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목요일

늦은 점심을 먹는데 비는 내리고
혼자 삼겹살을 굽는 사내는
어깨가 좁아
어깨 너머 봄 하염없는데
누군가 건네는 속말처럼 벚꽃 날리고
쌈 싸다 말고 사내도 창밖을
보는데
꽃잎 하나 창문에 찰싹 붙어서
소곤소곤 얇은 입술을 들이미는데
긁힌 듯 상처 많은 꽃잎
떨어질까 질까
사내는 헛젓가락질만 하고 있는데

비에도 무게가 있다면
벚꽃에 내리는 비는 천근만근 같아
천근만근의 무게로 바닥에 눕는

명치께가 거북하다

정은주 사내와 꽃잎은 닮았다. 그것을 목도한 시인의 시심도 다르지 않다. 상처가 많다는 것과 생이 자꾸만 헛젓가락질 해대는 어깨 좁은 사내의 삶이 식당 안과 밖에서 교차하는 것이다. 천근만근 꽃잎의 무게, 그것이 우리네 무게라고 시인은 말하고 있다. 시인 정은주는 제5회 여수해양문학상 대상을 수상했고 현재 광양문인협회와 시울림, 시래기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