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운 적 없으나 놀라운 그림 솜씨로 유명세 탄 김경식 씨

환갑 넘어 취미로 그린 그림 입소문 타고 알려져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이달 방송 예정

“가난하고 힘들었던 시절, 자투리 종이라도 보이면 사람부터 일상의 모든 것들을 따라 그릴 때 살았음을 느꼈다. 삶의 무게는 하고 싶은 일보다 생계를 위한 삶으로 나를 이끌었지만, 칠순을 바라보는 지금이라도 평생의 꿈이었던 그림을 마음껏 그릴 수 있어 더없이 행복한 일상이다”

따로 그림지도를 받은 적도 없이 독학으로 뛰어난 작품을 그려내며 지역 내 유명세를 톡톡히 타고 있는 김경식(67) 씨의 말이다.

▲ 김경식(67) 화가

김경식 씨는 정규과정의 미술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2016년 광양평생교육관에서 문인화를 잠시 배워보려 했으나 사군자 등이 화폭에 담을 수 있는 사물의 제한과 정형화된 화풍이 스스로에게 맞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는 집에서 독학하기로 마음먹었다. 방 한 칸의 공간에서 붓이 가는 데로 작품활동에 매진했다. 정규과정을 밟지 않았기에 그림에 대한 틀이 없어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신만의 느낌과 생각을 담을 수 있었다.

김 씨는 “다른 화가들이 그린 그림에 대해 심도 있는 해석을 할 만큼 깊은 조예도 전문적 지식도 없지만, 그런 점이 내가 화폭 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이유다”며 “먹은 수백 년이 가도 변하지 않는다는 상징성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먹을 이용한 인물화와 산수화의 매력은 깊고 오묘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아내가 운영하는 치킨 가게에는 그의 작품이 벽면을 가득 메우며 오가는 손님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주로 세밀한 인물묘사와 특징을 잡아내서 실물과 근접하게 그려낸 인물화가 주를 이룬다. 작품들은 마치 사진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실물과 흡사하다. 오직 먹의 농담(미술에서 색의 옅고 진하기를 나타내는 용어)을 붓으로 자유자재로 써가며 인물화를 그려낸다. 시간 날 때마다 하나씩 그리다 보니 인물화는 50점이 훌쩍 넘는다고.

산수화 또한 김 씨가 좋아하고 자주 그린다. 차에 미술도구를 싣고 다니며 어디든 마음에 들어오는 장소를 화폭에 담을 수 있다는 매력이 있어 자주 그리다 보니 현재 60여점을 가지고 있다. ‘산수화는 임의적 변형 없이 사실 그대로를 화폭에 담는 것’이라는 그의 소신을 전하듯 사실적이고 살아있는 생동감이 그대로 전해진다.

김경식 씨는 “사진이나 풍경을 놓고 복사하듯 옮겨 그리면서 스스로 그림을 익혔기에 정통 미술가의 견해에서 기본기가 없는 그림이라고 평가할지도 모르겠다”며 “앞으로 최대한 실사에 가까운 그림을 그리면서도 전통 수묵화의 기법을 접목해 그림의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싶은 욕심은 있다”고 말했다.

늦깎이 화가 김 씨의 숨은 재능은 입소문을 타며 전국방송에서 취재를 마쳤다. ‘세상에 이런일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이달 중 방송 예정이라고 한다. 광양시민신문의 만평을 담당하는 김정국 화백도 전문가로 소개되며 방송출연을 했다.

▲ 김경식씨가 독학으로 그린 인물화는 개인의 특징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김경식 씨의 그림을 접한 김정국 화백은 “김 선생님의 그림은 동양화 재료(먹, 화선지, 붓)를 가지고 서양화 기법에서 흔히 나타나는 명암처리를 해 본인의 재량껏 그림을 완성했다”며 “정통 위주의 그림만을 고집하기보다 자신만의 개성 있는 그림 세계를 만드는 것도 좋은 시도”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덧붙여 “타고난 재능이 있으니 꾸준히 작품활동에 매진하며 열정을 쏟는다면 더 좋은 작품 탄생 될 거라 생각한다”며 “독창적이며 개성 있는 미술가로서 행보를 응원한다”고 전했다.

김경식 씨는 “이 나이에 그림을 그려 돈벌이할 생각도 없고, 그저 평생 그림에 대한 끊임없는 갈망을 조금씩 풀어가는 과정인데 많은 분들이 칭찬과 관심을 가져줘 기쁘다”며 “기존에 해오던 작품들 외에도 도자기에 양각이라는 기법을 넣어 만드는 작품활동도 해보고 싶다”며 열의를 비췄다.

더불어 “광양미협에도 정식으로 가입해 지역사회 여러 미술인들과 교류하고 협력하며 꾸준히 작품활동에 매진할 생각이다”며 “인생의 황혼기를 끊임없이 도전하고 활기차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앞으로의 삶이 기대된다”고 밝은 웃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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