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농(농업ㆍ농촌ㆍ농민) 선진화 구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광양시가 구호와는 달리 농민들의 애로를 외면(?)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지난 24일 진상면사무소 회의실에선 청암들 애호박 재배 농가의 염수피해 원인규명을 위한 관계기관 대책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는 애호박 재배 농가들이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고, 이에 따라 국민권익위원회가 염수피해 민원 해소방안 마련을 위한 관계기관 회의를 개최한 것이다.

청암들 염수피해 민원은 지난 3월 청암들 애호박 재배단지 관정에서 짠물이 올라와 재배하던 애호박이 말라 죽는 피해가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농민들은 염해 원인이 전남도가 ‘수어지구 수해 상습지 개선사업’을 하면서 수어천 고수부지와 하상의 흙을 과다하게 준설해 퇴적층이 없어져 만조시 바닷물이 들어오면 지하로 스며들어 관정을 통해 올라 왔다는 주장이다.

또 수자원공사가 관리하고 있는 수어댐에서 수어 천으로 흘려보내는 물의 양이 부족해 수어천에 바닷물이 계속 머물 수밖에 없었던 것도 원인으로 들었다.

이에 따라 농민들은 전남도와 수자원공사, 광양시에 원인규명과 대책마련을 요구해 왔지만, 각 기관마다 책임을 미루는 바람에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마련한 이날 회의엔 국민권익위원회 조사관과 이정문 광양시의회의장, 정현완 부의장, 장명완 의원, 전라남도ㆍ광양시ㆍ수자원공사 관계자, 청암들 시설원예 농가 등이 참석했다.

문제는 광양시를 대표해 참석한 공무원들.

시에선 뜬금없는 하수과장과 지하수관리업무 담당, 기술보급과 경제작물 담당, 재난안전과 하천관리 담당, 매실특작과 원예특작 담당이 참석했다. 물론 이들 팀장들이 실제 업무를 처리할 관계자들임엔 분명하다.

하지만 누가 봐도 청암들 염수피해 민원을 책임지고 처리할 만한 관계자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문제의 심각성을 받아들이는 경중에 따라 대응하는 관계자의 직위가 달라져 왔음은 늘 상 봐왔던 일이다.

그럼에도 담당들을 내 보낸 것은 청암들 염수피해 민원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광양시의 태도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일이 이런 느낌만으로 끝을 맺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이날 회의에서 결론을 짓지 못한 국민권익위원회 조사관은 이일과 관련 자신과 소통할 누군가를 요구했다.

이에 재난안전과는 농업관련 부서가 맡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보였고, 농업부서에선 그건 적절치 않다고 거부하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벌어져 창피를 샀다.

급기야 정현완 부의장은 “도대체 광양시가 청암들 염수피해의 심각성을 알고나 있는 것이냐”며 호통을 쳤고 “다음 회의엔 부시장이 직접 참석해 청암들 염수피해 민원 해결에 나설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살맛나는 농촌을 만들겠다며 광양시가 그동안 홍보해온 농업 정책을 살펴보면 영농현장의 애로기술 해결 및 현장중심 맞춤형 농업기술의 신속한 보급 등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3농(농업ㆍ농촌ㆍ농민) 선진화 구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청암들 염수피해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보여준 광양시의 모습은 농업ㆍ농촌ㆍ농민은 하찮은 존재일 뿐이었다.

하물며 진상면 청암들은 광양시 소득 작목 중 매실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소득원인 애호박 시설원예 농가가 밀집한 곳으로 년 소득이 70여억 원에 이른다.

또 다시 한해 애호박 농사를 시작하는 시점에 있는 농민들은 혹여나 올 겨울에도 염해가 있을까 노심초사하며 하루빨리 원인규명과 대책 마련을 고대하고 있다.

광양시가 진정 농업을 먹거리로써 생명산업, 영생산업, 도시와 농촌 간 완충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보다 책임 있는 자세로 청암들 염수피해 농가 민원해소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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