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비타트 한국번개건축 프로그램

해비타트 한국번개건축(KBB) 프로그램이 오는 14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열렸다.

한국번개건축 프로그램은 여름철 자원봉사자들이 22만원의 자비를 들여 짧은시간 내에 집중적으로 주택건축에 참여하는 해비타트에서 가장 큰 프로그램이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이화여대 학생 20여명 등 수도권 자원봉사자들과 스텝을 포함해 모두 65명이 공사 중인 광양읍 우산리 월파마을 공사현장에 참여했다.
또한 비가 쏟아지는 지난 17일에는 정현복 시장 등 10여명의 지역인사들이 공사현장에서 우비를 입고 직접 못박는 체험행사도 가졌다.
해비타트는 집을 짓는 과정에 참가한 봉사자들은 인성이 바뀌고, 집을 얻는 입주자들은 삶의 희망을 얻으면서 봉사자와 참여자 모두의 가치관이 바뀌게 되는 건축봉사단체로, 최근 대학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국제 기독교 단체이다.
이날 참가한 한 봉사자와 이번에 지어질 집으로 입주하게 될 입주가정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변화된 삶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집 없는 이들에게 희망을...”
인터뷰- 황재우 (사)한국해비타트 전남동부지회이사장
▲ 황재우 (사)한국해비타트 전남동부지회이사장
“해비타트 한국번개건축(KBB) 프로그램에 먼 길 마다않고 달려와 주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황재우 (사)한국해비타트 전남동부지회이사장은 “여러분과 같은 봉사에 앞장서는 아름다운 청춘들이 있기에 대한민국의 미래는 희망이 있다고 확신한다”며 “여러분은 이 나라의 희망이며 대한민국의 내일이다. 여러분과 같은 건강하고 아름다운 젊은이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무척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황 이사장은 “해비타트도 집이 없어 고통 받는 이들에게 희망이고자 한다”며 “가진 것 없지만 스스로 일어서고자 하는 건강한 가정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새 생명이 태어나고, 미래를 위한 배움이 있는 곳, 그렇게 여러분의 망치질과 땀으로 지어지는 해비타트 주택에는 건강한 가정들이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KBB에 함께하는 여러분은 단순히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 깃들어 살 새로운 가정들의 희망을 짓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어 올리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미래의 희망인 여러분들이 땀 흘려 정성과 마음을 보태어 집을 짓고 그 집에 사는 이들은 새로운 희망의 싹을 틔우고 튼실하게 뿌리를 내려 새로운 나눔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이사장은 “KBB를 통해 지은 집에는 무주택가정이 자립의지를 키워가게 될 것”이라며 “그분들의 자립의지는 건축원가를 장기무이자균등분할상환방식으로 상환하게 되고 이렇게 모아진 자금은 다시 새로운 집을 짓는 재원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해비타트에 투자된 자원은 소멸되지 않고 끝없이 재생산되고 순환되어 이 땅에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날까지 끊임없이 흘러넘칠 것”이라며 “그러한 해비타트의 미래를 향한 망치질이 오늘부터 여러분의 손끝에서 울려 퍼질 것”이라고 밝혔다.
황 이사장은 “다시 한 번 해비타트전남동부지회 희망의 집짓기 현장에서 새로운 기적을 만들어가는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하고 감사드린다”며 “여러분들의 앞서가는 걸음이 지역에도 널리 전파돼 광양지역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다른 세상 꿈꾸다’ 내 집을 얻게 된다는 것보다 더 기쁜 것
인터뷰-한금석(53) 정선화(37) 부부
▲ 한금석(53) 정선화(37) 부부
광양에서 월세로 살고 있던 한금석(53) 정선화(37) 부부에게 기쁨을 감출 수 없는 순간이 있다.
월세 30만원을 내면서 불안한 생활을 마감하고 올해 11월 완공 예정인 3차 해비타트 입주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그토록 바라던 내 집 장만의 꿈이 이뤄진 지난 4월 23일 입주 예정자 발표는 결코 잊을 수 없는 행복한 순간이었다.
남편 한금석 씨는 “그동안 주택에서 중1, 초3의 자녀 둘과 함께 지냈지만 이제는 적은 돈으로 내 집을 장만할 수 있어 너무나 기쁘다”며 “‘우리도 집이 생겼어’라는 아빠의 말에 뽀뽀하며 안기는 어린 자녀들이 더 행복해했다”고 당시 소감을 밝혔다.
전북 순창 출신의 한금석 씨가 광양에서 내려온 지는 22년.
그동안 방재 작업 건축 현장에서 고된 작업을 하면서 이집저집 옮겨다니는 것도 5차례가 넘었다.
자녀들에게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한 씨는 “2년 전 해비타트 2차 입주자를 위한 봉사에 참여하면서 입주의 꿈을 키워나갔다”며 “무엇보다도 아내는 이번 입주봉사를 위해 밑반찬 주방 봉사부터 크고 작은 심부름까지 열심히 도맡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3차 입주자로 선정된 그는 주방 봉사를 하면서 그동안 수천명의 봉사자들의 값진 손길과 멀리 타지에서 온 봉사자들의 발길을 결코 잊을 수 없다.
그는 “수천명의 값진 혼이 닮긴 이 집은 앞으로 살면서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라고까지 말했다.
이어 “이제는 이들의 작은 마음과 정성을 되갚는데 일조해야 할 것 같다”며 “틈틈히 시간나는 대로 4차, 5차 입주하게 될 가정들을 위해 봉사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또 “바쁘게 살던 나를 되돌아볼 수 있게 됐다”며 “그동안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었지만, 학생들이 멀리 타지에서 와서 봉사하는 모습을 보면 이제는 누군가에게 나누면서 산다는 것이 가장 값진 행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작은 봉사활동이 내 삶에 기쁨이 될 뿐 아니라 남에게도 큰 기쁨을 줄 수 있다”며 “그동안 무엇인가에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했던 자녀들의 삶도 누군가를 도우면서 이제는 변할 것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내 집을 얻는다는 것보다 더욱 기쁜 일이 있다.
바로 또다른 가족 공동체가 생긴다는 것.
총 8가구가 함께 살게 될 이번 입주 예정자들은 해비타트 아파트 입주민들과 정기적으로 모임도 갖고 함께 교제도 나누게 된다.
한 씨는 “전에는 가족만을 챙기면서 사는 흔한 현대인의 삶을 살았다면 이제는 희망에 가득찬 해비타트 공동체 생활이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기적으로 교제도 하고 동네 주민들이 함께 가족처럼 지낸다는 것은 정말 귀중한 일이다”며 “앞으로도 이들과 함께 웃을 수 있는 날만 계속 생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르면 올해 11월 완공예정인 웃음꽃을 활짝 피게 해 줄 집은 이렇게 멀리 외지에서 온 수천명의 작은 손길들이 모여 입주자 가정에게 행복을 전해주고 있었다.

“치열한 취업준비생? 언제나 밝게 웃지요”
인터뷰-해비타트 크루-홍익대 상경학부 소연진 학생
▲ 해비타트 크루-홍익대 상경학부 소연진 학생
마지막 학기를 마치게 될 취업준비생인 소연진 학생(25)은 홍대 상경학부에 다니고 있다.
인터뷰 내내 긍정적이고 활달한 성격을 가진 이 학생은 작은 것에도 언제나 웃음이 끝이지 않았다.
마치 취업준비생이 아닌 것처럼 보일 정도로 근심걱정은 하나도 없는 듯한 밝은 표정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밝을 수 있냐’는 질문에 그는 “내가 재미있고 행복해하면 언제나 좋은 사람들이 모이죠”라며 심오한 말을 남겼다.
이처럼 긍정적으로 사는 그이기에 언제나 밝은 웃음소리는 공사현장에서도 끊이질 않는다.
못질 하나에 한번씩 웃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의 밝은 긍정 에너지는 주변 모두를 압도하는 것 같았다.
여전히 취업준비생으로서 바쁜 일정을 쪼개어 온 그이지만, 무엇을 하든 밝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지붕 마감작업장에서 수없이 못질을 하면 지칠만도 한데 소연진 양은 하루 봉사일정을 마치는 마감 시간 즈음에도 여전히 지치지 않는 모습이었다.
마치 봉사를 하면 할수록 힘이 나고 더욱 생기가 도는 것 같았다.
그는 합판을 깔고 하루 수백번의 못질을 하면서도, 그러다가 어깨가 뭉쳐 근육통이 느껴져도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소연진 양은 “봉사를 하면서 가지는 만남은 언제나 값진 만남이다”며 “해비타트 봉사활동을 통해 만나는 만남이라 더 즐거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생들이 흔히 말하는 그저 시간 때우기식이나 자기소개서의 경력쌓기용으로 참여한 것이 아니다.
1학년 때 해비타트 봉사에 한번 참가했지만, 마지막 대학생 시기에 정말 보람찬 일정을 소화해 보고 싶어 이번에도 참여했던 그다.
홀로 참가신청을 한 소연진 양은 “취업준비생으로서 바쁜 스케쥴이 있었지만 해비타트 봉사는 빼놓을 수 없었다”며 “영어, 국가고시 등 이런저런 바쁜 학업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잠시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고 참가한 이유를 밝혔다.
이번 봉사가 2번째인 그는 어떤 생각에 잠겨 자신을 들여다 보길 원했을까?
그는 ‘하고 싶은 일을 할지, 아니면 남들처럼 바라는 직장을 갈지’ 누구나 한번쯤 가져봐야 할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치열한 취업준비 과정에 있는 소연진 학생은 “아무리 바쁘더라도 내가 하는 봉사는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며 “잠깐 빌려주는 것처럼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언젠가는 나에게 되돌아오게 될 것”이라며 깊은 사색에 잠기듯 말을 이었다.
소 양은 “봉사일정을 마치는 날이면 나를 충분히 되돌아보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힘차게 살아갈 내 자화상을 발견한 것 같아 너무나 기쁘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해비타트 봉사는 단지 도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며 “자신이 봉사한 것이 하나하나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에 더욱 감동적이고 보람차다”고 말했다.
이어 “5일간의 봉사일정으로 완성된 모습을 볼 수는 없어서 아쉽다”며 “하지만 텅빈 지붕이 하나하나 채워져 나가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이미 완성된 모습도 상상이 되기에 너무나 뿌듯하고 감동적이다”고 말했다.
이들이 참여했던 이번 해비타트 번개건축은 ‘집짓기 작업의 꽃’이라 불리우는 지붕 마감작업으로 해비타트에서 가장 큰 연중 행사이다.
이 뿐만이 아니라 소연진 양은 누구보다도 적극적이다.
안전망을 설치하는 작업에서도 합판 나르는 데도 먼저 나서고 못질도 가장 먼저 나선다.
그는 “이렇게 봉사하면서 행복감을 느껴본 적이 없다”며 “만약 기회가 된다면 크루로도 활동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연진 양은 “예상과는 달리 순천이나 광양지역 사람들보다는 서울, 경기 등 외지 사람들이 많아서 놀랬다”고 말했다.
등잔 밑이 어두운 것처럼 가까운 지역주민들의 손길이 필요함에도 오히려 멀리서 찾아온 외지인들이 발걸음에 많았다는 것이다.
작은 것에도 언제나 밝게 웃는 소연진 양은 하루 8시간 봉사에도 지치지도 않는지 바쁜 일정 속에서 다른 봉사자들과 함께 봉사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고 있었다.
취업준비생인 소연진 양의 해맑은 웃음은 스스로가 밝고 힘차게 살아가게 될 자신의 미래를 마치 증명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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