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김 용 주 우리치과 원장
잇몸에서 피가 나고 치아가 흔들려 치과를 찾은 40대 후반의 남성 환자분, 첫 내원 했던 그날도 아마 비가 왔을게다. 이 분의 치과 진료 약속은 대중이 없다. 비가 올 때만 가능한 건설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지금껏 치아가 너무 건강해서 치과를 한번도 찾은 일이 없단다.
x-ray 사진를 통해 심하게 내려앉은 자신의 잇몸뼈(치조골) 상태를 확인하고서야 그 심각성을 느끼지만 해결하기가 만만칠 않다. 그렇다고 치료를 위해 제 때 시간을 충분히 내지도 못하는 상황, 치료하는 입장에선 답답하기만 하다.
대개의 경우, 썩은 이가 없거나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의 구강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고 생각해서 치과를 찾질 않고, 일상적인 위생 관리 또한 소홀해 지기 쉽다. 그러다 40대가 넘어서면서 잇몸병(치주질환)이 심해지면 피가 나거나 잇몸이 붓는 증상이 반복되고, 그러다 치아까지 흔들리면 그때서야 치과를 찾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또한 아프지 않은 것은 병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아픈 증상을 항상 동반하지는 않는 잇몸병은 보통 사람들의 경우 간과하기 쉽다. 잇몸병은 이처럼 누구나 생길 수 있는 질환으로 본인이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부터, 심한 통증을 느끼는 경우까지 다양한 증상을 가지고 있다. 흔한 증상으로는 잇몸이 붉게 변하고, 부어오르고, 음식을 먹고 난 후 이 지역 말로 ‘우리한’ 통증이나 압박감이 있고, 뜨겁거나 찬 것에 대한 과민한 반응을 보이고 잇몸이 근질근질하여 쑤시고 싶은 느낌과 치아 사이에 이물이 끼어 빼내고 싶은 느낌등이 있다. 이렇게 진행된 잇몸병의 경우 방치된 채 점점 심해지면 치아를 둘러싼 뼈(치조골)가 흡수되어 치아가 흔들리거나 빠질 수도 있다.
모든 질병이 다 그러하겠지만 치과 질환 중 잇몸병의 경우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가 너무 중요함을 느낀다. 잇몸병이 더 많이 진행되어 잇몸뼈의 흡수가 진행될 수록 치료에 드는 시간과 노력,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또한 잇몸병의 특성이 ‘치료의 완치라는게 없다’는 점인데 일단 진행된 잇몸병은 치료한다고 하더라도 원래의 건강한 잇몸을 회복할 수 없고, 관리가 소홀해 지면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잇몸 치료의 최종 목표가 녹아 없어진 현재의 잇몸뼈 상태를 더 이상 녹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유지 관리하는 것이 되겠다.
사실 충치로 인해 문제가 생긴 경우엔 몇몇 치아에 국한되고 치아를 지지하고 있는 기초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보존할 가능성이 높은 데 비하여 잇몸질환의 경우는 대부분의 치아주위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하며 치아를 지지하는 기초가 약화되어 발생되는 관계로 치료시기를 놓치면 상대적으로 많은 치아를 동시에 상실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하겠다. 기초가 단단하지 못한 모래위에 아름다운 누각을 지어 놓은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첫 내원한 당일, 환자분에겐 현재의 잇몸 상태를 인지 시키고 지속적인 잇몸 치료의 필요성과 함께 잇솔질을 통한 자가 구강 위생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잇몸질환의 주요 원인인 치아 표면에 들러 붙어있는 치태(치면 세균막)를 치태 염색약으로 염색하여 보여드리고 잇몸 건강을 위한 세부적인 잇솔질법을 교육하고 본인 스스로 잇솔질을 해보게 한다.
환자분은 한쪽 세면대에서 교육시킨 방법대로 잇솔질을 하느라 상당히 열심이다. 보통은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형식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잇솔질 후 상태를 보니 빨갛게 염색된 치태가 안쪽 치아 사이 사이 드문드문 남아 있긴 하지만 제법 교육한데로 할려고 노력한게 보인다. 이만하면 일단 잇몸치료의 첫 시작치곤 괜찮다. 무엇보다 잇몸질환에 대한 이해와 동기 유발, 그리고 매일 매일의 제대로 된 잇솔질이 잇몸치료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다만 환자의 정기 내원을 위해 비가 제때 와주면 좋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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