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신문이 만난 사람 - 금실농원 오길석 대표

▲ 광양서 받은 사랑 광양으로 되돌려주며 살고 싶다는 금실농원 오길석 대표. 서천변에 펼쳐진 자신이 기증한 철쭉을 바라보며 흐뭇해하고 있다

사람이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남길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소중한 것은 뭘까.

그 중에 이름을 남긴다는 것, 삶의 흔적을 후세에 남긴다는 것은 대단히 소중한 유산이고 가치다.

우리 속담 중에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이름을 남기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쓰며 살아간다. ,

그러나 그 이름을 내가 남기려 하면 가치가 없어진다. 그 이름은 남들이 기억하며 되새겨 줄 때 비로소 가치가 생기는 것이다.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남을 위해 내 주고 멀리 포항에서 울릉도에서 칭송받는 사람이 있다.

광양에서 받은 따뜻한 사랑의 마음, 광양에 되돌려 준다는 넉넉한 마음과 가치관을 갖고 사는 사람. 광양읍에서 옥룡 방면 초입에 위치한‘ 금실농원’ 대표 오길석 씨(50)가 그 주인공이다.

서천변 테마공원(물레방아와 징검다리가 있는 곳)에서 오길석 대표를 만났다.

오 대표는 서천변 테마공원에 1300여 그루의 조경수를 기증해 아름다운 서천변 만들기에 기여하기도 했다.

“이제 막 창간한 광양시민신문도 첫시작이다 보니 힘든 게 많죠”라는 첫인사를 건네며 웃는 오 길석 대표.

그는 순천이 고향이며 지난 88년도에 코스코에 입사하며 광양으로 이주해 정착했으니 올해로 24년째 광양에서 살고 있다.

약 5년간의 포스코 생활을 접고 서른의 나이에 묘목재배에 뛰어 들었다.

“땅 한 평 없이 시작했지요. 돈도 땅도 인맥도 없는 광양에서 묘목재배를 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참 열심히 했죠. 처음엔 텃새도 심했어요. ‘여기서정착해 살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맘고생이 심해 그만 둘까도 여러번 생각했죠. 오기가 생기더군요. 그래서 ‘완벽한 광양사람이 되자’고 마음먹고 앞만 보고 광양 속으로 파고 들었죠.”

그렇게 흐른 20여년의 시간. 광양사람이 다 되어가는 오 대표를 이제 타지사람이라고 여기는 이는 없다.

그리고 이젠 광양사람보다 더 광양사람처럼 살아간다. 그리고 자신에게 텃새를 부렸던 이웃들과도 이젠 야 뗄 수 없는 친형제 같은 관계로 지내고 있다.

그러던 지난 2002년 3월, 포항에서 근무할 당시 인연을 맺었던 지인의 권유로 포항시에 황금측백과 영산홍 등 2천여 주의 나무를 기증할 기회가 생겼다.

그리고 그 인연으로 울릉도까지 자신의 철쭉을 보내 철쭉동산을 만드는 등 울릉도의 풍경을 바꿔놓았다.

지금까지 포항시와 울릉도에 보낸 나무가 3만여 주에 이른다고 하니 놀랄 법하다.

광양 곳곳에 기증한 철쭉까지 합하면 5만 3천 주에 이른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억원을 웃돈다.

포항시와 울릉도에서 이 대표는 유명인사다. 특히 울릉도에서는 매년 명절이나 군수가 바뀌면 인사전화가 올 정도다.

오 대표의 나눔이 쉽지 않은 일인 만큼 받는 이로 하여금 진실한 마음을 전해 받게 한 것이다.

지금도 가끔“ 울릉도를 방문해 철쭉동산의 기증안내판을 봤다”며“ 대단한 일을 했다”는 관광객들의 격려전화가 걸려온다. 오 대표는 이러한 전화를 받을 때면 마음이 뿌듯해진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과의 인연

그리고 포항과 울릉도의 철쭉인연은 오 대표에게 잊지 못할 추억도 선물했다.

지난 2003년 고 노무현 대통령의 대통령취임식에 참석한 일이다.

포항시와 울릉군에서 오 대표의 특별한 선행을 청와대에 보고했고 급기야 대통령가족과 몇몇 고위층 인사에게만 전달된다는‘ 대통령특별초청장’이 집으로 배달된 것이다.

처음 초청장을 전해 받은 오 대표는 얼떨떨한 기분에 몇 번이고 청와대에 확인을 했고 드디어‘ 대한민국 제18대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싣게 됐다.

취임식 맨 앞자리에 앉아 대통령 취임식을 지켜본 오 대표는 그 뿌듯하고 멋진 경험을 잊지 못한다.

그렇게 고 노무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오 대표는 퇴임 후 김해 봉하마을로 낙향한 노대통령 사저 인근에 심을 수 있는 철쭉 400그루를 선물로 보냈다.

취임식 당시 알게 된 보좌관이“ 노 전대통령이 아침마다 산책하는 길에 철쭉을 심어 철쭉길을 조성하고 싶다”는 부탁전화를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찌 알았으랴. 그 산책로에 심은 철쭉길이 고 노무현 대통령 묘지로 향하는 꽃길이 될 줄을...

철쭉이 활짝 핀 이맘때가 되면 오길석 대표는 봉하마을 묘지길에 피어있을 철쭉길이 생각나곤 한다.

봉사활동은 내 삶의 중요한 일부

1월생인 오길석 대표는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탄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지명에 光(광)자가 있는 곳을 동경했을 만큼 따뜻한 곳에서 사는 것을 소원처럼 바라고 살았다.
광양이 마침 그런 곳이라는 오 대표는 “따뜻한 광양이 참 좋다”고 한다.

그러나 이 말은 날씨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광양에서 20여년 살아오면서 광양사람이 다 된 그는 광양사람들, 특히 광양의 인심을 높이 산다.

“광양에는 자원봉사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일주일 내내 거리 곳곳에는자원봉사 하는 사람들로 넘쳐나죠. 거리를 청소하는 사람들, 공원이나 서천변 등의 자연환경을 돌보는 사람들, 어려운 이웃을 돕고, 어려운 학생을 돕는 이도 많지요. 그리고 남몰래 소외계층을 돌보는 사람들을 보면서 광양에 살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이렇듯 광양에 살면서 자연스레 봉사하는 일이 몸에 배이게 된 오 대표는 지난 2009년부터 3년간 덕례리 대림아파트의 이장을 맡아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기도 했다.

돈 버는 것보다 곳곳에 자신이 기증한 꽃나무들이 계절마다 활짝 피는 것을 보는 것이 더 보람이라는 오 대표는 농협중앙회로부터 저축상을 2번이나 수상할정도로 근검절약하며 살아간다.

봉사생활이 내 삶의 중요한 일부라 말하는 오 대표.

그는 개인적인 봉사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고 지난 2006년 국제와이즈멘 광양클럽에 가입하고 다른 사람들과 힘을 합해 봉사를 시작했다.

소외된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집수리와 결식아동을 위한 쌀, 김장김치 전달. 무연고 묘지 벌초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즐거운 마음으로 실천했다.

그러한 봉사활동의 결실로 국제와이즈멘 광양클럽 회장 시절, 광주·전남·제주를 포함하고 있는 남부지구 80개 클럽에서 종합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이웃을 위한 삶을 계속해 살아갈 거라는 오길석 대표의 베풀 줄 아는 넉넉한 마음과 이웃을 향한 따뜻한 사랑이 전해지며 그가 했던 말이 다시금 귓가에 들리는 듯 했다.

“따뜻한 광양이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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