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늬의 풀잎에 드는 햇살

조카아이는 오랫동안 북한 인권 단체의 하나인 링크(Link-Liberty in North Korea)에 참여해 왔었다. 그간 아이는 여러 차례 각종 이벤트나 도네이션, 펀드레이져, 봉사활동을 통해 북한의 실상을 알리고 북한 동포들 돕기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난 아이의 그런 활동을 기특하게만 여겼을 뿐 내 자신은 정작 별 감동없이 그저 티셔츠를 사주거나 약간의 현금 기부로 겨우 명분만 유지하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었다.

비를 피하는 우산은 잠깐 씌워 줬으나 같이 울어주진 못했던 것이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으며 함께 걸어가는 공감과 연대의 확인입니다. 위로 받는 대상이 되고 있다는 마음을 심어주는 위로가 아닌 함께 비를 맞아 주는 것! 함께 비를 맞지 않는 위로는 따뜻하지 않습니다. 위로는 위로를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위로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 시켜 주기때문입니다”

평소 존경하는 신영복 선생의 말씀이 어느 매체를 통해 최근 탈북자 돕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차인표라는 배우를 통해서 실현되고 있음을 보았다. 그는 어릴적 지하실의 쪽창문을 호기심에 들여다보다 머리가 끼여 아무리 울어도 그 울음은 지하로 퍼졌을 뿐 외부로는 전달되지 않았었던 공포심을 일례로 말했다.

그때 곁에 있던 형이 자신의 아픔을 보고 큰소리로 같이 울어 줬을 때 엄마가 쫓아와서 자신을 구해줄 수 있었다며 그는 탈북자들의 울음, 어둠속에서 울어도 들어줄이 없는 그들을 위해 함께 소리내어 울어주며, 함께 아파하고, 함께 걸어가고, 더불어 살아가자고 눈물로 호소했다.

지난3월20일 워싱턴,로스엔젤레스, 뉴욕, 시카고, 휴스턴에서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한달 새 미국내에만 벌써 10여차례의 시위가 있었을 만큼 탈북자들의 인권에 관한 미 주류 사
회의 관심이 뜨겁다. 한편 미 하원에서 탈북자 강제북송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20일 발의됐다.

결의안은 중국 정부에 국제협약에 따라 탈북자 강제북송을 즉각 중단하고 탈북자를 불법 월경자로 규정해온 관례를 중단하며 유엔 난민 기구(UNHCR)가 탈북자 상황을 조사할 수 있도록 접근하는 것을 허용할 것 등을 촉구했다.

이번 결의안은 미 의회 산하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 위원장인 크리스토퍼 스미스 의원(공화•뉴저지)이 발의했다. 미 여론뿐 아니라 우리 정부와 국제 사회의 거센 비난과 요구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여전히 정치적인 계산만 앞세우고 눈과 귀를 닫은 채 탈북자들을 불법입국자라는 미명하에 북송하고 있다.
북송된 동포들의 남은 생의 결말은 불을 보듯 뻔하다. 탈북자 증인 한송화 조진혜씨 증언에 따르면 수용소로 끌려간 탈북자들은 강제 노역, 처참한 고문과 성폭력, 심한 경우 무기노동 교화형이나 사형에 처해지기도 한다고 치를 떨었다.

그럼에도 북한 주민들은 1997년 이래 끊임없이 탈북을 시도하고 있다. 굶어 죽으나 공안에 걸려 죽으나 마찬가지 일정도로 북한 사회에서는 살아갈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북한의 새 지도자 김정은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100일 애도기간에 탈북한 사람은 3대를 멸한다는 지시를 내린 긴박한 상황이어서 탈북자들이 북송되면 반인륜적 보복 공개처형은 시간 문제라고 한다.

굶주림과 인권 탄압을 피해 자유를 찾아 국경을 넘은 탈북자들은 불입국자가 아니라 난민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그간 이념의 문제로 치부하고 탈북자들의 인권을 외면해 왔던 국제 사회가 이제 한 목소리로 이들의 인권과 생존 문제에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UNHCR(유엔난민최고 대표 사무소)는 탈북자의 강제북송과 관련된우려를 중국정부에 여러 차례 표명했고,국제사면위원회 (국제인권단체)에서도 중국의 반인권적 행위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또 우리 정부의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도 중국 탈북자 강제 북송 중단을 중국에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 시켰다. 미주 한인단체들도 지구촌 이슈화를 통해 중국의 탈북자 송환 중단을 촉구하자는데 뜻을 같이하고 연일 시위를 확산하고 있다.

대학생들의 모임인LINK 역시 인터넷을 통해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현재까지 접수된 수는 177,070명을 넘어서고 있다.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외국인들의 동참 수보다 한국인의 참여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조카아이는 이번 서명운동( WWW.savefriend.org와 @SaveMyFriend)을 통해서 탈북자의인권이 보장 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서 폐쇄적인 북한의 참상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제법 의젓하게 말했다.

함께 울어주는 아이, 이 아이와 서명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함께 비를 맞으며 함께 걸어간다면 탈북자인 그들, 내 민족 내 동포들은 삶에 희망의 새 햇빛을 쬐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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