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서 킹스 크리스찬 스쿨 2학년

▲ 김민서 킹스 크리스찬 스쿨 2학년

학교에 있으면 으레 대학에 가기 위해 학업을 이어가는 친구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대학에 가는 이유를 물어보면 부모님의 기대에 충족하기 위해서이거나 남들이 다 가기 때문이거나 편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라는 등의 답도 들을 수 있다. 나도 그랬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공부를 했다. 내가 바라는 진정한 꿈이 무엇인지 모르기에 바라볼 방향을 찾을 수 없고 어떻게 공부해야 되는지 모르겠다는 핑계를 대며 설렁설렁한 하루를 보내기 일쑤였기에 학습 진도를 따라잡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직업이 곧 꿈이라는 생각은 어릴 때부터 자리 잡은 생각이다. 지금도 “꿈이 무엇이니?”라는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 친구는 세계여행을 하고 싶다든가 하는 광범위한 계획 따위는 없고 다만 대통령, 가수 같은 직업으로 꿈을 대체한다. 심지어 요즘엔 유튜버나 건물주 같은 돈 잘 버는 직업이 주를 이룬다. 오히려 꿈의 범위는 더욱 좁아졌다. 가르치는 일에 기여하는 일이 꿈이라면 꼭 교사가 아니어도 되지만 선생님만 꿈이라고 한정 지어 버린다. 조금만 더 생각하면 각자 잘하는 일을 통해 얻은 수익으로 학교를 짓는 일에 기부를 하거나 다른 재능으로 그 일을 도와줄 수도 있는데 오늘 날에는 돈 잘 버는 일만이 꿈이 되어 버렸다.

어릴 때부터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이름, 나이 그리고 장래희망에 관해서였다. 지금도 듣고 있고, 아마 사회로 나아가기 전까진 주구장창 듣게 될 질문이 될 거다. 그런데 나는 어릴 때부터 ‘운명이다!’고 와 닿는 직업이 없었기에 주로 언니의 꿈을 내 꿈인 양 말하거나, 그때그때 멋있어 보이는 직업을 내 걸로 포장해 근사하게 답을 했다. 미래에 대해 폭넓게 그려보거나 가슴 설레는 일이 무엇이 있을지 등은 아예 생각하지 못하고 오로지 꿈은 직업이라는 잘못된 관념에 갇혀있었다.

상급학교에 진학할 때도 직업을 잘 갖기 위한 학교에 가기를 원했고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도 원하는 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과목만이 중요한 공부라고 확신했다. 시야가 좁았기에 한 학년 한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꿈을 찾지 못했다는 압박이 옥죄어 답답했다. 그러다 최근 ‘에이트 씽크’라는 책을 읽고 신선한 충격에 휩싸여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나만의 시간에 골몰했다. 다른 사람과 차별화된 보편적이지 않아 잘못됐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지극히 정상적인 생각을 해보고 싶어서 시작했지만 결과는 예상외였다.

나는 그동안 세상을 단편적으로 보고 있었다. 그동안 나는 내 가치를 사회적 역할로만 정의를 내리고 있었다. 당연한 듯 의무로 여겼던 개념에서 벗어나려 한동안 생각의 굴레에 빠져있었다. 시간이 조금씩 나를 끄집어내기 시작했으며 예전에 보이지 않던 관점들이 열리며 마치 새로운 문이 나를 향해 손짓하는 기분을 느꼈다. 인간으로서 경험하는 모든 것이 공부임을 알게 되었고, 직업이 내가 아니며 난 그 속에 구속되지도 않는다는 지극히 평범한 생각을 너무나 늦게 알게 되었다.

나를 풍요롭게 하고 다양하게 하는 모든 일이 온전한 나의 꿈이다. 내부의 속박과 공포 그리고 강제된 사회의 체제 속에서 획일적인 행동만 되풀이 하는 나를 돌아보며 능동적이며 적극적인 자유의 기쁨을 발견한 순간 나를 감싸고 있는 모든 사물은 소중함 그 자체였다. 이후에도 꾸준히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주기적으로 가짐으로써 투정 부리고 삐딱한 시선을 가진 나조차도 인정하고 수용하게 되었다. 내 삶에서 진정한 주인이 된 나이기에 앞으로도 쭉‘내’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돌출되는 협소한 나와 부딪치더라도 이제는 그 모든 부분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일을 끊이지 않고 해 나가는 일이 나의 꿈이란 걸 알았기에 때문이며 그 일에 도달하는 과정은 진정한 의미의 자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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