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진 광양한의원 원장

아직 방과 시간이 아닌데 여학생 하나가 얼굴을 찌푸리면서 들어왔다. 딱 봐도 생리통 때문이다. 보통은 진통제를 먹고 버티는데 오늘은 진통제도 듣지 않아 침을 놔 달라고 한다. 몇 가지를 물어 본다. 생리통은 언제부터 시작 됐는지, 생리 전과 후 어느 때 더 심한지, 아랫배만 아픈지 허리나 머리도 아픈지, 그리고 그동안 치료는 어떻게 해 왔는지, 검사는 받아 봤는지도 물어 본다.

물어 보는 이유가 있다. 한방적으로 변증(辨證)을 하기 위함이다. 또 양의학적으로 자궁의 기질적인 문제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기질적인 문제란 ‘자궁내막증’, ‘자궁근종’ 및 ‘자궁선근종’ 등을 말한다. 기질적인 문제는 우선 산부인과 쪽에 맡겨 두고 여기서는 ‘일차성’이라고 하는 비기질적 생리통에 대해서 말해 보고자 한다.

생리할 때 되면 자궁은 스스로를 아주 강하게 경련시키고 수축시켜 내막을 떨어뜨린다. 생리통은 이러한 경련·수축 과정의 문제로 발생한다. 자궁의 경련과 수축이 가까이 있는 소화기까지 경련·수축시키면 메슥거리거나 토하고 설사 나기도 한다.

자궁이 훈련을 거치고 나면 생리통이 없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보통은 출산 후에는 자연스레 없어진다. 하지만 요즘처럼 첫 출산이 30세 넘어가는 시대라면 근 20년 동안 생리통으로 고생한다는 말이 되니 그냥 내버려 둘 수 없는 노릇이다.

생리통에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생리 전에 아픈 사람과 생리 후에 아픈 사람, 그리고 뚱뚱한 사람이다.
생리 전에 아픈 사람 이름은 ‘보통’ 양이다. 현대 여성 생리통의 대부분은 생리 전이나 생리 시작과 함께 온다. 이유는 훈련 안 된 자궁의 힘 조절 실패. 너무 강한 경련·수축을 한다. 때문에 쥐어짜는 통증이 아랫배를 찌른다. 데굴데굴 구른다. 꼬리뼈까지 조여드는 느낌이 퍼진다… 한의학에서는 자궁이 수축하는 힘을 기(氣)라 한다. ‘보통’ 양의 경우를 기(氣)가 막혔다고 한다. ‘보통’ 양의 생리는 덩어리져 나오기 쉽다. 심하게 안 좋을 때는 색깔도 자주색 또는 검붉은 색으로 변한다.

생리 후에 아픈 사람도 있다. 그녀 이름은 ‘허약’ 양. 원래 몸이 약한 ‘허약’ 양은 자궁도 약하다. 약한 자궁이라 생리 한번 치르고 나면 끝날 쯤 자궁 근육에 쥐가 난다. 일 많이 하면 근육통 오듯이 자궁이 지쳐 생리통이 오는 것이다. 온몸이 쳐지면서 배가 아프다. ‘허약’ 양의 생리 색깔은 묽어지기 쉽다.

‘풍만’ 양은 뚱뚱한 것이 생리에 영향을 준다. 생리통 시기는 대부분 생리 전이거나 생리 시작쯤이다. 생리 색깔이 검붉을 수 있다. ‘보통’ 양의 생리와 같아 보인다. 하지만 다르다. ‘보통’ 양은 자궁의 기(氣)가 막힌 것이고 ‘풍만’ 양은 자궁의 체액이 탁해진 탓이다.

생리 불순에 생리통이 겹칠 수 있다. 생리가 빨라지거나 느려지면서 생리통이 온다. 빨라지면 한 달에 두 번 올 수도 있는데 열(熱) 때문이다. 느려지면 40일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약하고 차가워서 그렇다.
생리통을 치료 안 되는 병으로 알고 있는 분들이 있고, 치료받을 정도의 병이 못되는 것으로 무시하는 분들도 있다. 꼭 치료받아야 낫는다. 한 번 아픈 생리통 치료는 간단히 침․뜸으로도 된다. 근본 치료는 한 달 내지 3개월 걸린다.

집에서 도움 될 만한 것으로는 마사지와 호흡법이 있다. 무릎 위 안쪽쯤에 혈해(血海)라는 침 자리가 있는데 꾹꾹 눌러주면 도움 된다. 호흡법은 통증 올 때 심호흡 하는 거다.
아랫배까지 숨이 들어오도록 천천히 들이마신 후에 몸 안의 공기를 다 내보낸다는 기분으로 길게 내쉬면 된다. 그러면서 뜨거운 팩 하나 아랫배에 올려놓으면 좀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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