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권우 용강 중학교 3학년

▲ 손권우 용강중학교 3학년

지난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도로 향하는 세월호가 침몰했다. 세월호가 침몰하던 당시 생사의 기로에서 승객과 학생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다 희생된 고 박지영 학우는 홀로 탈출한 선장과는 달리 끝까지 선내에 남아 살신성인의 정신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시간이 지나도 잊을 수 없는 사람과 기억이 있다. 2001년 일본 전철에서 취객을 구하려다 전철에 치여 숨진 의인 이수현 씨 역시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을 숭고한 희생으로 오랫동안 기억되어야 한다.

“두 도시의 이야기”는 17세기 혁명과 개혁으로 어지럽던 영국과 프랑스를 배경으로 18년 동안 감금되었던 마네트 박사와 프랑스 지배체계에 환멸을 느껴 영국으로 망명한 찰스, 마네트 박사의 딸 루시 그리고 성실한 시드니가 작중 프랑스와 영국을 오가며 일어난 이야기이다. 그 당시 영국의 낡은 신분제, 부정부패와 모순을 상징하는 에브레몽드 후작의 죽음 그리고 자크 일당이라 불리는 민중들의 혁명 과정을 통해 프랑스 혁명의 윤곽을 그릴 수 있다. 무엇보다 위기에서 빛난 숭고한 희생의 주인공인 시드니의 이타적인 헌신은 고귀한 죽음이었다.

당시 영국은 왕과 절대 권력에 맞선 시민혁명이 잇달아 일어났다. 미완의 청교도 혁명, 왕을 의회에서 선출한 명예혁명까지 이런 혁명들로 인해 영국은 왕은 있지만 국민을 통치하지 않는 입헌군주제를 구축했다. 혁명의 절정인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전 프랑스는 국왕에게 권력이 집중된 절대 왕국이었으며 앙시앙 레짐이라는 불평등한 신분제 아래 특권을 누리던 성직자나 귀족과는 다르게 인구의 대다수였던 민중들은 불합리한 신분제에 불만을 가지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개혁을 요구하였다.

그로 인해 무장한 시민들과 혁명의 열기가 전역으로 퍼지며 신분제 폐지와 모든 인간이 평등하고 자유롭다는 인권선언도 이끌어 냈다. 하지만 너무나 과열된 탓인지 개인적인 감정이 투사되어 정당하지 못한 폭력이 자행됐으며 1793년 루이 16세가 처형됨과 동시에 공포정치가 시작됐다, 이 소설의 작가인 찰스 디킨스는 당시 영국 사회의 부정부패와 오래된 모순을 지적하면서 그런 아비규환의 상황을 만들어낸 건 귀족이나 권력자들이라는 생각도 숨기지 않았다.

투철한 직업정신을 가진 인물로 묘사된 자비스는 현대사회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의리와 정의로움도 지니고 있다. 점점 소통이 줄어가는 사회에서 성실한 사람들과는 다르게 대충 하루의 시간을 때우기에만 급급한 사람들이 허다한데 자비스는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직무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런 자세는 인간애와도 맞닿아 있었다. 또한 시드니처럼 진정한 사랑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내어 놓는 일에 전혀 주저하지 않고 오히려 살아남을 사람이 안게 될 죄의식에 대해 염려하는 모습은 이기주의와 자본에 의한 물질주의가 팽창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친다.

선택과 행동을 결정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아니, 오히려 더욱 어려운 결정일지도 모른다. 내가 만약 시드니였다면 루시의 행복을 위해 나 자신을 희생하진 못했을 것 같다. 내가 박지영 씨였다면, 내가 이수현 씨였다면, 내가 자비스 씨였다면, 내가 시드니 씨였다면 그들이 했던 생각과 행동 그리고 결정 중 어느 것과도 달랐을 수 있다. 타인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에 대한 두려움과 학습된 사명감으로 올바른 일을 선택하는 자세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했을 거다.

스스로의 삶에 부끄럽지 않게 떳떳하게 살기 위한 선택은 앞서간 수많은 이들의 숭고한 희생과 피로 만들어졌음을 기억해야 한다. 일제 강점기속 독립투사들, 민주화 운동에 앞장선 민중들과 같이 수많은 이들의 고통과 희생이 합쳐져 탄생한 오늘임을 기억해 우리는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동시에 옅어져 가는 그들에 대한 기억을 새기며 희생에 대한 감사와 현재와 미래에 대한 성찰도 해야 한다. 자신을 돌아보는 일에 게으르지 않으며 평소에 현명하고 성실한 시간을 보낸다면 강제된 희생이 아닌 모두가 만족하는 사회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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