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종렬의 쉴만한 물가


봄에 새 쑥이 날 무렵이면 “쑥꾹 쑥꾹"하고 우는 산비둘기는 우는 소리 때문에 쑥국새라고 이름이 붙여졌다.

옛날 옛적 가난한 시골에서 먹을 것 제대로 없던 시절, 시어머니 무서워 쑥국도 못 먹고 굶어 죽은 며느리가 새가 되어 봄이면 서러워서 그렇게 우짖는다 하여 쑥국새라고 이름이 붙여 졌다고 한다.

지금은 그렇게 배고픈 시절은 아니라고 한다. 비록 한 켠에서는 굶는 사람도 일부 있겠지만, 사실 밥을 굶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이 사람이 고프거나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소통의 부재로 시작되는 갈등이나 이로 말미암은 희망의 부재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 사람이고, 늘 배반하고 변명하고 이기적이기 쉬운 것이 사람이 아닌가? 거기에 살아갈 즐거움까지 앗아간다면 괴롭지 않겠는가!

우리 사회 중요한 이슈 중에 하나가 ‘소통'이라고 하는 것은 현재 소통에 대한 바램과 또 그만큼 이슈가 될 만큼 이것이 잘 안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소통이 잘 되지 않으면 모든 것에 때가 끼거나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답답한 상황이 생긴 것은 이 소통의 장벽이 너무 크고 실마리도 잘 보이지 않을 뿐더러 지도자들에게 더 심하다는 사실이다.

법가사상가였던 한비자, 비록 그의 사상 가운데 절대 군주 정치와 윤리 도덕의 역할을 과소평가한 오류등 동의할 수없는 부분도 있지만, 그가 언급한 나라가 망하는 10가지 징조에 관한 글을 보고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었다. 2,300년 전에 한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오늘 우리 시대의 암울한 현실을 꿰뚫고 있는 듯 하다.

그중 몇 가지만 소개해 본다.

“법(法)을 소홀이 하고 음모와 계략에만 힘쓰며 국내 정치는 어지럽게 두면서 나라 밖 외세(外勢)만을 의지 하다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군주가 고집 센 성격으로 간언은 듣지 않고 승부에 집착하여 제 멋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하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나라 안의 인재(人才)는 쓰지 않고 나라 밖에서 온 사람을 등용(登用)하여 오랫동안 낮은 벼슬을 참고 봉사한 사람 위에 세우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세력가의 천거(薦居)받은 사람은 등용되고, 나라에 공을 세운 지사(志士)의 국가에 대한 공헌(公憲)은 무시되어 가까운 사람만 등용되면 그 나라는 반드시 망할 것이다.”

불법의 득세, 무력하고 무능한 국가, 소통없는 지도자, 바른 말하는 사람들의 입을 가로막고, 언론은 권력과 돈의 힘으로 쥐락펴락 그 입에 재갈을 물리고, 위쪽 나라의 어리석은 불통 객기, 경제적 불평등과 고(高)물가, 사라져가는 법의 정의, 부패해지는 종교,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 의지할 데 없는 노인들... 인정하기 싫지만 이러한 일들은 지금 우리 곁에 멀지 않은 것들이다.

여기에다 더 괴로운 것은 그나마 희망을 갖게 하는 쑥국같은 사람이나 일이나 보호막 마져도 못 먹을 것 같은 위협으로 국민을 두렵게 한다.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른체 탐욕에 눈멀어 공개적으로 국민을 향해 협박하고 경거망동해서, 국민을 두려워하게 하는 정치는 결코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여전히 이 나라가 가야 할 길이 멀다. 그래도 모든 요인들 속에 희망적인 부분이 다 사라진 것 같음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일하고 묵묵히 제 역할을 감당해 주고 있다.

존경스럽고 고맙고 귀한 일이다. 암울함 속에 절망하기 보다 소망하고, 불평등 속에 불평하기보다 평화하고, 각박함 속에서 외면하기보다 동역하면서 그래도 함께 그렇게 가는 이들이 변함없이 있기에 쑥국새 우짖는 밤에도 여전히 새쑥은 올라오고 다시 새벽을 꿈꿀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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