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만녹색연합 두꺼비 산란지 정화활동 나서

야생동물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방안 마련 필요

절기상 대한(大寒)이 지난 이틀 만에 봄을 예고하는 양서류 산란이 시작됐다. 우수(雨水)에 땅이 녹고 경칩(驚蟄)에 개구리가 겨울잠을 깬다는 말도 이젠 옛말이 됐다. 작년 산란이 시작되었을 때도 예년에 비해 한 달가량 빨라졌는데,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올해는 45일 가량 앞당겨져 산란이 시작됐다.

2006~2012년 국내 국립공원의 로드킬 조사 자료에 따르면 로드킬을 당하는 동물 중 가장 많은 비율(56%)를 차지하는 것이 양서·파충류이고, 포유류에 비해 양서류의 로드킬 수치가 해가 지날수록 낮아지고 있다. 수치로만 보면 양서류의 서식환경이 개선됐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그 반대이다. 세계적으로 양서류 개체군이 감소하고 있으며, 다른 동물군보다 빠르게 멸종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양서류는 자연생태계 먹이사슬의 중간자적 위치를 차지하는 분류군으로 생태계의 건강성을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인간 활동에 따른 도로 건설이나 택지개발, 개간 등으로 양서류 및 두꺼비의 서식지가 크게 훼손되고 있는 실정이며, 로드킬(road kill) 또한 두꺼비 개체군 보호와 유지에 커다란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광양만녹색연합은 2015년 3월부터 섬진강 일대의 861번 지방도를 중심으로 51개의 소류지와 논 습지를 찾아 두꺼비의 산란 유무와 로드킬 조사를 실시했다. 중점 조사지점으로는 로드킬이 매우 심각하게 발생되고 있는 진상면 비촌마을 비평저수지와 다압면 면사무소 논 습지를 중심으로 조사했다. 첫 조사였던 2015년 3월4일 비촌마을 앞 도로에서 60여 마리의 두꺼비 사체를 발견하고 섬진강 일대의 두꺼비 로드킬의 심각성을 알렸다.

진상면 비촌마을의 로드킬 시작은 수자원공사에서 1974년 수어댐 조성과 함께 수몰지역의 주민들이 두꺼비 서식지에 마을이 개발해 집단 이주하게 되면서 비롯됐다. 마을과 산란지(비평저수지)사이에 도로가 개발되면서 40여년 동안 성체두꺼비들과 새끼두꺼비들이 차에 깔려 죽어 서식지 보호를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했다. 두꺼비들이 산란장소를 해가 지나도 지속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연어의 모천회귀(parent-stream revolution) 본능과 유사하게 두꺼비도 자신이 태어난 산란지(논, 저수지)를 본능적으로 인지하고 있다.

광양만녹색연합은 생태통로가 조성된 2017년부터 생태통로의 영향 및 로드킬의 주요 환경적 요인을 지속적으로 조사·분석 하고 있으며 전국의 양서류보호네트워크와 모니터링 결과를 공유하고 있다. 그 밖에 전국의 양서류 서식지 보호를 위한 생태통로 조성 시, 장단점을 교류하며 양서류 서식지 보호와 야생동물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2018년부터 광양시에서 두꺼비 이동을 돕는 인력을 배정해 로드킬 개선을 위한 시설점검과 인력투입 등 적극적인 로드킬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녹색연합이 조사한 산란시기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2018년까지 로드킬 개체수와 포획이주의 개체수가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지만, 로드킬의 환경적 요인분석을 기반으로 산란이동이 시작되기 전에 주요 요인을 제거해 주는 노력으로 2019년 로드킬 저감과 개체 수 보호 등에 성과가 있었다.

광양만녹색연합 박수완 사무국장은 “야생동물들의 서식지를 훼손하는 개발 계획 단계에서부터 야생동물들의 이동권이 보장받을 수 있는 끈질긴 노력이 필요하다. 무분별한 습지 매립보다는 습지를 원형 그대로 보전하는 것이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생물다양성의 보고와 기후변화대응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습지의 가치를 인식하고 공감해갈 수 있도록 시민들과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지역의 생태·환경교육이 필요하다”며 “개발계획 초기계획단계에서부터 서식지와 산란지 단절은 없는지 꼼꼼히 살피고 야생동물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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