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연 광양여자 중학교 2학년

▲ 김나연 광양여자 중학교 2학년

국가와 국민의 신뢰가 두터울수록 나라는 더욱 빠르게 성장하고 발전해 나간다. 국민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사회 질서를 유지시키려 노력하는 국가는 엄연한 존재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존재가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다할 때 사회는 더욱 안정되고 평평하게 시민들이 길을 걸어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피해를 입거나 불이익을 당하는 사람들이 증가한다. 또 상호 불신으로 인해 의심과 갈등은 증폭된다.

채만식이 쓴 ‘논 이야기’는 국가의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농민의 소시민적이 모습을 풍자하였다. 논 이야기의 시대적 배경인 1896년~1945년은 아직 국가의 모습이 불안정하고 투명하지 못했다. 많은 농민은 탐관오리로 인해 고통을 받았으며 제국주의 일본에 의해 식민지로 전락해 수탈과 빈곤에 더욱 허덕이게 되었다. 논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올바른 국가의 필요성과 의무 등에 대해 짚어볼 때이다.

논 이야기는 한 생원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한 생원은 자신이 조선의 백성으로 사는 것과 식민지 백성으로 사는 것 둘 다 다른 것이 없다고 여겼고 국가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돈 씀씀이가 헤픈 한 생원은 빚으로 인해 길천에게 땅을 팔았지만 광복만 된다면 도로 자신의 땅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광복 후 그 땅은 강태식의 소유가 되었고 결국 한 생원은 얻을 수 있는 게 없었다.

호언장담하던 한 생원은 자신을 나라 없는 백성이라고 정정한다. 국가가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함에 따라 많은 국민이 불이익을 받았다는 생각에서였다. 국가에 실망하고 신뢰를 잃은 한 생원은 자신의 권리를 보장해주지 못하는 국가를 스스로 등졌다. 물론 한 생원은 땅 판 돈으로 빚은 갚았지만 노름이나 술로 돈을 헤프게 쓰면서 앞날을 도모하지 않았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팔았던 땅이 자신의 것이 도로 되기를 바란 것도 날로 먹으려는 심보이지만 그 당시의 정치적 현실을 생각하면 그의 잘못만으로는 볼 수 없다.

아버지가 고생하며 일궈온 옥토를 부정한 관리에게 억울하게 빼앗겼으며 식민지로 전락한 국가의 힘 없는 백성으로 온전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고 모든 제도가 식민지배를 받던 백성에겐 불리한 상황이었기에 성실하지 못했던 한 생원을 헛꿈만 꾼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 해방 후에도 가난하고 빽 없는 백성에게는 공정하고 평등이 보장되는 국가는 없었고 유력가들만 더 많은 부와 명예를 안게 되었으니 일개 백성에게 온전한 생활이란 영위될 수 없었다.

최근 미얀마 군부독재로 인해 안타까운 소식들이 들려온다. 그중에는 국제미인대회에 참석한 미스 미얀마의 호소도 들어있다. 그녀는 자신의 조국이 처한 상황을 수화와 말로 국제사회에 호소하며 도움을 청했다. 조국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국제대회에 참석했다는 미스 미얀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걱정이 앞섰다. 과연 저렇게 발언하고도 무사할 수 있을까? 국가가 되려 피해만 주는 존재라고 생각할 뿐 그 국가를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던 한 생원과는 대조적이어서 더욱 선명하다.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하는 일은 국가만의 책임이 아니다. 국민 개개인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려는 노력 또한 절실하다. 세계 곳곳을 떠돌며 불안한 생활을 하고 있는 난민 중에는 각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느라 조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도 있다. 국민에게 소속감을 심어주고 다양한 정책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려고 노력하는 국가가 국민에게 신뢰를 잃는다면 수많은 한 생원, 미스 미얀마, 난민들이 증가하게 된다.

스웨덴 국민은 소득의 절반가량을 세금과 연금으로 지출하지만 국민의 만족도가 높은 국가로 분류된다. 스웨덴처럼 상호 신뢰가 높은 국가는 끊임없는 소통으로 국민과 대화한다. 또한 건강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세금의 사용처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알리고 복지-재정-성장의 선순환을 이루기 위해 여러 관점에서 제공되는 복지와 정책이 필요하다. 국가가 변한다는 건 국민의 행복의 질이 달라진다는 것이며 국민의 이성이 바로 선다는 건 국가가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다는 말이다.

숨바꼭질하는 어린아이처럼 자신의 눈만 가린다고 세상을 덮을 수는 없다. 웅크린 자신만 모를 뿐 국민 모두는 그 실체를 파악하고 있다. 국민을 두려워하고 국민에게 예민하게 반응하여 국민의 안위를 살피려 밤낮으로 신경 쓰는 국가라면 만민은 평등하고 공정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 한 영토 내에 살아가는 국민 스스로도 날로 먹으려 들지 말고 국가 또한 더 큰 강도가 되어 국민을 핍박하며 조롱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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