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과 함께했던 읍면동 근무, 공직의 가장 큰 보람”

21년 공직생활 마감…사회연대운동에 집중하겠다

이충재 공공서비스노동조합위원장이 지난 2일 명예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2년 전 통합공무원노동조합 연임 과정에서 조합원들과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란 게 그의 답변이다.

이 위원장은 “2년 전 위원장을 연임하면서 이번 임기가 마지막이라는 공개 약속을 했었고 임기를 마치면 명예퇴직을 하려는 마음을 먹었다”며 “명예퇴직 결정은 조합원들과 제자신에 대한 약속을 지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국단위노조 위원장을 약 7년을 한 사람으로서 승진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공직에 다시 들어와 동료들과 경쟁하는 자체가 조직과 조합원들에게 면목이 없는 일”이라며 “명예퇴직으로 인해 경제적으로는 어렵겠지만 당당하고 떳떳한 길을 걷는 것이 올바른 판단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1989년 2월 광양읍사무소를 시작으로 공직에 입문한 그는 21년 넘는 공직생활 동안 누구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광양시지부 설립과 함께 공무원 노동운동이라는 한길을 걸어온 인물이다. 공무원노조 활동 중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투쟁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등 숱한 징계와 사법처리 대상이 되기도 했다.

▲ 이충재 공공서비스노조 위원장

지난 21년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떠나는 소회를 물어봤다.
그는 “솔직히 공무원 업무를 보면서 총무과 등 지원부서에 있었을 때보다 읍면동에서 근무하던 때가 가장 재미있었고 보람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특히 “태풍 루사로 주민들이 큰 피해를 겪었을 때 노조 활동마저 접고 밤낮 가리지 않고 오로지 피해복구 지원을 한 일 등 주민과 동고동락을 하듯 지내면서 ‘공무원의 묘미가 이런 거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2014년과 2015년 사이 전체 공무원을 대표해 공무원연금 개혁 투쟁을 진두지휘하면서 많은 고초를 겪기는 했으나 양보와 협상을 통해 ‘국민연금 상향’을 기조로 한 사회적 대타협을 만들어 낸 것도 기억에 남는 일”이라고 밝힌 그는 가장 아쉬웠던 일 역시 “민주노총 등이 사회적 대타협을 거부해 결국 국민연금 인상이 물거품 된 것”이라고 꼽았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는 듯 “현재 한국사회의 심각한 문제인 노사갈등, 사회갈등의 원인 중에 노동계의 이념그룹이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심지어 자신의 주장까지도 당연하듯 부정하는 것을 보고 깊은 절망감이 들었다. 이는 반드시 극복돼야 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의 명예퇴직은 4월 말쯤 결정될 예정이다. 그러나 퇴직 이후 그에게 남겨진 숙제들 역시 만만찮은 상황. 무엇보다 공무원과 교사, 공기업노동자와 연금 유니온 미디어노조, 자영업노동자가 함께 결성한 공공서비스노동조합총연맹(공공노총) 위원장은 계속 안고 가야할 그의 몫이다.

이 위원장은 “현재 노동조합운동이 소수 기득권 노동자 보호 수단이 됐다는 국민적 비판이 상당히 높다. 사회에서 소외 받는 노동자 서민들을 위한 사회연대, 사회운동으로 노동운동이 진보해야 한다”며 “다른 노총들과 연대하면서 사회운동에 대한 의제와 비전을 제시하고 관련한 활동을 꾸준히 하겠다는 게 제 결심”이라고 밝혔다.

또 “세계적으로 기업의 핵심 가치인 ESG(환경보호・사회공헌・윤리경영)과 회원 복리증진을 최우선적 가치로 두는 협동조합운동도 시작할 예정”이라며 “유럽, 미국 등 선진국 노동자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지역경제의 파수꾼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활동을 해왔듯 한국에서도 노동자 스스로 협동조합을 조직해 사회공헌을 활발히 하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활동에 들어가야 할 때”라고 했다.

공직사회에 던지는 한마디 말도 부탁했다. 이 위원장은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 이는 헌법 제7조에서 규정한 공무원의 존재 이유”라며 “불요불급한 잡무, 정치 권력의 부당한 지시와 개입, 악성 민원 등 공직자를 괴롭히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으나 그러함에도 공무원은 국민을 마음으로 섬기는 자세를 항상 견지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놨다.

이어 “공무원들이 승진에 연연해 정치 권력의 불공정하고 부정한 지시에 순종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이는 공직사회를 파괴하고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라며 “부당한 지시에는 당연히 저항해야 한다. 이는 자신과 국민 모두를 지키는 일”이라고 전했다.

특히 “하위직 공무원, 현장공무원들이 신바람 나게 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군사독재정부가 60년 전에 만든 계급제와 보수체계를 개혁해야 한다”며 “공무원들이 권리의식을 갖고 당당하게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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