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채기의 지랄발광 이야기

펭귄은 어미가 알을 낳으면 아비는 그 알을 부화시키는 양육 분담을 한다. 설원이나 빙원 아닌 데가 없기에 펭귄아비는 두 발위에 알을 얹어 한 달 남짓을 꼬박 먹지도 못하고 부화를 기다린다. 어미 펭귄이 멀리 바다에 가서 새우 등 유아식을 잔뜩 뱃속에 담고 돌아와 부화한 새끼에게 먹이게 마련인데 춥고 배고파 기진맥진한 아비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아빠 펭귄은 먹이를 찾아 가다 쓰러지길 거듭하면서 바다에 이르기 전에 죽고 만다.

몸체에서 복숭아 꽃 빛이 난다고 하여 <도화돔>이라 하는 물고기가 있는데, 이들이 어울려 노는 것을 서양 사람들은 ‘바다의 매스게임’이라고 한다. 반면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버지 사랑을 ‘도화돔 사랑’이라 한다. 이 도화돔은 암놈이 낳아 놓은 수정란을 수놈이 입에 머금어 부화시키고 입안에서 기른다. 자란 다음에도 먹이가 있는 곳으로 옮겨 다니며 풀어 놓았다가 위험이 닥치면 입속에 불러들여 보호한다. 그 부화에서 육아까지의 기나긴 세월 동안 아빠 도화돔은 먹이를 먹을 수가 없다. 살이 빠져 수축해질 수밖에 없는 모양새가 바늘처럼 가늘다 해서 <참두어>라고도 한다.

지구상에 사는 생물 중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이 가장 강한 생명체는 <가시고기>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큰가시고기, 가시고기, 잔가시고기 등 모두 3종류의 가시고기가 있는데, 이 중 부성애가 강한 고기는 ‘큰가시고기’를 말한다. 큰가시고기는 바다에서 살다가 해마다 이른 봄이면 산란을 위해 하천으로 올라온다. 약 일주일간의 민물 적응기간이 지나면 본격적인 산란 준비에 들어간다. 먼저 수컷이 새끼를 키울 둥지를 짓는데, 둥지가 와성되면 암컷이 거기다 알을 낳는다. 하지만 암컷을 알을 낳으면 미련 없이 둥지를 떠나 버린다.

그 때부터 수컷의 알 지키기가 시작되는데, 알을 먹기 위해 모여드는 침입자들을 물리친다. 또 알들이 잘 자라게 하기 위해 앞 지느러미를 움직여 끊임없이 둥지 안에 새 물을 넣어준다. 잠시도 쉬지 않고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며 오직 둥지 안의 알을 지키고 키우는 데만 전념하는 것이다. 마침내 알이 부화해 새끼들이 태어나도 수컷은 둥지를 떠나지 않습니다. 갓 부화한 새끼들이 둥지 밖으로 나가면 새끼들을 물어다 다시 안으로 집어넣습니다. 아직 나올 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화한 지 5일 정도 지나서야 제법 자란 새끼들은 둥지를 떠나 먹이를 찾아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마지막 한 마리의 새끼들까지 다 떠나면 수컷은 그 자리에서 최후를 맞이한다. 둥지를 지을 때부터 새끼들이 모두 떠나기까지 약 보름간을 아무 것도 먹지 않은 수컷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있다. 주둥이가 다 헐고 화려했던 몸 색깔이 볼품없이 변한 채 그토록 애지중지 지키던 둥지 앞에서 숨을 거둔다. 그로부터 며칠 후 둥지를 떠났던 새끼들이 죽은 수컷의 주위로 몰려든다. 자기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해서가 아니라 아비의 살을 파먹기 위해서이다. 이처럼 큰가시고기는 결국 죽어서까지 자신의 몸을 새끼들의 먹이로 내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가시고기를 부성애가 가장 강한 생물이라고 한다.

존 리는 그의 아름다운 책 <내 아버지의 결혼식에서>에서 예전에 자주 볼 수 있었던 ‘4 부류의 문제 아버지들’에 관해 이야기 하고 있는데, 그 유형들을 요약해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아버지들의 뇌리에서 다음과 같은 낡은 역할모델들을 쓸어 내버리도록 하라!” ①거만한 왕인 아버지-왕이 되고 싶어 하는 남자 ②심판관인 아버지-비판적인 아버지③수동적인 얼간이인 아버지 ④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아버지.

'좋은 아버지'모임의 창설자인 미국의 릭 존슨은, 아버지들이 자녀의 인생에 깊이 참여하는데 필요한 자질들을 훈련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훌륭한 아버지가 키워내는 잘 되는 자녀> 라는 책에서, ‘많은 아버지들이 범하는 과오(실수)’를 다음 10가지로 지적하였다. ①장점은 무시하고 단점만 기억함 ②애정결핍 ③함께 하는 시간이 없음 ④성적 등의 성취를 지나치게 강요함 ⑤함께 놀아주지 않음 ⑥절대로 실패(실수)를 용납하지 않음 ⑦부모로서 권력을 남용함 ⑧부모의 친구(예: 영혼의 친구)가 없음 ⑨일관성의 결여 ⑩안일하거나 소극적임.

*정채기 교수는 진상이 고향으로 교육학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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