고 봉 씨는 자신의 헌혈증과 주변인들의 헌혈증을 모아 건넸다. 오랜 세월 헌혈을 해왔던 봉 씨에 대한 소문으로 위급하게 헌혈증이 필요한 이들의 연락이 오기도 한다.

이웃의 어려움은 다양하다. 물질적, 경제적 어려움을 돕는 봉사도 의미 있지만, 봉 씨는 헌혈 또한 봉사의 일종이라고 강조한다. 건강할 때 헌혈을 하는 것은 자신과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나눔임을 그는 소신을 담아 전하고 있었다.

봉건영 씨는 “몸으로 하는 봉사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여건이 여의치 않은 이들에게 헌혈을 권하고 싶다”며 “헌혈 전 헌혈에 적합한지 여부를 판단키 위해 몇 가지 무료검사를 실시한다. 간단한 검사지만 기본적인 건강상태를 파악할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이어 “헌혈 횟수가 의미 있는 것이 아니다. 긴 세월 생명을 나누는 고귀한 일에 동참해 온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몸 관리를 잘해서 체력이 허락할 때까지 헌혈은 하고 싶다. 많은 이들이 나와 같은 자부심을 함께 느껴보면 어떨까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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