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 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다른 사람들이 퇴직 후에도 나름의 인연을 찾아 부와 명예에 미련을 가질 때 아빠는 제2의 인생에 접하며 오직 내 영혼의 자유만을 생각하였다. 37년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직장생활로 미루어 두었던 우주와 자연의 이치가 궁금하여 7년간 땅에 의지하며 소득 위주의 선택과 집중보다는 선조들이 사랑해온 50여 작물을 길러보며 다양한 생명의 소중함과 이름 모를 들꽃들과 풀벌레 소리에 귀 기울여보았다. 누구와도 비교되지 않고 평가받지 않는 오직 나만의 소중한 삶의 길을 인식하고 스스로 그 길을 찾아보기 위해 경로우대의 나이에 국어국문학을 4년간 공부하며 지혜로운 분들의 사람 사는 이야기를 공부해보았다. 그리고 땅과 공부가 일러 준대로 잡초를 매고 한 삽이라도 경작지를 넓히는 그 마음으로, 내 생각과 존재의 경계를 벗어나고파 칠순기념 버킷리스트로 생각해두었던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을 다녀왔다.

사랑하는 나의 아들딸들아! 너희들이 정작 나의 보살핌을 필요로 할 때는 나는 직장이 바쁘다는 이유로 너희들의 커가는 모습에 많은 관심 두지 못했지만, 너희들은 의젓한 아이들로 성숙해 주었다. 이제 내가 외로워 저서일까? 고된 직장 일로 집에 돌아오면 쉬어야 할 너희들에게 손자들이 보고 쉽다는 이유로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화상통화를 하고 시집 못 간 막둥이에겐 시도 때도 없이 전화 하는 이기적 아빠가 되었구나.

너희들이 맡은바 생활영역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기에 유유자적하는 여유로움 때문일까? 박완서 작가가 말하는 “고무줄 넣은 헐렁한 바지를 입고 마을의 이곳저곳을 활보하고 다니며, 젊은 날로 추호도 돌아가고 싶지 않은 노년의 자유”를 나 또한 만끽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마움을 담아 전한다. 실속 기 없고 우유부단하며 낭만을 이야기하며 천방지축인 나를 닮으라고 야 말할 수 없지만, 너희들의 효심에 조금이라도 자긍심을 갖게 하고 걱정 없이 위로의 마음을 가지라는 의미로 요즘의 나의 행복감을 밝혀 전한다.

“한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은 그 사람이 공감하는 경계까지”라는 이야기가 있다. 행복 또한 어떤 절대적 조건보다는 그 사람의 삶에 대한 인식과 해석 즉 “인생의 태도와 삶의 방향성”이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내가 가장 우선을 두는 것은 건전한 습관 갖기다. 나는 너희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장수하셨다는 사실을 무엇보다 소중한 유산으로 생각하며 건강이 흔들릴 때 중심을 잡곤 했다. 나 자신의 자존감과 너희들의 우려를 줄여 주고자 노년의 건강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어짊을 좋아하고 착함을 즐기는 것 이상의 좋은 약은 없다”라는 이제마의 말을 굳게 믿고 산다. 어려운 명제지만 하루하루 산들바람에 땀을 식히듯 조용히 일상으로 다듬고 체화해 가고 있다. “움직임 속에는 사람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고 꿈을 실현하는 힘이 있다”라는 말 또한 기도처럼 암송하고 산다. 꾸준한 산행은 건강을 위함을 넘어 나의 일상이 되고, 무료와 방황을 다잡아주고 있다. “참된 재미는 삶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나 인식의 확장에 있다”라는 말 역시 노년의 호기심에 힘을 실어 주는구나. 의존적 풍요로움보다 자존적 여유로움 속에 눈여겨 관심 두고 꾸준히 보는 노력만으로도, 다양함과 아기자기함에 시선이 머물며 가슴 벅찬 일상을 경험하고 있다. 유유상종이랄까? 생활과 글 속에서 좋은 것들끼리 연결 지어지며 바르게 생각하고 선의로 인식하고 아름답게 보아지는 신묘한 반복을 경험하고 나만의 충족 감속에 가슴 떨려 하기도 한다.

등산길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여자 분이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복 받고 사시고요”라는 말에서 무한한 행복감을 느껴도 본다. ‘국제수사’라는 코믹영화에서 빚보증에 집이 경매될 상황에서도 어릴 적 우정을 끝까지 지켜 해피엔드로 끝나는 내용에서 어린 딸이 우직한 아빠의 품에 안겨 “착한 사람이 먼저 용서하는 거야”라는 대사를 경청하며 오늘 하루도 이미 있었다고 자위하며 편안히 잠자리에 들기도 한다.

벗들의 카톡에는 나이 듦의 아쉬움과 회한으로 넘쳐나지만 나는 변화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잃어가는 것이 비교되지 않게 크겠지만 나에게 찾아오는 변화를 소중히 맞고 있다. 씩씩하게 커가는 손자 녀석들을 보며 진화의 위대함에 감사하며 명예로운 퇴장을 이해하는 용기도 가져 본다.

열심히 산 하루가 달콤한 숙면을 가져오듯 최선을 다하는 삶 속에서 ‘이제는 편안하게 쉬고 싶으니 깨우지 말라’라는 말을 너희들에게 남길 그날을 기대도 해 본다. 나의 아름다운 삶은 아름다운 이야기되어 너희들에게 용기와 지혜를 주고 너희들의 또 다른 노력과 성취가 보태어져 후손들의 삶에 등대가 되기를 소망도 해본다. 변변한 상속은 못 해주지만 착하고 정직하게 살아 실천하는 자만이 갖는 충일감을 경험해보고, 고맙고 감사하는 마음 앞세워 삶의 은총도 받아보고, 뜻을 세우고 노력하는 한결같음의 소중함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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