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는 현재 도선국사의 풍수사상수련관을 건립하기 위한 용역을 수행 중이다. 지난 10일 그 중간보고회가 나오면서 그 방향성을 짐작할 수 있는 밑그림이 제공됐다. ‘도선국사 풍수사상 테마파크’라고 이름 붙여진 이번 용역은 비보풍수 등 우리나라 풍수학을 개창했다고 추앙받는 도선국사의 풍수 사상을 연구하고 이를 전 국민과 나눌 수 있는 테마파크를 조성한다는 계획에서 출발했다.

도선은 한국 풍수철학을 이끈 개창자이자 선풍을 휘날렸던 선 사상가로 알려져 있다. 그가 정립한 풍수철학은 1천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어도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고 한국 사람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악지(惡地)라 할지라도 보하면 능히 사람에게 이로울 수 있다는 사상을 전개했던 비보 풍수의 창시자다.

명당풍수와는 달리 비보풍수비보풍수는 명당의 조건을 인위적으로 가꾸는 방법으로서 기존의 자연가치에 의존하고자 한 경향을 벗어나 인간생활과의 관계를 강조한 발전적인 논리다. 도선의 비보풍수는 자칫 이상적이고 의타적으로 흐르기 쉬운 명당에 집착하지 않고 주어진 지리적 조건을 능동적으로 바꾸고자 하는 사상적 토대 위에 자리하고 있다.

도선국사 풍수사상 수련관은 이같은 도선의 사상을 충분히 연구하고 수용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를 배제하고 단순히 도선이라는 이름을 팔아 경제적 이익만을 쫓는 것으로 만족하고자 한다면 이 사업은 애초에 단추를 잘못 끼어도 한참 잘못 낀 것이기 때문이다.

문화와 관광, 문화재와 관광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함수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문제다. 거의 모든 지자체들이 지역의 문화유적을 발굴하는 목적이 순수한 연구에 머물지 않고 이를 관광 상품으로 키우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는 현실이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문화유적을 시민들은 물론 전 국민이 함께 향유하고자 하자는데 이견을 제기할 마음은 없다. 그런데 그것의 우선순위가 바뀌거나 목적이나 성격, 역사성마저 뒤바꾸는 경우에는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모든 전문가들이 조급하게 관광자원화 하려는 태도는 지양돼야 한다고 주문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문화재 자체에 대한 연구가 먼저다. 이를 무조건 관광자원화 하려고 서두르려는 태도는 옳지 않다. 우선적으로 제대로 연구, 발굴하고 지역민들이 공유하는 학습과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

많은 지역에서 문화유산을 관광자원화 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문화관광 상품으로 쓰기 위해 문화유산에 접근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태도다. 도선국사 풍수사상 테마파크를 조성하고자 하는 광양시는 이번 사업이 도선사상의 연구를 위한 목적인지 심사숙고하기를 바란다. 그 중심이 튼실해야 집이 허물어지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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