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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이 조화를 이루는 칠성리 호북마을광양 문화 산책-6. 칠성리 호북마을
박두규 광양문화연구회장  |  webmaster@gycitiz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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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4.04  21:3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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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읍 칠성리는 호북, 성북, 서북 3개 마을로 구성되었다. 1980년대부터 광양읍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유입 인구를 가장 많이 받아들인 곳이다. 마을의 규모도 크고 문화재와 전통을 많이 품고 있어서 3개 마을을 각각 연재하겠으며, 이번 호에는 호북마을을 살핀다.

칠성리라는 지명은 읍성의 풍수지리와 관계가 깊다. 조선 중종 23년(1528) 광양읍성이 허하다는 풍수지리설에 따라 성의 북쪽에 7개소의 동산을 만들었고, 남쪽으로는 유당공원을 조성하여 나무를 심었다. 평지에 있는 읍성의 남북을 가려주는 공사였다고 생각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읍성 북쪽 일곱 군데의 동산을 북두칠성으로 연결하여서 칠성(七星)이라는 별자리 이름이 붙여졌다.

옛 마을과 공동주택의 어울림
칠성리 호북(虎北)마을은 읍성의 북쪽이고 호랑이를 방비하는 마을이다. 읍성을 개축할 때 북문을 만들지 않은 이유가 산에서 내려오는 호랑이 때문이었다. 백운산 호랑이가 우산(牛山) 아래까지 나타난 것이 마을 이름에 담겼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조선 호랑이 65마리를 소탕해버리기 전에는 백운산 호랑이도 의로운 설화로 흥미롭게 전해졌다. 읍성이 둘레 549미터의 작은 규모였으므로 동, 서, 남쪽 3개의 문으로 출입해도 괜찮았을 것이다.

북두칠성 같은 7개의 동산은 성북마을 서울대남부학술림 부근에서 호북마을까지 조성되었다. 그 가운데 하나 남아 있는 동산이 칠성당산이다. 이곳의 크고 오래된 고목은 1990년대 죽어서 베어버렸고, 지금은 수령 400년 정도의 팽나무와 어린 나무가 지키고 있다.

▲ 북두칠성의 한 지점으로 여긴 칠성당산

1980년 읍내리에 있던 광양군청이 호북마을로 이전했다. 군청 주변의 들판은 택지로 바뀔 것으로 예견되었다. 광양읍의 확장은 광양만에 포스코가 들어서게 되면서 거세게 일어났다. 군청 주변 옥금뜰이 택지로 전환되고, 광양중학교에서 북부정류장까지 큰 도로가 뚫리며 상가가 형성되었다.

1987년 군청 뒤에서 신기마을 앞까지 칠성주공아파트 1~2단지 1,040세대가 입주를 했고, 1990년 3단지 590세대가 입주하면서 자못 활기가 넘쳤다. 아파트 면적은 11평에서 20평 정도의 소형이지만 젊은층이 다수 몰려와서 살았고, 칠성주공 입주민만 해도 다른 읍, 면의 인구보다 많았다. 지금 보아도 3단지까지의 공동주택은 5층 높이로만 건축되어서 위압감을 주지 않고 산 아래로 가만히 안겨 편안한데, 주로 60대 이상 노년층의 거주지다.

올해 2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광양공공실버주택은 65세 이상의 노인에게 제공되는 저렴한 원룸이다. 1~2층은 경로당, 식당, 프로그램 운영실 등의 공유 공간이고 3~12층까지 거주 공간이다. 아직 비어 있는 세대는 4월에 입주 공고를 하여 채울 계획이다. 한편, 호북마을 회관 부근에는 청년주택을 계획하고 있어서 노장청의 균형을 이뤄줄 것이다.

유서 깊은 수성당과 돌담

호북마을에는 광양 최초의 경로당인 수성당이 있다. 1918년 수성당노인회를 창립하고 유지들이 찬조금을 모아서 건축을 했다. 수성당 앞 골목은 소방도로가 넓게 나서 자동차 접근이 편리해졌다.

수성당 건물은 광양시 향토문화유산 제11호인데, 골목 안에 솟을대문을 갖춘 전통 한옥의 건축미와 흙돌담의 정취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평상시에는 수성당에서 노인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데, 코로나19 상황이라서 수성당 대문도 닫혀있다. 이 경로당 뒤편에 공공실버주택이 들어선 것은 노인을 존중하는 마을의 전통으로 이어진다.

▲ 수성당 입구, 하얀 건물은 광양공공실버주택
▲ 수성당 옆 이장구 씨 주택 돌벽

수성당에서 서쪽으로 한 집 건너에 강남세탁소가 있는데 돌로 벽면을 장식한 것이 매우 이채롭다. 주인 이장구(61) 씨는 1986년 수성당으로 연결된 골목에 강남세탁소를 개업했다. 그가 안집을 짓기 시작한 건 6년 전이다. 집을 짓기 전 소방도로 공사를 할 때에 읍성을 쌓았던 큰 돌들이 나왔고, 냇가의 둥글둥글한 돌들도 많이 나왔다. 그 돌들을 공사장에다 파묻거나 내다 버리고 있어서 모양 좋은 돌을 집안에 모았다. 그리고 뒷집으로 연결된 담장을 쌓았고, 여러 곳을 견학하고 연구해서 안집의 벽면에 돌을 붙였다.

이장구 씨가 3년 동안 시납으로 여가를 이용해서 돌담과 벽면을 완성하자 이웃 사람들이 골목을 빛낸다고 칭찬했다. 외부인들이 사진을 찍어가고, 심지어 돌벽을 감싸 안으며 입맞춤 하는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자신의 집을 작품 만든다는 마음으로 정성을 들인 결과, 아름답다고 공감을 해주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 집의 마당에서 안채로 들어서며 딛는 반듯한 디딤돌에는 읍성을 쌓았던 역사가 간직되어 있다.

전통적인 솜씨 이어가기

1995년 광양군과 동광양시가 통합하여 군청은 중마동 시청으로 옮겨가니 칠성주공아파트 입구에 성장하던 상권은 타격을 입었다. 요식업소들은 옮겨가거나 문을 닫았다. 군청 건물은 광양시 제2청사로서 소수의 직원만 근무하다가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이 들어오긴 했지만, 주변의 상가는 한동안 주춤거리며 모색기에 빠졌다.

과거 호북마을은 읍내리 상설시장과 가까웠지만 주택으로 구성되어서 상권이 형성되지 않았다. 상설시장에 있는 대중식당의 숯불구이 전통을 계승한 한국식당 박영희(69) 씨도 소방도로에 연결된 한옥을 재건축해서 새로 시작했다. 박영희 씨의 아들과 딸도 대를 이어가며‘원조4대 전통 숯불구이 전문’ 한국식당이라는 명함에 가족들의 땀 흘린 손맛을 담았다.

신광맨션 옆 소방도로에 있는 ‘광양 불고기 금목서’ 식당은 전라남도 지정 ‘남도 음식 명가’인데, 조순영(54) 씨가 건강음식으로 방향을 잡고 전국에서 오는 손님을 맞이한다. 조순영 씨는 토종 씨앗을 보급하며 친환경 식품을 재배하는 사람들과 함께 미각교육을 할 책을 준비하고 있다. 할머니와 어머니의 전통 음식 솜씨를 어깨너머로 배운 것을 딸에게 이어주려는데, 전통 음식점을 상속할 때 세금을 줄여주는 제도가 마련되길 바란다.

광양중학교에서 북부정류장까지의 큰 도로변은 다양한 상가들이 줄을 잇는다. 병원, 한의원, 약국, 식당, 카페, 생활용품 가게들이 영업을 한다. 이러한 상가 중간 버스정류장 부근 건물 2층에 ‘의담 갤러리’라는 문화 공간이 있는데, 하동호 전통 서각 공예 전시장이다.

▲ 의담 갤러리, 하동호 서각 전시장

하동호(75) 씨는 교육청에서 행정공무원으로 32년을 근무하고 정년한 뒤, 20년 동안 서각 활동에 매진했다. 현대 서각보다는 전통 서각이 맘에 들었으므로 혼자 작품 하는 시간이 많았다. 서각은 전동공구도 사용하고 끌과 망치로 쪼아대는 일이 많아 소음이 나므로 아파트에서는 작업할 수가 없고, 작품을 하는 사람들이 어울려 활동할 수 있는 공방이 필요하다. 그래서 호북마을 자택에 꽃과 나무를 가꾸던 10평의 비닐하우스를 공방으로 만들었다.

하동호 씨는 2019년까지 광양시문화도시사업단 지원 사업으로 3년 동안 광양읍 21개 마을의 정자 현판을 서각으로 새겨서 걸어주었다. 다행히 갤러리까지 마련하여 오래 작업한 작품을 전시하고 서각 작업을 하면서 후반기 인생의 보람되게 보낸다.

대를 이어 살아온 주택과 새로운 공동주택이 함께 어울리는 호북마을. 옛 것과 새 것, 자연과 인공, 토박이와 유입인구가 어울리며 조화를 이뤄간다. 읍내의 도심권을 채워가는 여러 형태의 건물 사이 골목을 오고가는 틈새에 전통이 있고 생활문화가 형성되어 자리한다.

글, 사진 : 박두규 광양문화연구회장
(※ 이 글은 2020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사업비를 지원받은 연구보고서 내용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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