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주민들 "땜질 공사로는 피해 못 막는다"

장마철이 다가오면서 지역주민들의 불안이 커 가고 있다. 곳곳에서 복구공사가 속속 진행되고 있지만 공사가 완료되기 전에 집중호우 기간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산사태 구간 등은 예산소요 문제로 인해 원천 복구가 아닌 시급지역을 중심으로 공사가 진행되면서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게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여기에다 지난해 대규모 침수피해를 당했던 중마동 일원과 광영동 상습침수구간은 현재 용역이 진행 중이어서 올해 집중호우가 내릴 경우 침수에 무방비로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

다압면 한 주민은 "8월 무이파가 찾아왔는데 그렇다면 10개월 동안 뭘 하다가 이제야 복구에 나선 건지 행정을 이해할 수 없다"며 "예산이 문제라고는 하지만 주민들의 고통을 생각한다면 예산타령이 아닌 서둘러 복구대책을 마련했어야 옳았다"고 말했다. 또 "우기철이 곧 닥칠 텐데 이대로 가다간 또 다시 난리를 겪을 수도 있다"며 시름을 놓지 못했다.

산지는 장마철에도 복구공사 한창일 듯

지역에 소재하고 있는 산지의 경우 이제 겨우 피해복구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폭우로 인해 피해를 입은 지역만 해도 34.86ha. 이에 따라 전남도는 피해를 입은 지역은 16개 지구로 나누고 △광양시산림조합, △무안군산림조합, △신안군산림조합, △신안군산림조함, △진도군산림조합, △영암군산림조합 등으로 하여금 복구를 추진하고 있다. 소요되는 비용만 해도 52억7386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복구를 시작하는 시점이 너무 늦어져 장마가 시작되는 6월에도 복구가 마무리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남도 등이 수립한 산사태 등 피해복구계획에 따르면 산지에 대한 복구공사가 시작된 것은 지난달 10일부터다. 그리고 대부분은 지난달 24일 착공에 들어갔다.

이처럼 공사의 시작이 늦어진 만큼 준공 예정일은 7월 중순부터 8월초로 늦어져 실제로 집중호우가 예상되는 6월에는 공사가 한창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 피해가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까닭이다.

광양시 관계자는 “산지의 경우 복구 관할이 전남도로 돼 있어 워낙 넓은 면적에 대한 복구가 추진되다 보니 착공이 늦어진 감이 있다”며 “장마철 복구가 어렵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주택이나 시설물 인근 산지부터 복구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도심지 상습침수지역 대책은 언제쯤

광양시는 중마, 광영 등 상습 침수지구 개선사업과 다압 신원 등 12개 재해위험지구에 대하여 연차적인 정비사업 추진과 함께 현행 재해복구 제도상 문제점 개선 등 체계적인 복구사업과 재해 예방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여 재해 없는 선진 자치단체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는 취지의 보도자료 내용을 배포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로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특히 광영동 상습 침수 지역에 대해 시에서는 대책을 마련 중에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이곳은 지난해 만조와 집중호우가 겹치면서 120여 가구가 침수 피해를 봤던 지역이기도 하다.

시 관계자는 “아직 광영동 상습침수 지역에 대한 대책을 자세히 공개하기 어렵다”며 “내부적으로 대책이 확정되면 주민공청회 등을 통해 계획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마철 이전에 착공조차 어렵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올 법하다. 그리고 장마철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만조와 집중호우가 겹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이 감당해야 할 처지다.

중마동도 마찬가지다. 중마동은 시청사거리와 중마터미널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침수가 발생해 상가들이 많은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현재 저수조 설치를 위한 용역조사를 벌이고 있으나 아직 최종 보고서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올해와 내년까지는 대책마련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광양시는 "지난해의 경우 전례가 없는 많은 비가 단 기간에 쏟아지면서 상가 침수 등이 발생했던 것"이라는 말로 얼버무리는 상황이다. 저수조 공사가 마무리 될 때를 기다리는 말로 읽힌다.

그동안 중마동 도심지역 침수 피해는 집중호우에 따른 불가항력적인 면도 있으나 미리 대비하지 못한 인재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상습침수지역으로 꼽히는 시청사거리와 사랑병원 사거리 등에 대한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주민민원이 해마다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손을 놓고 있다가 집중호우 핑계만 내놓았기 때문이다.

광양시는 그동안 하수도 개선사업을 통해 피해를 줄인다는 계획이었으나 해마다 집중 호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최근 기후변화에 능동적이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오성아파트 옆 옹벽 무너진 채 방치

광양읍 덕례리 오성아파트를 둘러싸고 있는 옹벽 위 일부 사면도 지난해 8월 불어 닥친 태풍 ‘무이파’에 의해 쓸려 내려왔다. 다행히 인명사고 등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자칫 공동묘지의 묘가 함께 쓸려내려갈 뻔 한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9개월이 돼가는 동안 아직까지 복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지나는 행인들과 아파트주민들의 눈살을 찌뿌리게 하고 있다. 현재 복구담당을 맡고 있는 곳은 광양시 사회복지과로 오성아파트 옆 옹벽 뒤가 쓸려 내려온 곳이 공동묘지 지역에 해당돼 복구책임을 떠안았다.

사회복지과는 “3천만원의 예산을 세워 지난해 11월 복구를 위해 시공업체와 계약을 하고 복구작업을 시작하려 했으나 아파트 주민들이 옹벽이 불룩해지는 등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자 지난 1월, 공사를 중지하고 안전진단을 의뢰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주(26일경)에서야 안전진단 중간보고서가 나왔고 중간 평가 결과 외관조사와 내구성조사에서 결함도 점수는 0.33으로 C등급으로 우기시 불안정하다는 판단을 받았다. 또한 우기가 가까우니 사면복구를 먼저 시행하고 뒤에 옹벽보강공사를 하라는 것.

이에 사회복지과는 오는 6월 30일까지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지만 올 봄의 잦은 비와 여름장마도 예년보다 빨리 올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가 나온 상황에서 늦장공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민들 불안 속 늑장대처 불만 가득

이 같은 늑장대처에 주민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 8월 무이파 내습을 당했으면서도 초기 응급복구 이후 전남도와 광양시가 예산 등을 이유로 피해지역을 약 10개월 간 방치했다는 점이 가장 많은 비판을 받는 부분이다.

특히 대규모 피해를 입은 다압면 지역의 경우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나 장마철을 넘길 확률이 크다는 사실에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복구공사 자체가 마을 주변만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점도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피해를 입은 지역이 산지 상층부부터 시작된 탓에 이를 복구하지 않는다면 산사태의 특성상 이들 지역이 다시금 무너지면서 주택을 덮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그로 인한 마을 주민들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는 전언도 들린다.

다압면 한 주민은 "초기복구 이후 추석이다 뭐다 허송세월을 벌이다가 장마철이 다가와서야 복구한다고 장비를 투입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분통이 터진다"며 "주민의 안전을 이렇게 무시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복구 방식을 마을주변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데 정작 산사태는 상층부에서 발생해 아래로 휩쓸리면서 많은 피해를 일으키는 것 아니냐"며 "그곳을 방치한 채 복구공사를 한다면 또 다시 큰 피해를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주민의 말처럼 현재 다압면 지역은 산사태의 원인이 됐던 상층부가 복구계획에서 누락된 상태다. 특히 고사 마을의 경우 마을에서 가장 높은 지역에 해당하는 곳 2곳에서 가장 큰 산사태가 발생해 피해가 컸다. 현재도 하천에는 당시 휩쓸려 내려온 바위들이 가득한 상태다. 올 여름 집중 호우가 내릴 경우 치우지 않은 돌과 나무들이 다시 흘러내려 피해 가중 시킬 것이라는 주민들의 불안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여기에다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정된 다압면 고사마을의 경우 생태적 복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문도 흘러나온다. 보나 교량을 설치할 경우 어로를 계획하는 등 녹색농촌체험마을의 기능을 염두에 둔 복구가 필수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일부 공사현장에서는 자연석 등을 반출하는 행위까지 발생하고 있으나 관리소홀로 전혀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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