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민 5000여명 합동분향소 찾아 분향

국화꽃을 바치고 잠시 묵념을 하는 순간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참지 못한다.
자신들의 친자식도 아니고 친형제도, 친자매도 아니지만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한 채, 꽃다운 나이에 먼저 간 영혼들을 안타까워하며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분향소 한 켠에 마련된 ‘희망 메시지’ 부착부스와 분향소 입구에 마련된 ‘노란 리본 희망메시지 띠’부착줄에 수많은 시민들이 저마다의 슬픈 마음을 적어 고인들을 추모했다.

지난달 29일 광양시청 앞 시민광장에 설치된 진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 희생자 추모를 위한 광양시 합동분향소의 모습이다.

합동분향소가 설치되던 날부터 줄곧 비가 내렸지만 광양시민들의 조문행렬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화요일까지 약 5000여명의 시민들이 이곳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찾아온 젊은 엄마부터, 나이 지긋한 노인들과 중간고사를 마치고 찾아 온 고등학생들, 공무원, 기업인, 정치인, 그리고 희생자 부모들과 연배가 비슷해 보이는 4~50대 학부모들까지, 모두 한마음으로 이곳 분향소를 찾아 아픔을 나눈 뒤 돌아가고 있다.

한 학부모는 “우리 아이도 얼마 전 수학여행을 다녀왔다”며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것에 감사하기 이전에 이번 사고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것에 소름끼치도록 무서웠다”고 말했다.
이 학부모는 “제발 다시는 이러한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며 “희생자들과 희생자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닷붙였다.

중간고사를 마치고 학교버스로 친구들과 이곳 합동분향소를 찾은 항만물류고 3학년 한 학생은 “어떻게 눈앞에서 승객들이 죽어가는 것을 구하지 못한 채 지켜 볼 수 있는지 이번 사고를 보며 이 사회와 어른들에게 실망했고 화가 난다”며 “얼굴도 모르고 만난 적도 없는 친구들이지만 마치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이었던 것처럼 마음 아프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문향할 때 제발 좋은 곳으로 가서 더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예비후보자들과 함께 분향소를 찾은 우윤근 국회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부끄럽고 죄송스럽기 그지없다. 사회전반에 걸쳐 만연돼 있는 안전불감증을 반드시 뿌리뽑아야 한다”며 “어린 학생들의 희생에 부모로서 가슴 아프다. 두번 다시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민과 함께 노력해 가겠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또 “후보자들에게 마음이 급하겠지만 기도하는 심정으로 애도분위기를 함께 하고 선거 운동도 자제하는 등 시민과 함께 하자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시청 앞 광양시 합동분향소는 광양시민단체협의회(광양 YMCA, YWCA,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와 광양시청년연합회가 주최·주관해 마련됐으며, 안산의 합동영결식이 마무리될 때까지 운영할 계획이며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분향이 가능하다.

한편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시민과 청소년을 위해 광양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평일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청소년복지센터 상담실에서 야간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상담은 전화상담과 내방상담으로 이뤄지며, 문의는 061)795-1388로 하면 된다.

또한 광양시민단체협의회는 분향소에서 함께 할 자원봉사단체와 개인봉사자를 모집하고 있다. 문의는 광양참여연대(792-6021, 0109443-0002(문성필 서무국장))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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