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수제 김부각 생산업체 ㈜해우

(주)해우에서 판매하는 바삭한 맛이 일품인 김부각

2020년 행안부 마을기업 지정

국산 재료와 미강유로 바삭하게 튀겨 고소함이 일품

우리나라에서 처음 김 양식을 시작한 곳 태인동. 광양제철소가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태인동의 겨울날은 이른 새벽 김을 뜨고 너는 것으로 시작됐다. 어른들은 물때 맞춰 섶 밭에 나가 김을 뜯고, 남은 사람들은 마른김을 걷어 상품을 만들다 보면 어느새 한밤중이었다.


이제는 먼 옛이야기가 돼버린 역사이지만 힘든 겨울을 겪은 그들은 가끔씩 그때의 추억을 소환하며 목청을 높인다.

비록 김 생산은 멈췄지만, 아직도 명맥을 이어오는 것이 있으니 ‘김 부각’이다. 김을 주재료로 찹쌀, 참깨뿐 아니라 육수까지 국산 재료만을 사용해 건강한 먹거리를 만드는 김부각 생산판매업체 ㈜해우를 방문했다.

새로 작업장을 마련해 이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든 시설이 깔끔하다.

지금은 태인동으로 행정구역이 바꼈지만, 대를 이어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온 토박이들에게 김은 태인도의 상징이었고, 태인도를 떠올리면 김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각별한 의미다.

이곳에 김부각을 만드는 ㈜해우가 자리잡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하는 김재봉 ㈜해우 대표.


“걷기 시작할 때부터 태인도 사람들은 김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자랐다. 지금은 환경이 달라져 김생산을 못 하지만, 지역민들의 김에 대한 각별한 사랑은 여전히 이어져 오고 있다"며 김 대표가 ‘김’이란 단어가 주는 상징성을 전한다.

섬진강과 남해가 만나는 갯벌에서 국내에서 가장 질 좋은 김 생산으로 이름을 떨쳤던 태인동.

찬 바람 불면 귀했던 김의 저장성을 높이기 위해 안주인들은 부각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으리라. 집집마다 장맛 다르듯 가정마다 부각 맛도 달랐을 터. 가내수공업 형태로 소량씩 지인들에게 판매되던 태인동 아낙들의 손맛과 비법을 이제 ㈜해우를 통해 맛볼 수 있다.

김 대표는 “태인동 도촌마을은 예로부터 가가호호 부각만들기를 부업으로 삼았다. 50년 넘는세월 부각을 만드신 마을 어르신들께서 마을공동체를 결성한다고 전하니, 비법을 아낌없이 전수해 주시고 출자도 해 주셨다”며 “태인동의 특산물 중 하나였던 김부각을 널리 알리고 판매하는 일에 마을 어르신들께서 힘을 모아 주셨기에 최상의 레시피를 찾을 수 있었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마른 김에 비법육수로 맛을 낸 찹쌀풀을 바르고 있다. 짜지않고 바삭한 맛이 특징인 '해우' 김부각

2016년부터 태인동 내의 새마을협의회와 새마을부녀회의 협업으로 부각사업을 통한 전라남도 마을공동체사업을 시작했다. 계량화되지 않은 민가 레시피를 연구하고, 전문가 조언을 구했다. 이와 함께 일반기름보다 3배가 가량 비싼 미강유를 사용해 고소하고 바삭한 맛을 살렸다.

지자체 행사장이나 정부행사가 있는 곳에서 ㈜해우의 김부각은 단연 인기를 끌었다. 바삭한 맛이 일품이라는 쏟아지는 고객 호평은 마을공동체의 힘이 됐다.

2019년 2월에는 ㈜해우는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전남형 예비마을기업에 선정돼 1년 동안 트레이닝을 거쳐, 2020년 2월 행정안전부 마을기업에 선정된다.

보조금으로 지원받은 5천만원은 모두 시설투자와 운영비로 사용하며 더 체계화된 시스템의 기반이 됐다.

김재봉 (주)해우 대표와 직원들

코로나19 여파의 된서리는 ㈜해우도 피해가지 못했다. 정부기관, 지자체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 되면서 매출감소로 이어졌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김 대표. 언택트 시대를 대비해 마을공동체 사업의 판로 전환의 계기가 됐다고 한다. 2020년 매출 90%가 온라인 판매라고.

㈜해우는 태인동 주민과 전문가 2인을 포함해 26명이 출자한 법인기업 형태다. 대표직을 맡고있는 김 대표는 무보수로 일하고 있다.


김재봉 대표는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사명감과 자부심이 없었다면 힘든 일이다. 무보수 대표직으로 꾸준히 마을공동체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며 “함께 일하는 직원분들도 타 직장에 비해 적은 보수지만 협동과 사명감으로 근무해 주셔서 큰 힘이 되며,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언택트 시대가 도래한 상황에서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에 기대는 한계를 넘어서 광
양의 작은 섬이었던 태인동민의 강인한 정신력과 생활력을 보여주고 싶다”며 “작업장 이전과 함께 부각 생산시설도 업그레이드 했다. 지금보다 더 맛난 상품으로 가치를 높이고, 해외수출 판로 개척 등으로 지역공동체 사업의 표본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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