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해 보이는 플라스틱도 종류별 활용도 달라
배달 음식 선호 추세로 플라스틱류 사용 급증
솜, 의류부터 건축자재, 컨테이너상자 등으로 재탄생

가끔 기름기 자르르 도는 삼겹살 한 점이 생각날 때가 있다. 고기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노릇노릇한 삼겹살에 잘 구운 김치한 점 돌돌 말아 먹는 생각에 침이 고일 때면 별 고민하지 않고 배달앱을 켠다. 어느 순간부터 배달 음식은 코로나19가 가져온 새로운 문화이자 일상이 됐다. 그날도 고기 한 점 생각에 간단히 주문을 했고, 30여분이 지나자 음식이 도착했다.

숯불에 잘 구워진 고기, 김치찌개, 소스 등은 플라스틱 용기에, 야채와 일회용 숟가락과 젓가락, 콜라 한 병이 가게 로고가 크게 적힌 비닐봉지에 가지런히 담겨 왔다. 고기를 구울 때 공간과 옷에 냄새 배임 없이 깔끔하게 삼겹살을 즐길 수 있었다.

▲ 배달음식 한 끼에 배출된 일회용 플라스틱과 생활쓰레기

문제는 먹고 난 후였다. 한 끼 식사를 마친 후 나온 음식물 묻은 플라스틱 용기와 페트병, 비닐의 양이 상당했다. 배달 음식이 담겨왔던 모든 용기는 플라스틱이었고 커다란 비닐봉지에 가득이다. 아파트 재활용 분리수거함에 한 끼를 먹기 위해 사용된 플라스틱 용기를 넣어며 궁금증이 생겼다. 이렇게 쏟아지는 플라스틱은 도대체 어디로 가서 어떻게 재활용되는 걸까. 빈 페트병 하나를 따라 재활용 과정을 따라가 봤다.

쓰레기 수거 차량은 세 종류로 일반쓰레기, 재활용쓰레기, 음식물쓰레기 수거 차량이 각각 별도로 있다. 각 수거 차량은 시차를 두고 지역 곳곳을 순회한다.

새벽 5시, 재활용쓰레기를 수거하는 차량이 아파트 분리수거함 앞에 도착한다. 수거 차량 뒷발판에 몸을 싣고 있던 환경미화원 두 명이 재빨리 내려 재활용쓰레기를 담고 다시 출발한다. 불과 20여초 남짓인 이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 배달음식을 담았던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를 아파트 재활용 쓰레기장에 배출했다
   
▲ 환경미화원이 재활용쓰레기를 수거 차량에 싣고있다

아파트를 벗어나 대로변에 진입한 재활용쓰레기 수거 차량은 전봇대 아래 배출된 다양한 쓰레기 중 재활용 쓰레기만 선별해 수거했다.

비슷하지만 다른 종류의 플라스틱 분류작업

수거를 마친 재활용 쓰레기 수거 차량이 중마동을 지나 광양읍을 향해 달리다 광양쓰레기매립장으로 들어갔다. 잘 정돈된 길을 따라 제법 들어가자 ‘광양자원환경공사 재활용선별장’이 나타났고, 수거 차량은 이곳에다 가득 담았던 쓰레기를 쏟아냈다.

그곳엔 ‘플라스틱 산’이 있었다. 재활용 여부를 기다리는 다양한 플라스틱은 선별장 천장에 닿을 듯 쌓여 있었다. 플라스틱이라고 하지만 음식을 담았던 용기들이 많았고 음식물쓰레기 처리장과도 가까워 악취가 상당했다.

▲ 수거 차량이 재활용쓰레기 선별장에 수거해 쏟아놓은 미분리 상태 재활용쓰레기가 산더미같이 쌓여있다

표유미 ㈜광양자원관리공사 총무과장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배달 음식 주문이 늘고 개인 용기 선호 추세가 지속 되면서 플라스틱 배출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며 “더욱이 명절 전후로 재활용 쓰레기 배출량은 평상시보다 훨씬 많은 상태다. 재활용 쓰레기 선별작업은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 앞으로도 물량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뒷받침하듯 지역 내 재활용 쓰레기 배출량은 2020년 기준 전년 대비 22% 증가했다. 작업 인원은 그대로인데 배출량은 증가하다 보니 현장에서 체감하는 작업 강도는 더하다.

1층에 쏟아 부어진 재활용 쓰레기 더미는 대형 쓰레기 분리 작업을 시작으로 로더와 지게차가 분주히 쓰레기를 여기저기로 옮겼다.

본격적인 작업이 진행되는 선별장은 쉴새 없이 돌아가는 컨베이어벨트 위로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이 냇물 흐르듯 지나간다. 대략 5미터 길이의 컨베이어벨트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작업자가 4명씩 서서 종류별로 분리해낸다.

작업자 앞을 지나가는 4~5가지 플라스틱을 순식간에 선별하는 것은 신기할 정도였다. 빠른 손은 비슷해 보이는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에서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테레탈레이트(PET), 폴리스티렌(PS)를 정확하게 선별해 냈다.

▲ 컨베이어밸트를 통해 플라스틱류 쓰레기가 지나가면 작업자들은 빠른 손놀림으로 선별한다

선별작업은 녹녹잖은 노동환경이었다. 컨베이어벨트의 굉음으로 현장 근무자들의 말을 알아듣기가 쉽지 않았으며, 작업자 주변은 종류별로 분리된 플라스틱으로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다.

이렇게 플라스틱이 종류별로 분리되면 재질에 따라 재활용되는 곳도 달라진다. 페트병은 압축돼 블럭 모양으로 만들어져 두꺼운 철끈으로 묶어 이동이 편리하도록 만들어진다.

운반과 재활용이 편리하도록 1차 작업이 끝난 플라스틱류는 재질에 따라 이동 경로가 달라진다. 1년에 한번 입찰을 통해 재활용 플라스틱 수거업체가 선정되는데 제품 생산을 위한 재생원료 가공업체로 옮기게된다. 지역 내에는 가공업체가 없어 대부분 다른 도시로 나간다.

▲ 비닐류는 약한 열로 녹여 부피를 줄이고 고체상태를 만든다

㈜더함자원은 플라스틱 페트병 압축 블록을 광양자원환경공사 재활용선별장에서 가져와 타 지역 재생원료 가공업체로 납품한다. 올해 3개 업체가 페트병 압축 블록 납품 입찰을 받았는데 그 중 유일한 지역업체다.

신윤호 ㈜더함자원 대표는 “광양은 소도시라 플라스틱 재생원료를 가공할 수 있는 공장이 없어 다른 도시의 가공 업체로 물량을 맞춰 보낸다”며 “300kg 무게의 페트병 압축 블럭을 10개 정도씩 3일에 한 번 주기적으로 수거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리배출은
환경을 지키는 생활 속 실천

이렇게 보내진 페트병 압축 블록은 재생원료 가공업체에서 분쇄·세척·탈수·건조를 거쳐 페트 플레이크(작은 플라스틱조각)로 재생산된다. 운반과 원료 가공시 편리한 형태가 된 페트 플레이크는 다음 가공업체로 옮겨져 시트지나 의류 솜 등으로 재탄생된다.

용기류는 재생원료 가공업체로 옮겨져 파쇄·세척·고온세척·급속냉각을 거쳐 쌀알 크기의 재생원료로 재탄생된다. 이 원료를 통해 팔레트, 파이프, 컨테이너 상자가 만들어진다.

▲ 페트병은 압축해 블록을 만들어 이동이 용이한 상태로 다음 공장으로 보내진다.

비닐류는 태우면 유해물질이 발생하기 때문에 녹이는 방식을 택한다. 이 방법은 부피를 대폭 줄일 수 있고 고체 상태가 되기 때문에 이동과 가공이 편리한 장점이 있어 지역 내 선별장에서
고형화 작업까지 마친 상태로 다음 공정으로 옮겨진다. 제지공장으로 보내지거나 재생제품, 건축자재, 재생유 등 그쓰임이 다양하다.

자원의 순환은 편리함을 추구하면서도 환경을 지키는 생활 속 실천 방법이다. 분리 배출과 재활용이 불가분의 함수 관계를 유지하는 이유다.

광양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배달용기 사용 급증은 어쩔 수 없지만, 음식물 찌꺼기가 묻어있는 플라스틱이나 생활쓰레기와 섞여 배출되는 플라스틱은 재활용할 수 없다”며 “분리 배출을 통해 자원을 재활용하는 것은 성숙한 시민 의식이 함께할 때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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