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종렬의 쉴만한 물가

▲ 라종렬 광양사랑의교회 목사
날으는 새, 일정 동안의 새, 도장을 뜻하는 새, 모양과 태도를 뜻하는 새 등등 ‘새’라는 말은 많은 뜻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모든 것의 처음을 뜻하는 새라는 말이 봄처럼 많이 쓰이는 계절이 있을까?

봄 자체를 빗대어 쓰는 말 가운데 새봄이라고도하고 봄을 봄처녀나 새색시라고도 한다. 봄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충분히 새로운 느낌이 들건 마는, 거기다가 새라는 말까지 붙인 새봄은 뭔가 새로운 맘을 더 갖게 한다. 봄이 새색시라고? 수줍은 듯 하는 모습도 닮았고, 예쁘게 새단장을 한 새색시 모습처럼 봄도 그렇게 새 옷을 입기에 붙여진 것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봄은 다들 새단장을 하고 싶어 한다. 서재나 옷장 정리한다든지, 대청소를 하거나 하면서 뭔가 새로운 맘과 분위기로 시작하려 한다. 좋은 일이다.

봄에 쓰는 말들에는 거의 다 새라는 말이 붙는다. 새싹이나 새순과 같이 식물들이 깨어나는 것을 표현하는 말들이나 새학년 새학기, 새친구, 새책, 새출발과 같이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쓰는 말들도 다 새라는 말이 붙는다.

봄처녀 아지랭이 가물거리는 들녘에 수줍은듯 새색시처럼 피어난 봄나물 캐는 모습만 생각해도 상큼하고, 새책 받아 나는 종이냄새,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새맘으로 시작하는 새학년 새학기 이전보다 더 잘 하리라 다짐도 해보면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새담임선생님을 바라보던 시절도 어제 일처럼 떠오른다.

봄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일하기 싫어 썩은 사내끼 들고 산에 올라가는 머슴 빼고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동토를 깨고 추위를 이겨내고 찾아오는 봄을 다들 좋아하리라. 연초록 새순이 돋고, 꽃 안피는 봄 없다 하듯, 온갖 예쁜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오르는 계절. 매화, 산수유꽃, 벚꽃, 진달래꽃, 개나리, 배꽃까지...

연한 새 순이 짓푸른 산천을 수채화처럼 물들여 가는 사이사이 진달래꽃 피어 연분홍 물감을 흩뿌리고, 그 사이 물안개 뿌옇게 올라가는 그런 수채화를 그려주는 계절. 한없이 그 봄을 안아보고도 안겨보고도 싶은 계절, 그런 봄이 마냥 좋다.

새정부가 들어선 즈음이다. 안타깝게도 새봄과 어울리지 않게 새로움보다 구태의연한 모습에 눈살을 찌뿌리게도 하고 새라는 말을 붙이기 민망해 보인다. 그러한들 우리가 새맘으로 새출발해 가면 그것이 새날일진대 누구누구, 무슨무슨탓만 말고 우리에게 거저주는 봄날을 만끽하고 새봄이 주는 희망으로 새처럼 새롭게 봄바람을 타고 날아 올라봄이 어떨까?

이 봄이 우리에게 주는 기운과 희망을 가슴 가득 채우고서 말이다. 늦봄 풀잎 끝을 말리는 건조한 높새 바람이 불어오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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