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지 못해 겪은 지난 세월의 서러움
배움에서 느낀 소감 진솔하고 담백하게 담아

제6회 초등학력 인정과정을 수료한 어르신들이 지난 15~19일 졸업작품을 시청 현관에 전시해 이를 관람한 시민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졸업작품에는 시대적 배경과 어려운 환경 때문에 한글을 뒤늦게 깨우친 어르신들의 배우지 못해 겪은 지난 세월의 서러움과, 배움에서 느낀 소감을 진솔하고 담백하게 담았기 때문이다.

광양시가 1억6백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추진하는 성인문해교육 프로그램은 초등학력인정 4개반, 찾아가는 희망교실 7개 반에서 165명이 교육을 받고 있으며, 지금까지 527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초등학력 인정과정 성인문해교육은 의무교육을 받지 못한 만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프로그램으로, 단계별 일정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초등학력을 인정하는 제도이다.

어려서도, 시집와서도 제목에서 느껴지는 삶의 무게. 그 꽃다웠던 새색시가 세월가는 줄도 몰랐던 그 시절. 나이 60세, 부끄러워 가족들 몰래 글을 배워 2020년 전라남도 문해의 달 도지사 상까지 당당하게 수상한 정영희 씨의 작품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눈물의 세월
정영희(62세)

어릴 때 부모 없이 글 배울 때를 놓치고
고생만 하다 당신을 만났소.
아들 셋을 키우며 참 힘들게 살아 왔네요.
애기 낳고 진 자리로 바다에 나가 고기 잡고
녹초가 되어 집에 오면
젖은 불고 시어머니, 시누, 시누 아기까지 돌보고
힘든 세월을 살아 왔네요.

새벽밥해놓고 바다에 가고
젖먹이 애기도 시어머니 시누이 차지고
나는 오로지 일꾼이 되어 바다 일만 했었지요.
젖이 불어 곪아가도 누구에게 하소연도 못하고
눈물로 보낸세월
지금 생각해도 억울하고 눈물이 나요.

무뚝뚝한 당신에게 위로 한 번 못 받고
지금껏 살아왔소
따뜻한 말 한마디 못 해준 당신을
이제 와서 없던 일로 할 수도 없는 서러운 세월이었네요.
그런데 뒤늦게 글을 매워
내 맘을 쏟아낼 수 있어 후련해요!

이제는 바다 일도 않겠다 바랄 것이 없는데
몸이 성치 않으니 서럽네요.

마음대로 읽고 쓰고
어린 손자들에게 동화책도 읽어주고
한글도 가르쳐줄 수 있는데
몸이 성치 않아 힘듭니다.
여보 나 좀 위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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