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축구‘ 기대주’ 광영중 범예주 선수

U-15에 이어 U-16 국가대표 선발‘ 훈련 비지땀’

예주는 겸손하다. 이미 초등학교 시절, 한 해 3관왕을 거머쥐며 중앙초 여자축구를 누구도 쉽게 넘볼 수 없는 최정상에 올라 놓았던 예주(14세)는 중학교 진학 후에도 꾸준한 성장을 이어왔다. 또래 누구보다 언제나 한 발자국 앞서나가고 있는 최고의 유망주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된다. 한국 여자축구의 대들보가 될 것이라는 수많은 축구전문가의 평가가 뒤따르는 것은 현재 예주의 성장세를 볼 때 당연한 것처럼 여겨질 정도다.

그러나 예주는 여전히 굵은 땀방울과 함께 운동장을 쉼 없이 뛴다. 한 단계, 한 단계 올라설 때마다 또다시 뛰어넘어야 할 또 다른 계단이 있음을 아는 까닭이다. 그 계단을 마주할 때마다 자만은커녕 한없이 겸손할 수밖에 없다. 또래 최고의 유망주라는 평가는 그저 현재 중학생 예주에게 보내는 찬사일 뿐 미래 어딘가에 서 있을 예주를 향한 것이 아닌 탓이다. 예주의 목표는 아직 멀리 있다.

광영중 여자축구는 지난달 강원도 화천에서 열린 춘계한국여자축구연맹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비록 광양여고 언니들처럼 우승을 차지하진 못했지만 지난 2008년 전국소년체전 우승 그리고 2011년 여왕기 우승 이후 10년 동안 예선에서 번번이 무너지며 정상 문턱조차 오르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이 대회 준우승은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 축구유망주 범예주 선수와 박태원 감독

광영중의 부활은 사실 예고된 일이다. 2019년 중앙초를 여왕기 3연패 그리고 전국대회 3관왕을 이끌었던 주축들이 대거 입학한 까닭이다. 지난해 3월 박태원 광영중 감독이 광양시민신문과 만났을 당시 예고한 대로다.

당시 박 감독은 “올해부턴 다를 것이다. 중앙초의 주축이었던 6명이 광영중에 들어온다”며 “이 선수들이 팀에 녹아들면 광영중이 정상에 서는 날도 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 같은 장담은 곧 현실이 됐다. 예주를 비롯한 6명의 선수 모두 현재 광영중을 이끄는 핵심선수로 성장했다.

그 가운데서도 예주의 성장은 범상치 않다. 올해 U-15 여자국가대표에 선발된 데 이어 고등학교 언니들이 주축을 이루는 U-16 여자국가대표에 당당히 선발됐다.

연이어 세대별 국가대표에 선발되면서 예주는 목포와 파주를 오가며 축구선수가 되고 난 뒤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소화 중이다. 특히 오는 9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AFC 여자 U-17 아시안컵 1차 예선대회 준비를 위해 경기 파주까지 장거리를 마다치 않고 있다.

이번 U-16 여자국가대표 선수로 선발된 26명 가운데 광양 출신은 광양여고 황다영과 배초원, 그리고 중학생으로는 예주가 유일하다. 특히 이번 국가대표에 중학생 출신 선수 10명이 이름을 올렸는데 예주는 울산 청운중 원주은과 함께 가장 어린 나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박태원 광영중 감독은 “한국여자축구가 예주를 눈여겨본 건 오래된 일이다. 특히 이번 겨울 각 대표팀 감독들을 초대해 진행한 스토브리그에서 보여준 경기를 통해 확실히 낙점을 받은 것 같다”며 “파주를 오가는 바쁜 일정이 될 테지만 현재 한국여자축구를 대표하는 언니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하다보면 더욱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주는 “목포와 파주를 오가면서 훈련하는 게 쉽지 않다. 특히 U-16 언니들과 함께 훈련하는 파주를 오가다 보면 지치기도 한다”면서도 “친구들과는 달리 언니들과 훈련할 때는 강한 몸싸움이 펼쳐야 한다. 그래서 더 과감하고 강하게 부딪혀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볼컨트롤 능력을 높이고 보다 공격적인 플레이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예주는 지난해 제32회 차범근 축구상 최우수여자선수상을 수상하는 등 이미 한국여자축구의 손꼽히는 기대주다. 중앙초가 3관왕을 달성했던 2019년엔 스무 골이 넘는 골을 기록하며 대회 때마다 매번 득점왕을 휩쓸었다. 지난해 SBS영재발굴단 등 각종 매체가 예주를 주목하면서 전국적인 유명세도 탔다.

예주는 축구를 즐긴다. 그것이 가장 뛰어난 장점이다. 여느 여자아이들과는 다르게 어릴 때부터 남자아이들과 함께 축구하는 것을 좋아했고 몸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를 지켜보던 주변의 권유로 결국 예주는 초2 때부터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했다.

여전히 작은 키가 단점으로 꼽히지만 작은 체구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빠른 발놀림과 함께 골키핑 능력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수비력까지 갖춘 데다 경기를 읽는 눈이 탁월해 상대의 빈틈을 노려 골을 낚아챈 뒤 직접 공격을 마무리 짓는 능력은 여느 선수에게서는 쉽게 찾기 힘든 예주의 능력이다.
초2 때부터 예주의 축구를 지켜봐 온 조유비 광영중 코치는 “축구를 가르쳐 달라던 예주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배우는 걸 즐거워하는 친구다”며 “작지만 강한 스피드를 가졌고 적극적인 공격력에다 수비력까지 뛰어났는데 특히 초등 5학년 때 괄목할만하게 성장했다”고 밝혔다.

또 “뛰어난 골 결정력에다 프리킥이나 개인기에도 능한 선수로 성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다소 약한 피지컬 때문에 언니들과의 몸싸움에서 밀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개인기로 극복할 만큼 성장했다”며 “가능성이 너무나 많은 친구”라고 전했다.

이어 “무엇보다 예주는 제 실력을 과신하지 않는 친구다. 더 성장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는 습관이 몸에 밴 친구”라며 “더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예주의 모습은 금방 피었다지는 선수가 아니라 오래 피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어머니 이하경 씨 역시 “교만하지 않은 인성이 좋은 선수로 커 가는 게 엄마로서의 마음”이라며 “그래서 아이 앞에선 잘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부상 없이 꾸준히 제 실력을 쌓아가는, 노력하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주의 꿈은 빅리그 진출이다. 그래서 가장 존경하는 선수 역시 한국여자축구의 산증인이자 여전히 유럽리그에서 현역 선수로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고 있는 선배 지소연. 제2의 지소연이 될 때까지 예주의 도전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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