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내 대다수 초·중·고 집합 졸업식 없어

교실에서 영상으로 송사, 답사, 축하 메시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각급 학교의 졸업식 풍경도 달라졌다. 예년같이 졸업생과 학부모, 교사가 강당에 모여 축하하고 친구와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장면은 찾아볼 수 없다.

지난달부터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1∼2월에 예정된 초·중·고교 졸업식과 종업식이 대부분 비대면 또는 학부모 불참 방식으로 전환해 진행되고 있다. 각종 행사를 자제하고 최대한 접촉을 줄여 혹시 발생할 수 있는 학교 내 감염 경로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정규 교육과정의 마지막인 고등학교 졸업식은 비대면으로 진행되더라도 졸업장과 졸업 앨범 등은 학급별로 배정된 시간에 교실로 모여 전달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경우도 방역을 위해 학부모 등 가족 참석은 불가능했다.

광양시민신문은 광영고등학교 졸업식 풍경을 들여다보며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졸업식 모습을 그려봤다.

지난 4일 광영고등학교 3학년 6반 교실. 10시 30분이 되자 교실 앞 모니터에 ‘2020 졸업식’이라는 화면이 뜨며 활기찬 음악이 흘러나왔다. 학생들은 자기 자리에 앉아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다 모두 화면을 응시했다.

국민의례를 마치고 전라남도교육청에서 제작한 영상이 상영됐다.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곡에 맞춰 새로운 꿈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길 바란다는 희망찬 가사를 담아 뮤직비디오 형식으로 제작돼 학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영상 말미에서 장석웅 전라남도교육감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고3을 보낸 학생들의 수고와 사회로 나아가는 시작을 축하한다는 뜻을 전했다.

뒤이어 학교에서 제작한 영상은 잔잔한 음악과 함께 졸업생들이 입학했던 날부터 교내 행사와 학교생활을 담은 사진으로 지난 학교생활을 추억했다. 학교 교직원들의 축하 인사가 이어졌다. 광영고에 재직 중인 교직원들은 떠나보내는 아쉬움과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학생들에게 응원의 말을 건냈다. 고3 담임교사들의 축하영상 메시지가 나올 때 해당 반 학생들은 감사의 박수와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영상이 끝나고 졸업장 수여가 이어졌다. 이종윤 교장이 187명 고3 학생들을 대표한 이채은 학생회장에게 졸업장을 전달했다.

이종윤 교장은 “졸업은 정규 교육과정을 마무리하는 마침표지만 대학 생활과 함께 사회로 나아가는 새로운 시작점이기도 하다. 전라남도와 광양의 인재로써 전국 어디서든 광영고 졸업생의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민주사회인으로 잘 생활해 줄 것을 당부한다”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한 것은 학교였지만 여러분을 양육하고 성장시켜 주신 것은 부모님과 조부모님들의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주위의 모든 분들께 감사를 전하는 오늘이 되길 바라며 여러분의 앞날을 응원한다”고 졸업생들에게 축하의 말을 건넸다.

교장선생님의 축사가 끝나고 선배를 떠나보내는 2학년 박대원 학생의 송사와 3학년 이채은 학생의 답사가 오가며 선후배가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마지막으로 교가가 흘러나오며 유례없는 비대면 졸업식이 마무리됐다.

이사야 졸업생은 “등교할 때 비대면 졸업식이라 뭔가 허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예상보다 영상 편지들도 인상적이고 감동으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며 “비대면 수업이 길어지며 힘들었던 고3 생활이었지만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했던 시간을 추억으로 간직하고, 연락도 꾸준히 하면서 광영고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졸업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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