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인동 용지마을

예전엔 동네 개들도 만 원짜리를 입에 물고 다녔다던 태인도.
어느 동네 부럽지 않게 넉넉했다는 말이다. 바로 김양식이 풍요로움의 이유였고 그 김을 대한민국 최초로 시작한 곳이 바로 용지마을이다.

용지마을을 좀 더 들여다본다.
1912년 일제시대 행정구역 개편이전에는 돌산군 태인면 용지리라 하여 문헌상 처음으로 현재 마을이름이 나타나며 1983년 골약면 태인 출장소를 태금면으로 승격시켜 광양군 태금면 태인리 용지마을이 되었다가 훗날 동광양시 태인동에 속하다 현재는 광양시 태인동 제3통, 제9통 지역이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용지마을은 주변 산세가 옥녀(玉女) 삼발형이라 하여 과부가 머리를 풀고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형국으로 어머니가 근심 없이 아기를 안으면(아기섬, 현 고려시멘트 자리) 지역이 크게 발전 될 것이란 말이 옛날부터 전해 내려왔다.

과연 광양제철 건설로 ‘아기섬(兒島)’을 포함한 부근지역이 제철연관단지로 조성되고 금호도와 연결되어 육지화 됨으로써 용지마을이 아기를 끌어안은 셈이 되어 지금과 같이 크게 발전됐다는 그럴듯한 이야기가 전하고 있다.

용지마을은 1640년경 김해김씨가 처음 입촌하여 마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특히 해태를 김이라고 하게 된 것도 이곳에 입촌한 김여익공이 김 양식 법을 개발한데서 연유한 것이며 2002년에 217호 중 100호가 김해 김 씨여서 김 씨 집성촌이라 할만하다.

▲ 용지 큰줄다리기
현재 용지마을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뭐니 뭐니 해도 360년 전통을 지닌 큰 줄다리기이다. 1640년 김여익이 입도해 김양식법을 개발, 전파한 뒤에 시작된 큰줄달리기는 현재도 매년 정월보름에 거행되고 있으며 위쪽은 안마을(암줄), 아래쪽은 선창(숫줄)마을로 나눠 힘을 겨뤘다. 한집도 빠짐없이 짚을 거두어 새끼를 꼬아 굵고 튼튼한 줄을 완성하고 완성된 줄은 보통길이가 40~50미터, 둘레는 150미터에 이른다.

보름날 해질녘이 되면 마을사람들은 줄을 메고 동네를 한 바퀴 돌며 사람들을 모으고, 줄다리기에 앞서 두 편은 각 동네에서 김 풍작과 승리를 기원하는 제사와 농악대를 앞세워 기세를 돋는 축제를 이어갔다. 보름달이 중천에 떠오를 때 징소리와 함께 줄다리기는 시작된다. 한쪽이 이기려면 줄을 20미터 이상 끌어와야 하기 때문에 보통 4~5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지금도 매년 정월대보름이 되면 마을은 물론 광양을 대표하는 축제로 전통방식 그대로 재현해 치루는 큰 줄다리기는 잃어버린 옛 모습을 추억하며 대대로 그 근간을 지키고자 하는 용지마을의 자랑거리이자 버팀목이다.

한편, 용지마을 출신으로는 김보현(전남도지사, 체신부장관, 농림부장관), 김재호(여수시장, 국회의원), 김옥현(광양시장), 김영이(육군대령), 김주현(순천시장), 김재무(현 전남도의장)씨 등이 있다.

“삼봉산 정기 받아 큰 인물 배출”

송재민 통장(사진 좌)은 “예전의 모습은 거의 사라졌지만 산업시대에 맞게 그 모습을 달리할 수밖에 없는 것을 어쩔 수가 있겠는가”라며 “오랫동안 터를 잡고 대대로 내려온 용지마을이 앞으로도 큰 줄다리기 같은 전통을 잘 이어갈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자까지 5대에 걸쳐 용지마을에 터를 일구고 살고 있는 송재민 통장.

송 통장에겐 집안의 뿌리가 내린 마을의 변화가 한편으론 아쉽기도 하다.
“지금은 외지사람들이 많이 와서 예전보다는 정이 좀 사라진 감이 없지 않죠. 급속한 산업화로 옛것들이 없어진 게 많이 아쉽고... 다만 우리 마을사람들은 양보도 잘하고 또 단합도 잘되니 주민들의 편의와 마을 현안사업들 잘 챙겨 더 좋은 동네 만들기에 힘쓰겠습니다”

잠시 옛 기억을 떠올리며 상념에 빠져든 송 통장.
이윽고 송 통장은 김을 최초로 발견한 곳이 용지마을이라며 지나간 명성을 되살렸다. 또한 끊임없이 배출되는 인재들을 거론하며 마을의 자랑을 마쳤다.

“삼봉산의 정기를 받은 우리 용지마을은 잘 살수 밖에 없습니다. 혈이 뭉쳐있는 곳이니 주기적으로 큰 인물들이 배출되는 자랑스러운 고장이죠. 예전에 물때 일을 해서인지 아직도 급한 태인도 기질들이 남아 있는데 넘치는 힘을 고장발전을 위해 묶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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