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안과 박 용 길원장

요즘 각막굴절수술(라식, 라섹)이 보편화 되어서 그에 대한 문의를 많이 받는다. 필자는 근시가 없어서 안경을 쓰지 않아 수술을 했는가 하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멀리 있는 것을 누구보다 먼저 발견하면 “역시 안과의사라서 눈이 좋군" 이라고 한다.

사실은 안과의사라고 눈이 좋은 것은 아니다. 안경을 안쓰는 이유는 좋은 부모님을 만나 정시로 태어나고 시골에서 자란 덕택에 어릴 적 책을 볼 기회가 적었고 항상 친구들과 들판이나 운동장에서 놀아서 근시가 자연스럽게 예방되지 않았나 싶다. 안과의사로서 시력이 좋다는 것은 미세현미경수술을 하고 현미경으로 환자들을 볼 때는 아주 좋은 장점이다.

의사들이 병을 치료하는데 모두 그러한 병을 경험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비슷한 병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그 환자를 치료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필자가 처방하는 모든 안약을 본인의 눈에 넣어보고 어떤 느낌이나 반응이 있는지 알아보고, 병원 직원들에게서 간단한 처치 및 진료를 직접 경험하게 하여 환자들이 어떠한 불편이나 불안을 느끼는지 알게한 후에는 환자를 대하는 태도가 변함을 알게 되었다.

침침하다는 증상은 아주 쉽게 이해하고 내 자신이 쉽게 경험해 볼 수 있다. 아침에 눈곱이 눈썹에 하나 붙어 있어도 앞이 부옇게 되고, 건조증이 심할 때도 침침함 을 느낄 수 있으며 선글라스에 낀 서리로 이렇게 불편하구나 하고 느낀다. 그런데 직접 백내장이 있지 않아서 백내장의 종류에 따라 미세한 차이는 느낄 수 없다. 그런데 이 작은 차이가 백내장 수술 시기를 결정한다. 백내장은 눈안에 있는 수정체에 백색이나 노란색으로 혼탁이 오는 질환으로 노화의 과정으로 대부분 60대가 넘어서면서 오게 된다. 이 혼탁이 오는 위치가 침침해지는 시기와 정도가 결정 하게 된다. 수정체 앞쪽에 넓게 퍼져있으면 증상이 별로 없고, 수정체 뒤쪽에 있으면 시력저하가 심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심부 백내장은 정도에 비해서 환자분들이 느끼는 증상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 여기에서 “백내장 수술을 언제 하면 될까요?” 라는 질문에 여러 답이 나올 수 있다. 백내장으로 진단받은 분들은 수술을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 병원에 따라서 대부분 “백내장은 있습니다”하는데 수술시기에 대한 대답이 다른 경우가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황당할 것이다. 이쪽에서는 수술을 하라는데 저쪽에서는 기다리라니 누구 말이 맞는지 할 것이다. 안과의사 또한 대부분 현직에 근무하는 분들이라면 나이상 본인이 백내장을 경험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수 많은 백내장수술을 해보면서 환자를 통하여 간접경험이 많다. 이러한 간접 경험의 차이로 수술여부에 대한 의견이 다르다고 생각된다. 필자의 경우는 대부분 심한 경우가 아닐 때 수술시기는 본인의 의사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백내장이 너무 심하여 녹내장이나 포도막염등 기타 합병증이 발생할 정도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수술이나 처치를 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병원을 찾는 대부분의 백내장 환자분들은 그 이전이 경우가 많다. 백내장수술을 하고나서 문제가 되는 것이 조절이다.

원거리나 근거리 둘 중 하나만 잘보이게 된다. 대부분 원거리를 잘 보이게 하기 때문에 그 거리에 맞지 않는 곳은 다시 침침하게 보이게 된다. 한마디로 노안이 심해진다. 따라서 가끔 수술을 하고나서도 침침하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다. 시력을 재면 1.0인데 환자분은 침침하다고 한다. 이는 수술전 백내장은 있으나 조금의 조절능력이 있으신 분으로 생각이 된다. 이런 이유로 수술을 미루는 경우가 있다. 이 때 필자는 “본인 눈을 쓰실 수 있을 때까지 쓰시고 일상생활이 불편이 있을 때 수술하세요”한다. 백내장은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결정해도 될 질환이다.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