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주(진보당 광양시위원회 위원장)

지난 21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1차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

지난해 만도 16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기사를 접한 우리에게 참 반가운 소식이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진경호 위원장이 “택배가 도입된 지 28년 만에 택배노동자들이 공짜노동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고 벗어난 날”이라고 반겼다고 하니 이번 합의의 성과와 택배노동자들의 심정을 짐작할 수 있겠다.

택배노동자들은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1월 27일부터 ‘살고 싶다, 택배노동자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었다. 지난해에도 정부의 대책이 발표되고 택배사별로 계획을 수립하라 권고했지만 그 이행 정도가 미미했기 때문이다.

사회적 합의의 핵심 내용은 그동안 공짜노동, 과로사 주범으로 지목됐던 분류작업을 택배기사 고유업무에서 제외한 것이다. 분류작업을 자동화하며, 전담인력을 투입하거나 택배기사가 분류업무를 진행할 경우에는 수수료를 지불하도록 했다.

또한 새벽에 나와 밤 늦은 시간까지 주 평균 72시간 내외였던 노동시간을 주 60시간으로 제한했으며, 심야배송도 밤 9시까지로 정했다. 택배비(소비자가 부담하는 금액)와 택배요금(화주가 택배기사에게 지급하는 금액) 적정화를 위해 용역을 실시하고 전반적인 거래구조 개선을 해나가기로 합의했다.

특히 배송물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명절연휴 기간에 대한 대책도 논의했는데, 예를 들면 이번 설 성수기인 1월 25일부터 2월 20일까지를 ‘택배 종사자 보호 특별관리 기간’으로 설정하고 합의내용 이행 등 일일 점검 체제로 돌입한다는 내용이다. 배송 지연에 대한 책임도 노동자에게 전가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 사회적 합의가 잘 지켜지려면 합의 당사자들, 화주들과 택배사, 정부의 노력이 가장 우선이지만 우리의 관심과 사회적 연대도 더 강해져야 한다.

이전 택배노동자의 과로사를 접한 우리들은 어땠나. 참담한 심정으로 내 가족, 이웃의 일이라 여겼고, ‘늦어도 괜찮아’, ‘택배기사님 감사합니다’ 등의 문구를 집 앞이나 아파트 택배보관소에 붙이고, 음료나 과자류를 놓고 응원했었다. 자발적으로 연휴 기간 2~3일 전 택배 주문을 중단하고 택배노동자에게 휴가를 주자는 운동도 벌였었다. 이런 응원의 메시지는 지금도 유효하다. 이제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들에게 온전한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는 운동이 함께 벌어졌으면 좋겠다.

코로나시대 언택트 물량이 많아지면서 택배량도 많아지고, 배달 관련 업종과 노동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여전히 택배노동자나 라이더 등 플랫폼노동자들은 노동자성을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되어 있다. 이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온전히 보장받기 위해서는 지금의 사회적 합의가 잘 이행되는 것과 더불어,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자유롭게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이 기본이고 핵심이기 때문이다.

택배노동자들이 이끌어낸 사회적 합의가 우리 사회 특수고용, 불안정노동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실마리가 되길 바라며 더 큰 연대를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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