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진 광양한의원 원장

매화가 한창이다. 이때쯤「춘곤증」이라 불리는 어김없이 찾아오는 달갑지 않은 손님이 있다. 나른함, 졸음, 식욕부진, 소화불량 등의 증후군을 가지고 오신다. 일종의병적 상태라 할 수 있는‘ 피로증후군’이다.

겨우내 움츠리고 위축되었던 몸과 마음이 온도, 습도, 일조량 등 변화된 환경에 곧바로 적응하지 못한 탓이다. 생리작용기전으로 볼 때 목욕한 뒤에 느끼는 나른함과 비슷하다 하겠다. 외부환경의 기온과 습도가 올라가면 말초혈관이 확장되어 혈액이 피부에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그러면 상대적으로 내부 장기들은 혈액공급이 감소하게 된다. 이에 따라 혈압의 일시적 감소, 현기증, 졸음, 소화불량 등 마치 여러 장기별 질환과 유사한 피로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인체는 환경의 변화에 자연스레 적응하는 능력이 있어 얼마가지 않아 정상상태로 되돌아오게 된다. 그러나 정상상태로 회복하지 못하고 피로감이 심해지거나, 수면장애, 피부창백, 현기증, 황달 등 다른 전신증세를 동반한다면 다른 원인들에 대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담과 진찰을 받아야 한다.

피로할 때는 우선 휴식을 취해주어야 한다. 충분한 수면을 통해 에너지를 재충전 해두어야 한다. 그리고 아침을 거르지 말아야 한다. 아침을 거르면 오전 내내 몸이 저혈당 상태에 빠지게 돼 더 피곤함을 느끼게 된다. 아침 먹기가 바쁘고 귀찮으면 적어도 바나나나 토마토 같은 과일에 장요구르트 하나 정도는 먹어 두는 게 좋다.

식단에 봄나물이 좋다. 쑥, 냉이, 돌나물, 취나물, 도라지, 두릅 등이다. 다 한약의 일종이기도 하다. 봄나물을 통해 충분한 비타민의 섭취와 더불어 산뜻한 기분 전환의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운동도 좀 하자. 이럴 땐거창한 운동보다 스트레칭이 젤 낫다.

스트레칭도 여러 가지지만 국민체조면 충분한다. 다만 대충 흉내만 내지 말고 제대로 하는 게 효과가 있다. 오전, 오후 십 분씩만 시간 내면 기대 밖의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사실 좋은 일을 하는 것보다 나쁜 일을 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 술과 담배가 그것이다. 춘곤증을 느낄 때 술과 담배에 더 취약하다. 몸에서 거부감을 보이기도 한다. 이 시기에 이 친구들을 끊는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다.

피로감이 심하다면 기허(氣虛)한 사람일 수 있다. 피로란 말은 원래 한의학 용어이거니와 이는 기(氣)의 추동(推動)능력이 떨어졌다는 말이다. 혈액공급이 잘 안 되는 것도 사실 기의 추동능력이 떨어진 탓이다. 빈혈증상이 있거나 소화기가 약하고 추위를 잘 타는 사람, 아침잠이 많은 사람, 스트레스에 약한 사람, 외부 환경에 적응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 모두는 기허의 부분집합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 때 좋은 약들이 있다. 사군자탕(四君子湯)이 대표적이다. 비위가 약하고 피로를 잘 느끼는 사람에게 제격인 약이다. 쌍화탕(雙和湯)도 좋다. 이 약은 노동일 많이 하는 사람에게 맞춤약이다. 혹은 이 두 약을 합
방(合方)하기도 한다.

스스로 피로감을 잘 느끼는 사람으로 자각한다면, 봄철 보기(補氣)하는 약을 복용하는 것도 현명한 일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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