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종렬의 쉴만한 물가

만난지 한 달 만에 결혼하고, 결혼한 후 2년째 되던 해에 바라던 아이가 태어나서 너무나 기뻤습니다. 내가 아버지가 되는구나 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런 기쁨도 잠시, 태어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젖을 빨지 않는 아이를 검사한 결과는 뇌에 장애가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아버지는 그길로 집 옆 교회로 가서 한없이 울었습니다. 하지만 그러고만 있을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 자신은 그런 아들을 사랑하는 삶을 살아야 하고 아들은 그런 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버지의 사랑은 시작되었습니다.

어느새 20살의 청년이 된 아들은 여전히 어린아이와 같은 지능을 가지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연신 침을 흘리며 하루에도 수차례 기저귀를 갈아 채며 살아갑니다. 잠시만 쉬어도 몸이 굳어가는 일 때문에 아버지가 시작한 일은 쉬이 넘어지는 아이의 허리에 끈을 묶어 바짝 따라다니며 서너 시간 동안 운동을 시키는 일이었습니다. 이 일 때문에 수차례 사람들이 오해를 받아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하기도 하고 억울한 일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아버지의 지독한 사랑이 연결된 사랑의 끈이었는데...

그렇게 하루 종일 아들을 수발해야 하는 통에 아버지가 가계를 위해 하는 일은 새벽 일찍 일어나서 우유를 배달하는 일이 고작입니다. 하지만 아이를 향한 사랑은 참으로 눈물겨웠습니다. 모든 것을 그냥 삼키는 아들을 위해서 아버지는 모든 반찬을 잘게 썰어서 먹이고 몸에 좋을까봐 먹이는 마늘을 고추장에 찍어서 아버지 입으로 몇 번 씹어 아들에게 넣어 먹여 줍니다. "내가 살아서 이렇게 사랑을 많이 주면 죽은 후에 아들이 그 사랑으로 버텨낼 것 같아서 많이 사랑을 주려고 합니다" "일평생 기독이를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이 자신의 가장 소중한 일이고 가장 가치있는 일이기에 끝까지 사랑하며 살아가겠습니다" 당신의 몸도 눈과 머리가 온전치 못한 가운데서 아버지는 그렇게 끝까지 사랑하겠노라 말씀하십니다.

"아버지가 진짜 좋지?" "네!" "아버지가 너를 제일 사랑하는 거 알지?" "네!" 장애가 있는 아들, 어린아이 같은 아들도 아버지의 사랑은 충분하게 알고 있는 듯 어눌한 대답이지만 금새 금새 그렇게 대답합니다. 아버지 옆에서 자는 모습이 평화롭게 보입니다. 오래전 "세상에 이런일이"라는 TV프로에서 본 이기독군의 아버지 이온열씨의 사연입니다.

아버지가 올바로 서면 가정은 든든합니다. 아버지의 사랑이 회복되어야 하겠지요. 이 땅에 필요 없는 생명은 없습니다. 사랑하고 사랑받아야 할 존재가 사람입니다. 사랑하면서 살아도 짧은 인생, 내가 사랑해야 할 사람들, 사랑을 받아야 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듬뿍 주어서 그들이 그런 사랑으로 행복하게 살아가길 기도합니다.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모든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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