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 김수희 씨

고향. 차 한 대 들어가지 못하는 오지라도 언제나 그리운 이름이다.
항상 마음은 그곳을 향해 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지만 가족을 남기고 고향을 영영 떠난 이를 보고 있노라면 고향이란 이름이 주는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되새겨진다.

시민신문이 만난 사람 김수희(35·가명)씨. 그는 함경북도 청진 출신의 새터민이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남겨두고 혈혈단신 중국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중국에서의 4년. 말할 수 없이 어려운 시기를 겪었으리라 미뤄 짐작이 간다. 그렇게 4년을 보낸 뒤 우리나라로 들어온 지 만 5년이 돼 간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지인의 소개로 남편을 만나 결혼해 광양으로 내려오게 된다.
하지만 고향의 맛을 잊지 못해 중국에서 건너 올 때 호주머니에 들고 온 영채 씨를 가지고 본격적으로 영채 재배를 시작했다.

영채라는 채소가 다소 생소하지만 사실 영채는 수라상에나 올랐다는 귀한 봄채소다. 특히 함경도 추운지방에서 재배하는 영채는 김치나 겉절이도 해먹고 나물로도 해먹는 등 북한에서는 장수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 제가 너무 먹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어찌하다 보니 벌써 3년 째 하고 있네요. 고향 사람들이 한국에서 영채를 먹을 수 있어서 너무 고맙다고 제게 말을 해요.”
김 씨는 “처음 저희 남편에게 먹으라고 했더니 너무 생소해서 그런지 잘 안 먹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너무나 잘 먹는 거 있죠”라며 수줍게 웃었다.

그렇지만 영채를 보고 있노라면 고향을 떠날 때 가족들이 걱정할까봐 연락도 안하고 온 게 항상 맘에 걸린단다.
그는 “북한에서 살 때 자유가 없고 먹고 사는 게 너무 힘들었다”며 “한국에 오니 자유롭고, 일하는 만큼 노력하는 만큼 그에 따른 대가가 있고, 같은 민족으로 인정해주는 사람들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김 씨는 “영채 농사를 지어 크게 성공해 돈을 많이 벌면 내가 도움 받았던 만큼 어려운 사람들에게 돌려주고 싶다”며 “영채를 한국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 즐겨 찾는 음식이 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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