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실 참교육학부모회 광양지회 정책실장

▲ 박영실 참교육학부모회 광양지회 정책실장

우리나라는 산이 많은 나라다. 그리고 그 곳곳의 산에는 어김없이 산성을 쌓았다. 산성은 우리 민족과 늘 함께 있었다. 적의 외침이 시작되면 산성에 들어가 결사로 항전했다. 오천년 역사에서 산성만큼 환희와 비애를 깊이 간직한 곳이 또 어디 있을까? 산성은 그 자체가 역사며 삶이다. 우리 광양은 조상들의 흔적과 역사가 있는 4대 산성, 마로 산성, 불암산성, 봉암산성(광양 진월 신아리 보루) 그리고 중흥산성이 있다.

오늘 우리는 옥룡면 운평리에 있는 광양 중흥산성에 오른다. 중흥산성은 아침 햇살에 빛나는 산성로를 우리들에게 서슴없이 내주었다. 우리의 요새는 견고해 보였고 고요한 산성로는 우리 답사객을 맞으며, 봄의 향연 진달래가 군락을 이루며 답사객들의 가슴에 설레는 봄바람을 불어 넣었다.

중흥산성은 고려시대에 축조된 산성으로 광양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가파른 산등성이를 그대로 이용해 만든 광양의 유일한 토성이다.

이 산성은 임진왜란 때 승병과 의병을 양성하는 훈련장이었고, 왜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였던 곳이다. 그리고 우리 광양 향민의 치열한 삶의 기록이 있던 곳이다. 중흥산성은 가슴설렌 연분홍 진달래의 애틋한 기록이 있다.

산성을 오르다 문득문득 마주치는 토성의 흔적들에는 우리 조상들의 숨결이 배어있다. 오랜 세월을 거쳐 오면서 산성은 제 몫을 다하고 이제는 다채로운 여행 색채를 내뿜으며 산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등산객들에게는 구불구불한 등산로를, 생태를 공부하는 아이들에게는 학습의 공간을, 오늘 우리와 같은 답사객들에게는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내어주었다.

위기가 닥칠 때마다 넉넉히 사람을 품어 안았던 산성, 지켜내야 하는 절실함이 가파른 절벽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가파른 낭떠러지를 성벽 삼아 차곡차곡 보호막을 둘러놓았다. 중흥산성은 곧 역사의 현장이 되었다.

여섯 개의 산봉우리를 아우르는 산성은 중흥산의 지형을 최대한 활용하여 축조된 천연의 요새로 해발 278m~406m 높이의 여섯 개 산봉우리를 아우르고 있다. ‘세심정(洗心亭)’이라 불리는 정자 인근에 있는 작은 오솔길을 따라 걷다 보면 산성의 정상부에 다다르는데, 동쪽으로 섬진강과 하동군이 있고, 북쪽에는 험준한 산세를 자랑하는 백운산이 있다.

그리고 서쪽에는 순천시가 있고, 남쪽으로는 광양시를 비롯하여 남해의 광양만까지 조망할 수 있다. 그 위치적 요새 덕분에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 산성은 우리의 역사 속에서 산이 기억하는 역사가 되었다.

둘레가 4000m에 달하는 산성은 동서방향으로 길쭉한 직사각형 모양이며 240m정도 되는 내성이 자리하는 이중 산성으로 이 땅의 사람들을 보호하였다.

산성의 나라, 우리는 역사의 시작부터 산에 의지해서 성을 쌓고 그것을 잘 활용했다. 이민족이 쳐들어온다고 하면 전국의 요소요소에 큰 산성을 쌓아 놓고 한 고을 사람 또는 인근의 여러 고을 사람들이 한꺼번에 큰 산성으로 들어갔다.

가장 절박한 순간에 오르고 쌓았던 산성 그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오르는 내내 마음 한구석 애잔함이 흐른다. 그렇게 해서 지켜진 것이 지금의 우리인 것이다. 지역민과 승병들은 중흥산성에 집결하여 왜군에 맞서 싸울 준비를 하였다. 중흥산성의 봄, 그곳은 항전 그리고 저항의 공간이 되었다.

고난의 순간이 그곳에 고스란히 묻어 있었고 후세에 우리에게 그 순간을 공감하도록 만들었다. 내가 이곳의 의병, 승병이 되어 있었다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버터 냈을까? 이 공간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건, 그 시대 그 사람이 되어 공감해 나가면서 회복적 탄력성을 키워야 한다. 인간은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에도 살아 내야 한다. 나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의 문제다. 공동체를 지켜내는 어떤 특별한 임무인 것이다. 그곳엔 치열함이 있다. 우리가 산성을 통해 얻고 싶은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산성에서 묻어나는 역사의 향기이며 삶의 방법이다.

문화유적을 돌아보면서 우리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한다. 중흥산성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 당시 역사적 기록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삶의 터전’으로서의 고을을 찾아 나선다. 고을마다 지닌 역사적 향기를 음미하며 그곳에서 대대로 뿌리박고 살아온 삶들을 만나내고 싶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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